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일을 마쳤을 때 시각이 오후 7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집에 가서 저녁밥을 먹자니 가는 동안 20분에, 아내가 밥상 차리는 데 10여 분 해서 8시는 넘어야 가능할 것 같았다. 결국 부부는 저녁밥을 사 먹고 가기로  뜻을 모았다.
  주문한  밥이 빨리 나오는 어느 시골 식당을 찾았다. 요기를 해결한 뒤 식당 앞 테라스에서 잠시 쉴 때 남편은 눈앞의 야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그 야경을 촬영했다. 아내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냥 밤 풍경 같은데 뭘 촬영했지?"
남편이 답했다.
"내가 81년  82년에 이 동네에서 셋방 살았잖아. 직장이 여기 있었으니 말이지. 그 때 이 시골에서 얼마나 쓸쓸하고 외롭게 지냈는지! 그러니까 나는 지금 36년 전 한창 젊었으나 쓸쓸했던 나를 사진 찍어본 거라고."
   그 말에 아내가 뭐라 말하려다가 그만 두는 것 같았다.  이런 말이 아니었을까?  "당신이 그 때 어떤 여자와 결혼하려다가 실패한 게 아니겠어? 그런 당신을 구제해준 게  바로 나잖아. 여하튼 당신은 항상 나를 고마워해야 해."
   외견상, 부부는 시골 야경을 말없이 바라보며 테라스에  앉아있었다. 아내가 먼저 침묵을 깼다.
"어서 집에 가야 해. 빨랫거리가 밀렸어.당신은 집에 가면 쉬지만 나는 그렇지 못해."
"알았어."
그 밤,  남편은 36년 전의 자신을 그 시골에 두고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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