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 이름 중에는 참 이상한 이름도 있다. 아내와 함께 오늘 춘심산촌 밭가 담 밑에 심은 화초가‘으아리’란다. 밭가 담 밑을 으아리 심는 장소로 정한 까닭은 으아리가 덩굴식물이기 때문이다. 말이 담이지, 사실은 오랜 세월 밭에서 농사짓다가 나온 돌들을 밭가에 놓으면서 형성된 돌무더기다. 돌무더기에 흙까지 얹히자 자연스레 담 비슷해졌다.

으아리를 심기 전 담을 뒤덮은 환삼덩굴들부터 제거하는데 이런, 아주 작은 철쭉이 그 밑에서 발견되었다. 잎사귀들이 파란 게 다행히도 살아있었다. 우리가 지난봄에 이 녀석을 심어놓고서 그 동안 몰랐던 것은 무심해서라기보다는 환삼덩굴들이 번식력이 대단해 순식간에 일대를 뒤덮어 안 보인 때문이다. 그 지랄 같은 나쁜 놈들 행패 속에서도 죽지 않고 마침내 이 가을 햇빛을 받게 된 작은 철쭉 녀석.

 

박대 받은 기억만 있을 담 밑에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다. 내가 삽으로 녀석 밑을 깊이 파서 농막 앞 양지 바른 자리로 옮겨 심었다. 잡초방지매트도 다시 깔아주었다. 아내가 특별히 당부해 물도 한 주전자 부어주었다. 그러자 녀석이 이런 말을 하는 듯했다.

“감사합니다. 잘 크겠습니다. 내년 봄을 기대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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