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경이면 사실 그리 머지않은 시기다. 100년이 채 안 된다. 그 즈음 춘천에는 호랑이가 살았나 보다. 김유정의 산골 나그네’란 단편에호랑이가 두 번이나 언급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지문에서, 또 한 번은 대사에서다.

먼저 지문을 본다.

 

"요새 날씨가 차지니까 늑대, 호랑이가 차차 마을로 찾아 내린다.”

 

산골 나그네의 계절적 배경이 가을이다. 겨울이 가까워지니 산토끼 같은 작은 짐승들이 굴속에서 움츠려 지내는 시간이 늘기 마련이다. 겨울잠을 준비하기도 할 것이다. 이런 때 그런 작은 짐승들을 잡아먹고 살던 늑대나 호랑이가 하는 수 없이 가축들이 있는 사람의 마을(훗날 김유정 문학촌이 들어선 마을?)로 내려오는 상황을 위의 지문이 선하게 보여줬다. 

이번에는 대사에 등장하는 호랑이를 본다

 

  괜시리 산신령이 노하면 눈깔망나니 내려보낸다.”

 

호랑이를 눈깔망나니로 표현한 것이다. 얼마나 절묘한 표현인가. 원래 망나니란 조선시대에 사형수의 목을 베는 사형 집행수. 사형 집행수처럼 무서운 존재 호랑이를눈깔망나니라 부른 것이다.

상상해 보자. 컴컴한 밤에 산에서 내려온 호랑이의 첫 인상은활활 타오르는 불길 같은 눈동자가 전부가 아니었을까? 어두운 밤에 이웃 마을로 마실가던 사람이 그런 불길과 맞닥뜨렸다면 이미 혼이 반 이상 나갔다. 그 결말은 상상에 맡긴다.

뛰어난 대유법(代喩法)이다.

 

밤이면 늑대나 호랑이가 출몰하던 100년이 채 안 되는 춘천의 한 풍경을 그려본다. 무섭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리운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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