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유령작가에서, 주인공(이완맥그리거 분)이 살인 사건의 단서를 찾아 바닷가를 헤매는 장면을 잊지 못한다. 늘 바람 불고 염분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제대로 자란 나무 하나 없는, 황량한 바닷가.

그 풍경이 막막한 주인공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듯싶었다.

 

사실 우리의 삶은 아름다운 꽃밭과 풍성하게 자란 나무숲만 있지 않다. 의외로 꽃 하나, 나무 한 그루 없는 삭막한 풍경과 수시로 만난다. 영화 유령작가의 감독 로만 플란스키가 황량한 바닷가 장면을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했지만 나는 그 바닷가 장면에 가슴이 먹먹해졌고 몇 달 지난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피할 수 없는 삶의 공허함 내지 쓸쓸함을 목격한 듯싶어서.


*영화 유령작가’: 2010.06.02 개봉, (감독) 로만 폴란스키 (주연) 이완 맥그리거

유령작가란 유명인의 뒤에서 그 사람 이름으로 글을 대신 써 주는 작가를 이른다. 실존하지만 드러나서는 안 되는 기막힌 존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