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랐다. 아내가 내 소설‘박쥐가 된 아이’를 호반야생화 카페에 올려봤더니 하룻밤 새에 조회 500을 찍었다. 호반야생화 카페 회원 수는 400여 명이다. 회원 이외의 분들도 카페에 들어와서 이 작품을 읽었다는 뜻인가.
어쨌든 나는 놀랐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재작년, 생애 처음으로 단편소설집‘숨죽이는 갈대밭’을 냈다. '종이책은 팔리지 않는다는 소문’을 입증하듯 역시 '숨죽이는 갈대밭’은 팔리지 않았다. 나름대로 피땀 흘려 쓴 책인데 그렇게 되니 맥이 빠졌다. 생각다 못해‘무심 이병욱의 문학산책’블로그를 개설해 그 책에 실린 작품 12편 모두를 올려놔 보기도 했다. 반응들이 왔지만 기대만큼은 못됐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스토리를 좋아한다’고 한다. 까마득한 원시시대 때 인류는 늘 먹을 것을 찾아 헤맸다. 그래서‘어느 곳으로 가면 먹을 것이 풍부하더라’는 정보는 당시 인류에게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 그렇게 어떤 낯선 정보에 바짝 귀 기울이게 된 것이 결국은 얘기, 즉 스토리를 좋아하는 본능이 됐단다.
12편의 작품들, 즉 12편의 스토리 모두 열심히 썼다고 자부하는데 그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라니.
내년 초 발행을 목표로 두 번째 단편소설집 ‘K의 고개’를 준비하면서 내 마음 한 편이 자꾸 약해지던 건 그 때문이었다. 그런 남편을 지켜본 아내가 그저께 일을 벌인 것이다. 그 12편 중‘산그늘’에 이어 ‘박쥐가 된 아이’를 호반야생화 카페에 올렸더니 하루 사이에 조회수 500을 찍었으니! 생각지도 못한 뜨거운 반응에 내 마음이 기쁘면서 한 편으로는 혹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까 의구심도 있다. 어쨌든 한 가지 사실은 확인했다. 스토리를 좋아하는 인류의 본능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당분간 일주일에 소설을 한 편씩, 호반야생화 카페에 올리기로 아내와 뜻을 모았다.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