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맥국(貊國)의 수도가 자리 잡았을 법했다. 뒤로는 병풍 같은 산이, 앞으로는 널따란 벌(샘밭)을 안았으니.

山泉 무지개 교회경내에 아내와 함께 들어서자 사모님이 반겼다. 경내는 시골의 작은 분교가 들어서도 될 만큼 소담스레 넓은 데다가 잔디도 촘촘히 깔려 있었다. 응접실에서 사모님이 말했다.

교회 건물을 다 짓던 날, 무지개가 뜨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교회 이름을 무지개 교회라고 한 겁니다. (웃음) 나중에 알았는데 무지개가 다른 곳보다 이 지역에서는 자주 뜨는 것 같아요.”



아내가 물었다.

어느 교파에 속하지요? 장로교다, 침례교다 하는.”

특정 교파에 속하지 않은 초 교파적인 교회이지요.”

사모님이 앞장서서 여기저기 안내해 주었다. 놀랍게도 예배당이 순 목재로만 지어져 있었다. 시멘트로 지으면 쉽고 빨리 지었을 텐데 굳이 목재를 고집해 지은 목사님 내외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그 까닭을 물어보지 못했지만 실내의 은은한 나무 향기가, 바깥의 차가운 겨울 날씨로부터 안온하게 보호해 주는 듯한 느낌만으로도 해답을 들은 것 같았다.



앞에 걸린 십자가도 나무 십자가였다. 내가 말했다.

보통 교회에 가면 가시면류관을 써서 머리에 피를 흘리는 처참한 예수님 십자가인데 저렇게 담백한 평화로운 나무 십자가라니제 마음에 듭니다.”

예배당은 여러 모로 특이했다. 출입문 부근에 있는 아주 작은 다락방도 그렇지만, 출입문에 들어서기 전누구나 머리를 숙이는 겸손한 자세가 되도록아치형 구조물이 마련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무신론자인 나도 아치형 구조물을 통과하는 순간 머리를 숙여야 했고 그렇게 들어선 예배당에서 은은한 나무 향기까지 맡게 되니 보다 경건한 마음이 될 수밖에 없었다.

교회 경내에는 빨간 공중전화 박스가 여기저기 놓여서 스산한 겨울 풍경을 이겨내고 있었다.

 


山泉 무지개 교회’.

샘밭, 운전면허시험장 부근에 있는 그림 같은 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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