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힘은 놀라웠다. 사내(정재식 씨)와 나는 얼굴 마주보기는 처음이지만 이미 아는 사이였다.

웃으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웬만하면, 몰고 간 내 차를 길가에 두고 싶었지만 워낙 길이 좁아 그럴 수 없었다. 사내가 자기 집 마당 초입에 주차하기를 권했다. 대문 없이 그대로 길에 이어진 마당 초입에 이미 사내의 차가 주차해 있어, 우리 차까지 주차시키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여태 비좁고 꾸불꾸불한 길을 겨우 지나왔는데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비좁은 곳에 주차시켜 놓아야 한다는 사실. 오지 마을에 왔다는 실감 속에 간신히 주차에 성공했다.

  

사내 집 아래로 폐교 지붕이 보였다. ‘폐교라 단정한 건 녹슨 채로 있는 긴 함석지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내 내외가 머무는 거처는 폐교의 관사일 듯싶었다. 관사 마당 끄트머리에 웬 원두막이 있었다. 다가가 봤더니 원두막 기둥에 이런 한자 목판이 걸려있었다.

仙雲停

원두막이 아니라 정자였다. 비록 모양은 참외 원두막 같았지만 앞이 훤히 트이고 바람 맞는 위치에 자리 잡아서 정자라 할 만 했다. 사내가 말했다.

 

 

우안 최영식 화백이 여기를 소개해 줘서, 저희가 들어와 살게 됐습니다. 저 정자도 우안이 지은 겁니다.”

우안, 그는 한국화를 그리는 분이다.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나는 그를 알고 있다. 어느 책에서 그가 쓴 글을 읽었는데 의외로 잘 쓴 글이었다. ‘의외라는 것은 전공이 그림인데도 불구하고 글을 잘 썼기 때문이다.

우안을 어느 장소에서 우연히 본 적 있는데 왜 호를 우안(牛眼)이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소의 눈처럼 눈이 컸다.

 

사내 집 마당에는 흰 개도 있었다. 우리 내외가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임에도 한 번도 짖지 않고 어슬렁거리던 모습이라니. 개만 봐도 사내 내외가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 잘 알 수 있었다. 평생 도둑이나 강도 같은 나쁜 놈들이 침입할 일 없는, 무사태평의 청정 공간이었다.

 

 

긴 그 좁고 꼬불꼬불한 벼랑 위 찻길로 차를 몰고 오다보면, 나쁜 짓 할 처음의 생각마저 다 잊고 그저 안전운전에만 몰두하다가사람이 순화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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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그림의 김춘배 화백이 SNS삼막골이 아니라 산막골이라고 해야 옳다는 의견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사내가 문자로 보내온 주소에삼막골로 돼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리 표기된 지도도 있어 일단 삼막골지명을 그대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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