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난 5월 말 화천 감성마을에서 외수형한테서 캘리 여러 점을 선사받고 춘천으로 귀가했을 때 생각 이상으로 아내가 좋아했다. 자기 지갑을 열어 표구점에 맡겨 캘리들을 하나하나 액자에 담았다. 그 동안 이름 없는 공간처럼 존재하던 남편 서재에 그 중 하나를 걸었다.

‘몽환의 집필실’

형이 왜 그렇게 명명했는지, 생각해 봤다. 소설 집필에 몰두하는 순간 세상만사를 잊게 되는 거라는 뜻일까? 비현실적인 면이 많은 후배를 격려하는 뜻일까?

농사짓고 있는 우리 농장의 농막에도 캘리 액자를 걸었다.

‘춘심산촌’

그 외도 아직 걸지 않고 보관중인 액자가 여럿이다.

그러다가 이번에‘이외수의 캘리북’이 나오자 아내는 데미안 서점에 들러 한 권 샀다. 나는 사실 형의 캘리들을 40여 년 전에 이미 본 사람이다. 형은 군대에서 차트 병()을 했다고 했다. 그래서 1973년 겨울 춘천에서 어렵게 지낼 때 특이한 글씨체를 후배들에게 보여주곤 했다. 주로 육필의 원고지들에서다.

낯익어서일까, 아내가‘이외수의 캘리북’을 좋아하는 것이 나는 여전히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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