산골짜기이지만 넓이가 800평 되는 밭이다 보니 잡초 김매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밭두둑에는 비닐 멀칭을, 밭고랑에는 잡초방지매트를 깔아서 기본적인 대처를 했지만 문제는 밭 가장자리와 농로와 농막 주변이다. 비닐 멀칭이나 방지매트를 깔 수 없어 잡초들이 기승이다.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이내 무성하게 자라서 뱀이 스며들까 두려울 정도다. 그렇기도 하고 깔끔 떠는 아내가 성격상 견디지 못한다. 밭에 가기만 하면 그것들을 김매는 일부터 매달린다.
나는 나대로 예초기까지 동원해 최소한 나흘에 한 번은 쳐낸다. 우리 밭의 김매기는 이를테면 국지전과 전면전을 병행하는 격이다. 아내는 하나하나 김매는 국지전이고 나는 전반적으로 김매는 전면전인 거다.
웃기는 일화가 있다. 내가 작물에 물 주느라 바빠서 나흘이 됐는데도 예초기를 못 돌리고 그냥 귀가하던 차 안에서 아내가 이렇게 물었다.
“참, 벌써 나흘이 된 것 같은데 당신 언제 털을 깎을 거야?”
‘풀’을 ‘털’로 잘못 말하는 바람에 나는 어이없는 웃음을 허허허 웃고 만 거다. 그러고 보면 내가 면도하는 주기도 나흘이었다. 나흘을 그냥 지나가면 금세 수염이 덥수룩한 게으른 사내 인상이 되고 만다. 몸의‘털’이나 밭의‘풀’이나 나흘째 방치하면 무성해진다. 이 이상한 동류감(同類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