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한테 이런 물음도 던졌다.

제가 구봉산 바로 아래에서 7년째 농사짓다 보니까, 어느 때부턴지 산속 동물들과 교감이 오가거든요. 남들이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한 번은 까마귀하고 교감이 오간 적도 있어서 거 참!’이란 제목으로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린 적도 있습니다. 삼막골이야말로 구봉산 저리 가라할 정도로 산이 깊은데 저처럼 동물들과 교감이 이뤄진다든가 하는 게 없습니까?”

교감까지는 모르겠고 다만 친근감 같은 게 있지요. 예를 들어 구렁이가 저희 집에 나타날 때, 아내는 기겁을 해서 멀리 달아나버리지만 저는 그럴 때 자리를 지키고서 구렁이가 숲으로 무사히 되돌아가도록 안내해주지요. 하하하. 여기는 특히 구렁이들이 많이 출몰하는데 제법 큽니다.”

큰 놈은 얼마만합니까?”

가장 큰 놈은 1미터 80센티쯤 됐지요.”

그렇다면 사람으로 치면 어른만 한 놈이다. 사내 아내가 기겁을 해서 멀리 달아날 만하다. 사내가 얘기를 이었다.

여기는 동물들이 주로 밤에 찻길에 나왔다가, 목격되곤 합니다. 여기 오는 찻길이 구불구불하지 않지 않습니까? 그래서 밤에 차를 몰고 오다보면 구불구불한 한 굽이를 지날 때마다 노루·오소리·산토끼 등과 교대로 마주칩니다. 하하하.”

사내는 웃으며 얘기하지만 나는 상상만으로도 오싹했다. 상상해 보라. 캄캄한 밤에, 비좁고 구불구불한 외진 벼랑 위 찻길에서 맞닥뜨릴 산짐승들을. 그 중에는 분명 뱀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마주치는 동물들 중에 뱀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뱀도 있지요.”

내가 전에 차 몰고 산속 아스팔트길을 가다 보면 찬피동물인 뱀이 자기 체온을 높이느라 배 깔고 누워 있는 모습을 볼 때가 있었다. (‘뱀이 배 깔고 누워 있다니란 표현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하지만 팔다리가 없는 놈이라서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그런 뱀들이 차의 출현에 알아서 피신도 하지만 그렇지 못해 차바퀴에 깔려죽는 경우도 있었다. 납작하게 터져 죽은 그 끔직한 광경. 뱀은 여하튼 살아 있으나 죽어버리거나 웬만하면 맞닥뜨릴 일이 없기를 바라는 기분 나쁜 존재다. 그런 뱀에게 갈 길을 안내한다는 삼막골 사내.

어느 한밤중, 외진 삼막골 벼랑 위 찻길에서 맞닥뜨린 뱀이 알아서 다른 데로 가주기를 바라며 정차(停車)한 사내 모습이 선하게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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