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중환자실 병상에 누워 있었다. 매일 장거리 통근에, 쉴 새 없이 바쁜 회사 직무에, 몸의 이상증세를 무릅쓰고 무리한 몸이 결국 쓰러져 병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이다. 면회 온 우리를 보곤 아들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러면서 간신히 말했다.

목이 붓기는했지만아프진않아요.”

내가 말했다.

이 병원은 춘천에서 제일 잘하니까, 잘 될 거다.”

뒤이어 아내가 말했다.

뭐 필요한 거 없니?”

어요.”

병원비 걱정 마라. 우리가 낼 거다.”

그러시지 말라는 뜻으로 아들이 말하려는 듯싶은데 통증 때문인지 그저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말았다. 말도 편하게 못하는 아들과 대화는 무리였다. 또 뭐라고 말 붙이려는 아내를 내가 말렸다. 침묵이 흘렀다.

우리 그만 나갑시다. 허용된 면회시간이 20분이라는데 우리가 이러고 있지 말고 남은 10분은 며느리가 쓰도록 해야지.”

아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들한테 말했다.

우리 갈게. 내일 다시 올게.”

우리는 대기실에서 며느리를 만난 뒤 병원을 나와 건너편 동네로 걸어갔다. 병원 주차장에 못 세운 우리 차가 동네 골목 어둠 속에 있었다. 병원에 웬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좁은 골목에서 우리 차를 간신히 빼냈다.

차가운 겨울 밤거리를 지나 집에 도착했다. 저녁밥을 먹다가 아내가 말했다.

아들이 아픈데도 이렇게 밥이 넘어가네.”

내가 한 마디 하려다가 그만 두고 젓가락으로 김치를 집었다. 우리 분신(分身)이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데 면회 가는 것밖에는 딱히 할 일이 없다니 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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