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는 춘심산촌이, 살고 있는 집에서 20여 리 떨어져 있다. 오늘 아내를 태우고 춘심산촌으로 차를 몰고 가면서 문득 깨달은 일이다. 얼마나 많은 엔진들이 우리 주위에서 작동하고 있는지를.

당장 내가 모는 차부터 엔진의 힘으로 가고 있었다. 함께 같은 방향으로 가는 차들, 그러다가 다른 방향으로 갈라져가는 차들, 어디 그뿐인가. 맞은편 도로에서 오는 차들 모두 엔진으로 작동한다. 경유니 휘발유니 연료는 제각각이지만 엔진을 작동하기 위함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무수한 차들 사이로 오토바이 한 대가 굉음을 내며 지나간다. 차에 쓰이는 엔진이 커다란 솥 크기라면 오토바이는 도시락만한 엔진으로 달려가는 모습이다. 사람이 작은 엔진 하나 품고 달려가는 것 같은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어느덧 춘심산촌이 가까워지면서 밭들이 널려 있는 농촌 풍경이다. 어떤 농부는 예초기를 돌리고 어떤 농부는 농약 분무기를 돌린다. 오토바이 엔진보다 더 작은 엔진들로 일하는 모습들이다.

춘심산촌에 왔다. 아래 밭의 김씨가 경운기로 밭을 갈고 있다. 느릿느릿 거북이처럼 가는 경운기이지만 그 또한 차 엔진보다 조금 작은 엔진의 힘이다.

세상은 어느덧 엔진들의 천지였다. 우리는 우리 가슴 속 심장을 빼닮은 인조 심장엔진으로 쉼 없이 살고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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