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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로 계속 가면 어디가 나옵니까?”
이 또한 내가 사내한테 던진 물음 중 하나다. 사내 집을 찾아오느라 좁고 꾸불꾸불한 벼랑길을 힘겹게 지나왔는데 다시 그 길로 해서 돌아갈 걸 생각하니 영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돌아갈 때는 편하게 이 삼막골을 빠져나가는 다른 길이 있지 않겠나’기대했다. 기대는 무참하게 깨졌다. 사내가 이렇게 대답했기 때문이다.
“없습니다. 그냥 끝나는 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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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그 좁고 꾸불꾸불한 벼랑길을 다시 차 몰고 가야 할 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가다가, 행여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이 뒤를 이었다. 그리 되면 한 쪽의 차는 후진해서 상대편 차와 교차되는 여유 공간까지 가야 하는데 그 아슬아슬한 교차라니 상상만으로도 식은땀이 흐를 것 같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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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말을 이었다.
“길이 소양호 물가에서 끝나죠. 그러니까 물가에서 배를 탄다면 소양호로 해서 순식간에 댐 선착장에 도착해 춘천시내로 쉬 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하하하.”
그렇다. 끝나는 길은 새로운 길의 시작이었다. 막히면 열렸다. 궁즉통(窮則通). 5월의 햇빛이 찬란한 날 오후, 나는 궁(窮)의 어디메쯤에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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