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 어느 날이다. 아내가 밭에 들어갔다가 길이 1미터가 넘은 뱀이 꽈리들 무성한 데로 숨어드는 것을 목격했단다. 나는 그 얘기를 들은 후 웬만하면 그 부근에 가는 일이 없도록 신경 썼다. 불가피하게 그 부근에 가게 될 때는 '혹시 그 놈을 발로 밟는 불상사가 생길까' 두려워 편히 걷지도 못했다. 

 그런데 한 달 넘게 별 일 없이 꽈리들만 무성하게 잘 자라났다.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꽈리들이 땅바닥에 다 떨어져 못 쓸 것 같았다. 나는 걱정만 하고 있는데 아내가 어느 새 그 꽈리들을 수확했다. 아내한테 내가 물었다. 

"그 뱀, 못 봤어?"

"못 봤어. "

"당신도 참!. "

"조심하면 되지, 뱀이 뭐가 무서워?"


자, 큰 바구니에 담긴 잘 익은 꽈리 열매들. 색깔이 빨간 건, 내 생각에는 그 무서운 뱀의 음덕(蔭德)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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