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의 올훼(오르페우스) 이야기를 나는 좋아한다. 저승에 간 아내를 이승으로 데려오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한 올훼. 감복한 저승 신들이 그의 원을 들어주기로 하는데 단서를 단다.
“저승을 벗어날 때까지 뒤돌아봐서는 안 되며 만일 이를 어긴다면 그대의 아내는 돌로 변할 것이다.”
올훼는 저승을 막 벗어나는 찰라 깜빡 잊고 뒤돌아봤다. 그 순간 아내는 돌이 되었다.
이루지 못한, 가슴 맺힘을 우리는‘한(恨)’이라 불렀다. 올훼의 한만 있지 않았다. 아주 흡사한 한의 이야기가 이 땅에도 있었다. 태백의 황지 못 전설이 그것이다.
… 노승은 황(黃) 부자(富者)의 며느리에게‘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며느리가 통리로 해서 도계 구사리 산등을 넘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자기 집 쪽에서 뇌성벽력이 치는 소리가 났다. 놀란 며느리가 뒤돌아본 순간 모든 게 돌로 변했을 뿐만 아니라 집까지 물에 잠겨서 땅속으로 가라앉아 연못이 되었다…
사실, 두 이야기 속의 ‘단서나 당부’는 애당초 지켜지기 힘든 게 아닐까? 우리 인간의 못 말리는 궁금증 때문이다. 만일 그 단서나 당부를 준수하는 자(者)라면 이미 인간이 아니다. 궁금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목석에 불과하다. 목석이 오래 잘 살면 뭐하나? 오래 살아도 목석인데.
구약성경의 실낙원 얘기 또한 우리 인간의 못 말리는 궁금증을 잘 보여준다.
… 선악과를 따먹어서는 안 된다는 하느님의 당부를 이브가 어김으로써 낙원을 쫓겨나게 되었다…
애당초 신은 우리 인간이‘단서나 당부’를 어길 줄 알았다. 정말 잔인한 장난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 인간에게 채워지지 않는 한이 생겨났고 그래서 목석처럼 살지 않는 삶인 것을.
한.
가슴 아프지만 소중한 그 무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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