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가 나부낀다. 하긴 갈대는 늘 나부낀다. 워낙 가냘픈 풀이라서 미세한 바람에도 나부낄 수밖에 없다.

그런 갈대밭 속에 아이가 쭈그리고 앉아 있다. 결코 편히 앉아 있는 자세가 못 된다. 더욱이, 갈대가 만들어놓은 어두운 그늘 속이다.

 

나는 이 그림을 보는 순간 가슴 먹먹해졌다. 먹다 체한 것같이 가슴이 답답해졌다는 말이다. 결코 보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그림이 아니었다. 충격 속에 빠트리는 그림이다.

 

사실 어둠 속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아이의 모습은 낯선 게 아니다. 바깥세상으로 나오기 전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을 다루는 책이라면 반드시 사용되는 보조그림인 것이다. 과학이 발달되어 심지어는 사진으로까지 그런 태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춘배 화가의 이 그림은 엄마 뱃속에 안온하게 있어야 할 아이(태아)우여곡절 끝에 안온치 못하게 있는 슬픈 모습이다. 그 까닭을 하염없이 나부끼는 갈대가 대변해 주고 있다.

바람 한 점에도 저는 아프거든요.’ 


슬픔도 감동일 수 있음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이 그림을 그린 김춘배 화백에게 페북으로 물어봤다.

이 그림의 제목이 뭡니까?”

그러자 뜻밖에 이런 대답이 왔다.

“His name is Today입니다.”

갈대밭 그늘 속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아이의 슬픔은 현재형이라는 뜻일까? 나는 또 다시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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