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접시 하나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산산조각 나버렸다.

K는 이상하게도그 소리가 편하게 들리던 것이다물론 멀쩡한 접시 하나를 잃었다는 손실감과산산조각 난 것들을 어서 방비로 쓸어 담아서 쓰레기통에 넣어야 한다는 수고로움은 일단 배제하고서 하는 말이다.

사기접시가 산산조각 날 때 소리가 마냥 편하게 들리던 이상한 심적 상황을 K는 곰곰이 헤아려보았다.

아아 그건 사기접시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인 것 같다사기접시의 원래상태― 찰흙 한 줌으로 환원되는 그 편안함!

인간은 삶을 다할 때태어나서 이뤘던 그 동안의 모든 것(가족재산친구사이증오와 사랑등등)을 손놓아버리질 않던가바로 그런 편한 운명(殞命)의 모습을 사기그릇이 깨지는 소리들로 전해주었다.

사기접시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 버렸다자신을 빚어준 자연으로 편히 돌아갔다. K는 아내가 놀라서 여보뭘 깨뜨렸나?’외치는 소리도 귓전으로 넘긴 채 깊은 상념에 잠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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