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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작품집 ‘K의 고개’를 발간하기 직전의 일이다. 총 250여 페이지의 게재 작품 원고가 마무리돼 출판사로 보낼 시점인데, 문제는 외수 형의 ‘추천사’가 아직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내는 책이므로 마냥 출판사로의 원고 송부를 늦출 수도 없었다. ‘이거 어떡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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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며칠 전에 에둘러 형한테 추천사 송부를 독촉했지만… 감감무소식인 거다. 그럴 만했다. 내가 작년 늦봄부터 두어 번 감성마을에 가 봤으므로 형의 생활이 얼마나 바쁜지, 알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에, 모 관청과의 송사(訟事)에, 남예종전문학교 학장 일에, 그 외 초대받은 강연 문제에… 도대체 쉴 시간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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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경우에 따라서는 추천사 없이 두 번째 작품집을 낼 수도 있다’는 각오를 했다. 그 순간 형의 추천사가 이메일로 왔다. 새벽시간이었다.
밤을 지새우고 아침 해가 훤히 뜬 뒤에 잠자리에 드는 형의 습성을 잘 알기에, 형이 밤새 내 추천사를 쓰느라 꽤나 고생했을 게 뻔했다.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써 주는 추천사가 아니었다. ‘저는 습작기 시절부터 작가 이병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로 시작되는 형의 추천사는 무려 2페이지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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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가 그런 형의 고마움을 잘 알기에 ‘한 번 감성마을을 방문해서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벼르기를 몇 달째.
지난 5월 7일 남편(나) 차에 동승하여 화천 감성마을에 가게 된 연유다.
그 날은 감성마을이 쉬는 날이었다. 개그맨이자 가수인 김철민 님과 문하생 이시유 님이, 형과 함께 우리 부부를 반가이 맞아 주었다.
형은 제수(弟嫂)씨를 위한 특별공연으로 그 반가움을 표했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노래 여러 곡을 부른 것이다.
“마른 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지난 가을날…”
당연히 정원의‘허무한 마음’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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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 나의 인연이 반세기가 돼 간다.
그 날 형이 감성마을 이곳저곳을 안내해 가며 ‘오랜 인연’의 반가움을 누릴 때, 못된 그들이 그런 반가움을 눈치 채기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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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감성마을의 환경조성을 위해 몽요담에 산천어들을 사다 놓을 때마다, 죽어라 하고 달려들어 모조리 잡아먹는다는 못된 수달들 말이다. 하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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