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아들이 노래 잘 부른다는 거는,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아들은 대학 다닐 때 밴드를 조직해 리드 싱어로 활동하기도 했다.

내가 먼지가 되어라는 노래를 알게 된 것도 아들 덕분이다. 기억은 분명치 않은데 아들이 그 노래를 어느 모임에서 불렀다. 듣는 순간 나는 노래에 반했다. 가사부터 뛰어났다.

가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바하의 선율에

젖은 날이면

잊었던 기억들이

피어나네요

바람에 날려간

나의 노래도

휘파람 소리로

돌아오네요

 

너무 길어서 앞부분만 옮겼다. 내용이 기가 막히지 않은가.

 

 

(2)

이번에 내가 장편소설 집필에 매달리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간이 소설의 절정 단계를 쓰는 때였다. 나이 탓에 체력도 떨어지는 데다가 날씨마저 폭염인 때문이었다. 결국 꼭두새벽 2시경에 기상해 집필했다. 그나마 폭염이 덜한 시간대인데다가 사방이 조용하니까.

그렇게 두 시간여 쓰다 보면 새벽이 다하고 동녘이 밝아왔다. 그러면 일단 집필을 중단하고 유투뷰 동영상으로 먼지가 되어를 들었다. 이웃 분들 자는 데 방해가 돼서는 안 되므로 소리 죽여 들었다. 그 옛날 사이몬과 가펑클이 불렀던 엘콘도파사처럼 피리 연주로 시작되는 이윤수의 먼지가 되어’ .

장편 집필의 고단함을 그렇게 달래며마침내 초고를 마무리한 거다.

먼지가 되어노래는 김광석 것도 있다지만 나는 이윤수 것이 더 좋다. 사내 목소리이지만 청아하게 불러서 가사에 담긴 슬픔마저 청아하게 다가온다.

기회가 되면 먼지가 되어노래만을 따로 분석· 감상한 글을 써 불로그에 올릴 것이다.

 

하긴, 내가 늘그막에 장편에 매달리는 것은 먼지처럼 사라질 삶의 흔적을 남기려는 몸부림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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