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집『숨죽이는 갈대밭』에 실었던, 티베트 천장사 형제간의 갈등을 그린 ‘라싸로 가는 길’ 후속 작 격으로 쓴 작품이 ‘먼동’이다. 이번 제 2집 『K의 고개』에서‘먼동’을 읽어본 어느 독자가 사석에서 자못 궁금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언제 티베트에 다녀오셨습니까?”
나는 망설이다가 고백했다.
“솔직히 가 본 적이 없습니다. 다 상상입니다.”
‘먼동’ 작품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티베트를 배경으로 방황하는 한 천장사를 그렸다. 시신을 칼로 조각내 새들 먹이로 주는 천장 일이 외면 받고 불에 태워 버리는 화장이 대세가 되자 그는 할 수 없이 고향을 떠나 대도시 라싸에 가서 일자리 구할 결심을 한다. 마침 라싸에서 공부하다 느닷없이 귀향한 초등학교 적 친구 ‘첸푸’. 귀향 이유가 모호한 가운데 함께 라싸로 여행길을 떠나는데 점차 드러나는 친구의 음험한 계획….
이런 뒷얘기도 있다. 제 2집이 나오자 평소 알고 지내는 후배 둘(‘들’이 아니라 ‘둘’이다. 장편소설 전문작가 ‘이문일’과 시인 ‘이지평’을 말함이다. 둘은 단짝 친구사이다.)을 만나 한 부씩 선사했다. 오래 전부터 제 2집이 나오면 한 부씩 선사하겠다는 약속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 이튿날이다. 후배 둘이 잇달아 내게 전화해서 ‘먼동’을 읽고 난 감동을 격하게 전하는 게 아닌가. 이문일은 ‘밤새 그 감동에 잠을 못 이뤘다’고 떨리는 음성으로 통화했고 이지평은 ‘먼동 작품의 문장들과 사건 전개에 단박에 반했다’ 고 통화했다. 참고로 이지평은 시를 쓰는 경찰관이다. 그는 한 때 강력계 형사로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엽기적 대형범죄도 해결했다.
나는 문학하는 후배 둘의 ‘먼동’에 대한 격한 호감 반응에 고마우면서도 솔직히 어리둥절하다. 제 1집 『숨죽이는 갈대밭』발간 때에도‘라싸로 가는 길’이 수록된 작품들 중 제일 낫다는 분들이 있어서 어리둥절했던 것처럼 말이다. 소설가는 자기 체험에 상상을 보태어 창작하는 사람이라 알고 있는데 티베트 근처에도 가 본 적 없이 상상만으로 쓴 작품들에 독자들이 보이는 호감 반응…. 하긴 체험에는 간접체험도 있어서 독서나 영화, 인터넷 검색 등으로 얻는 배경지식들이 그것이다.
간접체험이 직접체험을 앞선 것 같은 이번 사태에 대해 나는 참 말문이 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