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 뜬‘12세 이상 관람가라는 자막에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이나 볼 영화라는 생각에서다. 만일 아내가 옆에 없었더라면더 포스트영화 보기를 일찌감치 포기했을 게다. 오랜만에 부부가 함께 영화를 보자며 아내가 정한 첫 번째 영화였기 때문이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참혹한 월남전 장면부터 시작되기에그럼 그렇지.’하는 안도감과 함께스릴러 영화로 분류된 까닭까지 납득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화면이 바뀌어 미국의 신문사들끼리 벌이는 치열한 특종 취재 경쟁 현장이라, 어안이 벙벙해졌다가 서서히 그 치밀한 내용 전개에 우리 부부의 숨이 조여드는 듯싶었다.

결국 영화 초반에 잠깐 나온 월남전 장면 이외에는 단 한 번도 총성이 울리지 않는데 정작 관객들은 긴장의 끈을 조금도 늦출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영화가 끝난 뒤 아내한테 내가 말했다.

언론인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이 영화를 봐야 하지 않을까?”

아내가 단번에 수긍했다. 하긴 다른 이견(異見)을 댈 수 없는 부당한 권력과 맞서 싸우는 참된 언론의 이야기영화였다.

 

 

남편의 뜻하지 않는 사망으로 얼결에 신문사 회장이 된 메릴 스트립. 그녀의 신문사 편집국장 톰 행크스. 두 사람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이 볼 만했다.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은 영화배우가 아니라 영화 속 내용의 실제인물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해가 안 될 영화 속 모습들이었다.


 

 

신문사를 보전하기 위해 정부의 탄압에 굽히느냐, 아니면 신문사가 망하더라도 정부의 탄압에 맞서 특종 기사를 신문에 싣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메릴 스트립이 보여주는 감동적인 표정연기!

그녀는 힘겨운 후자를 택하며 눈시울을 적시는 표정만으로 모든 것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앞에서 한 내 말을 일부 고치겠다.

더 포스트 영화는 언론인은 물론이고 일반 사람들도 한 번은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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