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와 헤어질 시간이 됐다. 날이 저물기 때문에 헤어지려 한 게 아니다. 여전히 화창한 5월의 풍광이지만 귀갓길을 서두르게 된 건, 오랜만에 이뤄진 우리 부부의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금속 공예가 정재식 씨가 산다는 삼막골부터 시작해서 오늘 근교를 다녀보자며 점심시간 다 되어 집을 나섰으니해 지기 전에 어디 다른 데도 한 군데 더 가봐야 할 것 같았다.

삼막골 오는 길에 그냥 지나친 추곡 약수를 들를 만했다. 우리 애들 어렸을 때 놀러갔던 추곡 약수. 이번 기회에 추억의 장소로써 찾아가볼 만했다.

그만 가 봐야겠습니다.”

내 말에 사내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오셨을 때는 여기서 하룻밤 주무시며 술도 한 잔 하기 바랍니다.”

사내 집 어귀에 주차돼 있는 우리 차를 조심스레 뺐다. 다시, 오던 길을 돌아갈 걸 생각하니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그 비좁고 꾸불꾸불한 벼랑길. 가다가 맞은편에서 다른 차가 나타나면 정말 큰일이다.

다행히 그런 일 없이 벼랑길을 통과했다.

삼막골을 빠져 나왔다.

추곡 약수에 들렀다. 20년 전에 비해 많이 달라져 있었다. 반듯한 건물들에 포장된 도로에 주차장 시설까지. 하지만 평일이라 그런가, 인적이 없었다. 인적 없는 유원지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차를 돌려 부지런히 귀갓길에 올랐다.

차 안에서 아내가 말했다.

여보. 삼막골의 정재석 씨,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모습이야.”

맞아. 내 생각도 그래.”

당신 젊었을 때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그러네.”

그렇다. 사내는 지나간 젊은 시절의 내 모습 같았다. 직장에 매이기 싫어서 한창 갈등 많았던 나. 강에 다니며 그 갈등을 겨우 가라앉혔던 것 같다. 그럴 때 흐르는 푸른 강물을 바라보며 서 있던 와 삼막골 사내는 확실히 닮았다.

멀리 배후령 터널이 보였다. 오랜만에 내 과거의 어느 부분을 본 듯한 느낌 속에 터널을 향해 차의 가속페달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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