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동면 지내리에 ‘동면방앗간’이 있다.
내가 ‘동면 방앗간’에 주목한 건, 우직하게 느껴질 만큼 ‘단순 명료하고 토속적이기까지 한 상호’때문이다. 사실 부근에 있는‘면사무소’의 이름도‘주민자치센터’로 바뀌었을 정도로 어느 때부턴가 작명을 길고 복잡하게 하는 시류다. 나는 이런 시류에 저항감이 있다. 예를 들어 산골에서 농사만 짓다가 모처럼 면사무소를 찾는 노인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 노인이 ‘면사무소’가 아닌 난데없는 ‘주민자치센터’앞에서 얼마나 당황할까. 고백한다. 도시에 사는 나 자신도 몇 년 만에 ‘면사무소’를 갔다가 ‘주민자치센터’라고 바뀌어 있어 몹시 당황했다. 결국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었다.
“여기, 면사무소 맞지요?”
“네 맞습니다.”
뭐 하러 그렇게 이름들을 길게 바꾸는지 모르겠다. 그러면 더 현대적이고 세련돼 보이는 걸까?
글쎄.
그런 면에서 나는 ‘동면방앗간’이란 간판 명이 좋다. 얼마나 우직하고 간단명료하고 토속적이고 기억하기 좋은 이름이던가. 날이 갈수록 모든 게 복잡다단해져가는 세상. 가게나 사무실 이름만이라도 간단명료하게 짓거나, 그대로 두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