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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추적추적 내리는 날 밤에 최삼경 시인이 내게 중후한 책 한 권을 선사했다. 설렁탕이 맛있기로 소문난 감미옥에서다,
‘강과 사람’
책의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무심은 선사받은 책은 독파를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독파하는 방법이 책마다 다르다. 얼마 전‘로마, 약탈과 패배로 쓴 역사’는 시대 순으로 쓰인 책이므로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하지만‘강과 사람’은 여러 필자들의 글을 모아 낸 책이므로… 자유분방하게 읽어나갔다. 마치 게릴라전처럼 여기저기 눈에 뜨이는 대로 읽어나가는 것이다. 세 번째 글을 읽고 나선 느닷없이 첫 번째 글을 읽는 식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모두 읽게 된다.
지금 현재 반 넘게 읽었다. 숯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이재삼’을 인터뷰한, 최삼경 시인의 글부터 읽었다. 역시 맛깔스럽게 썼다. 최 시인이 인터뷰하며 쓴 글들은 그 옛날 ‘뿌리 깊은 나무’란 책을 다시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저 70년대 독서가를 풍미한 ‘뿌리 깊은 나무’는 80년대 들어와 전두환 정권의 제호 변경이라는 무지막지한 지시에 하는 수 없이‘샘이 깊은 물’로 바뀌어 나오다가 결국은 사라지고 말았다. 벽지의 학교에서 청춘을 보내던 무심은 그 난데없는 제호 변경에 독서의 맛조차 한동안 잃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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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사람’에서, 어제는‘하천 복원의 국제적 흐름’이란 글을 읽었다. 매티어스 콘돌트 G란 미국의 모 대학교수가 쓴 글이다. 읽어나가다가 아주 좋은 구절을 발견했다.
“대규모 준설이 주요 요소인 어떤 사업을‘복원’이라 부르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에서 완전히 어긋난다. 진짜 하천 복원은 복원 일의 대부분을 강이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두면서 자연적 과정들과 서식처들을 복원하는 것을 함축한다.(158페이지 중)”
무심은 이 구절에서 도를 도라고 하면 도가 아니다(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는 노자의 말을 떠올렸다. 그렇다. 도는 감히 논하거나 손댈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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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된다.
강을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된다. 함부로 손대는 바람에 벌어진 참화를 ‘4대강 사업이 벌어진 뒤’목격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물 흐르는 것과 같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도 떠올랐다. 서양의 지혜와 동양의 지혜는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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