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영악한 놈들인지 모른다.

그저께만 해도 그렇다거실 바닥에서 놈을 목격한 순간 나는 가까이 있는 걸레로 잽싸게 후려쳤다괜히 파리채 같은 것을 찾아 후려치려고 우물대다가는 놈을 놓치기 십상이다놈이 내 걸레에 맞아 단번에 죽어 자빠졌다.

나는 그걸 휴지를 찾아 싸서 버리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혹시 죽은 체하고 있는 줄도 모르니까 다시 한 번 걸레로 후려치자

내 생각이 맞았다다시 후려치려고 걸레를 쳐드는 순간 놈이 후다닥 달아나려 했기 때문이다하마터면 놓칠 뻔했던 놈을 확실하게 때려잡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놈들은 이제 사람의 심리까지 파악하는 경지에 이르렀다한밤중에 갑자기 주방의 전등을 켜면 가까운 틈 같은 데로 쏜살같이 피하는 놈들도 있지만 그런 틈이 멀면 꼼짝도 않고 제 자리를 지킴으로써 마치 바닥에 떨어진 하찮은 물건처럼 보이는 술수를 부리기도 한다그럴 때 그것을 쓸어버리려고 방비를 찾는다든가 하면 그 순간 놈은 잽싸게 달아나는 것이다.

언젠가는 욕조 바닥에서 놈과 정면으로 맞닥뜨린 적도 있었다그 때 욕조 바닥에 작은 항아리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놈이 그것을 엄폐물로 삼아 피하기 시작했다놀랍게도내가 항아리 왼쪽으로 발을 옮기면 얼른 오른쪽으로 피하던 것이다사람과 바퀴벌레가 항아리 하나를 가운데 두고 술래잡기하듯 빙빙 돌던 그 기괴한 시간결국은 내가 돌기를 중단하고서 신은 슬리퍼를 하나 벗어서 항아리 너머 놈을 냅다 후려침으로써 일단락을 지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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