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이다. 아내가 다른 일로 바빠서 춘심산촌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심어놓은 작물들 때문에 무심 혼자서라도 춘심산촌을 다녀야 했다. 그 외롭던 시절, 농막 앞에 심은 채송화가 꽃 핀 걸 보며 위안을 삼았다. 해가 바뀌자 아내가 다시 무심과 춘심산촌을 다니게 됐지만 채송화는 흔적도 없었다. 그 때 알았는데 채송화는 일년생 화초라 했다.
그런데 올 가을 웬 채송화가 그 자리에 피어난 것이다. 3년 전 꽃이 지면서 부근 땅에 떨어진 씨앗이 뒤늦게 꽃으로 핀 거리라. 무심은 되살아난 채송화를 본 순간 그 외롭던 가을이 떠올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 송이 채송화는 여전히 예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