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트라우마 - 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 사람의집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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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사건은 대인 관계에 손상을 입히므로, 생존자의 사회적 세계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외상의 결과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지지는 사건의 영향력을 완화하는 반면, 적대적이거나 부정적인 반응은 손상을 심화시키고 외상 증후군을 악화시킨다. 외상 사건이 일어난 이후 생존자는 매우 취약하다. 그들의 자기감은 산산이 부서졌다. 자기감이란 그것이 처음 세워졌던 방식대로, 다른 사람과의 연결 속에서 다시 세워질 수 있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남성 중심적인 규범이 굳어진 까닭에, 많은 여성은 합의된 성관계 속에서도 파트너의 욕망에 순응하고 자신의 욕망을 부차적으로 여기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강간 이후에, 많은 생존자가 이러한 조정을 더 이상 참아 낼 수 없다는 점을 깨닫는다. 섹슈얼리티를 되찾기 위하여, 강간 생존자는 자율성과 통제감을 확립해야 한다. 다시 믿을 수 있기 위하여, 그녀에겐 섹스를 강제로 요구하지 않는 협력적이고 섬세한 파트너가 필요하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이와 반대로, 가까운 이들이 생존자를 지지해 준다면 수치심, 낙인, 부정의 느낌이 해독된다. 조금 더 운이 좋았던 한 강간 생존자는 그녀를 안심시켰던 친구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열네 살인데 벌써 경험해 버렸어〉라고 내가 말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아무런 상관이 없어. 언젠가는 사랑에 빠질 것이고, 그때 사랑을 만든다면, 그게 경험한 거지. 일어난 일(그는 〈강간〉이라고 말하지 않았다)은 그게 아니야. 그건 이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라고.」48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한번은 내가 원하지 않아서 우리는 호되게 싸웠다. 내가 그를 거부하자 그는 미친 듯이 화를 냈다. 나는 항의하고 항변했지만, 그는 아내라면 거부할 권리가 없다고 하면서 화를 냈다. 그때는 잠자던 중이라 그는 나를 몸으로 억누를 수 있었다. 나보다 몸집이 컸던 그는 그저 나를 누른 채 강간했다.」8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가해자와 정서적으로 연결된 여성은 처음에는 가해자의 열정적 소유욕을 열정적 사랑의 신호로 해석하게 된다. 피해자의 삶 구석구석을 향한 가해자의 강렬한 관심은 처음에는 피해자를 즐겁게 하고 안심시킨다. 가해자가 점차 지배해 가도, 피해자는 가해자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아끼는 마음으로 가해자의 행동을 축소하고 허용해 준다. 피해자가 정서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저항할 수 있으려면 가해자의 신념 체계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자신의 상황에 대해 새롭고 독립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가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나치 홀로코스트 생존자들과 일하는 정신의학자인 헨리 크리스탈은 이 단계를 〈기계화robotization〉라고 설명한다.23 포로들은 이러한 심리적 상태 속에서 살아가면서, 삶이 인간이 아닌 다른 무엇의 삶으로 격하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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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트라우마 - 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 사람의집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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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는 전쟁터에서 200일에서 240일을 지내게 되면 아무리 강한 군인이라도 발병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전투에 익숙해 진다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 …… 노출 강도와 지속 시간이 발병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을 정도로, 전투의 매 순간은 긴장의 연속이다. 그러므로 정신과적 후유증은 전쟁에서 총알과 파편에 상처를 입는 것만큼이나 불가피한 일이다.〉47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여성의 현실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삶의 영역 안에 숨겨져 있었다. 〈사생활〉이라고 칭송받는 가치들은 의식에 강력한 장벽을 형성하였고, 따라서 여성의 현실은 사실상 보이지 않게 되어 버렸다. 성생활과 가정생활의 경험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사람들의 모욕과 비웃음, 불신을 불러오는 일이었다. 여성들은 두려움과 수치심 때문에 침묵하게 되었고, 여성의 침묵은 성과 가정 내의 어떠한 착취도 합법적인 것으로 둔갑시켰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한쪽에서의 외상이 다른 쪽에서의 외상과 같다는 점은 이제 너무나 명백하다. 여성의 히스테리아와 남성의 전투 신경증은 같은 것이다. 전통적인 남성의 세계인 전쟁과 정치라는 공적인 영역과 전통적인 여성의 세계인 가정생활이라는 사적인 영역을 갈라놓는 광대한 심연을 뛰어넘는 것은 고통의 공통성을 확인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외상 사건은 생리적 각성, 정서, 인지, 그리고 기억 속에 뿌리 깊고 지속적인 변화를 발생시킨다. 더 나아가, 외상 사건은 건강하게 통합됐던 기능들을 뿔뿔이 잘라낼 수 있다. 외상을 경험한 사람은 사건에 대한 명확한 기억 없이 강렬한 정서를 경험할 수도 있고, 강렬한 정서 없이 사건을 세밀하게 기억할 수도 있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조차 모른 채, 과도한 각성과 과민한 기분이 지속된다. 외상 증상은 그 원천의 사건으로부터 단절되어 제 스스로 살아남으려고 한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아이는 자존감self-esteem을 발달시킨다. 아이는 또한 자율성을 발달시키는데, 자율성이란 관계 속에서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다. 아이는 자신의 신체 기능을 통제하고 조절하며, 자기 자신의 관점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다른 불운처럼, 외상 사건은 이미 어려움 속에 놓인 이들에게 특히나 자비롭지 못하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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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증언 - 상처 입은 스토리텔러를 통해 생각하는 질병의 윤리학 카이로스총서 26
아서 프랭크 지음, 최은경 옮김 / 갈무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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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성찰적으로 되어갈수록, 무엇을 욕망할 것인가에 대해 증대하는 책임을 가정하는 것이 시작된다. 욕망은언제나 즉각적 대상 그 이상을 위한 것이지만 - 다이아몬드의 신발이나 브로야드의 탭댄싱은 언제나 그것의 징표를 초과하는 욕망의 자의식적인 환유이다 - 즉각적 대상은 윤리적선택으로 남는다. 이항적 몸에게, 생산적 욕망은 슈바이처가 봉사라고 칭했던 것으로 이끈다.21 슈바이처의 고통의공동체는 다른 몸을 위해 몸이 되고자 하는 윤리적 선택에기반한 생산적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 P100

윤리적인 사람으로서의 책임은, 자아와타자가 자기 자신들을 그 안에서 발견하는 상황이자 그들이 소유하게 되어야 하는 상황에 대하여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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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앓이 창비세계문학 24
크리스타 볼프 지음, 정미경 옮김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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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몰래 빠져나간다. 비유하자면 그렇다. 모든 지나가는 것들은 한갓 비유일 뿐! 어떤 시행은 정말이지 끝까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그것들의 의미는 구멍이 숭숭 난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꽉 막힌 어둠속에서 그녀에게 숨겨져 있었다. 오늘, 지금 이희미한 순간 그 의미가 갑자기 밝혀질 때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마침내 백년이 지나고, 가시덤불이 하나하나 스러지면 테세우스는아리아드네의 실을 손에 꼭 쥐고 분명 미로를 빠져나갈 길을 찾게될 것이고, 그토록 오랜 세월 밝히려 애쓰던 비밀이 밝혀질 것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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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트라우마 - 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 사람의집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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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외상 연구의 정치적 바탕은 전쟁 숭배의 붕괴와 반전 운동의 성장에 있었다. 최근 공공 의식에 떠오른 마지막 외상은 성폭력과 가정 폭력이다. 서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여성 운동이 정치적 밑바탕으로 깔려 있었다. 우리 시대의 심리적 외상에 대한 이해는 이 세 가지 외상 연구의 통합을 기반으로 세워진 것이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19세기 후반 20년 동안 히스테리아라 불리는 장애는 연구의 주요 대상이 되었다. 〈히스테리아〉라는 용어가 그 당시 매우 일반적으로 쓰였기 때문에, 누구도 그것을 체계적으로 정의하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 한 역사가의 말을 빌리면 이러하다. 〈2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딜레마에 빠진 프로이트는 여성 환자에게 귀 기울이기를 그만두었다. 이 전환점은 그 유명한 〈도라〉의 사례에서 목격할 수 있다. 히스테리아에 관한 프로이트의 마지막 연구이기도 한 이 사례는 치료자와 환자의 협력을 통한 도전이라기보다는 기지(機智)의 경쟁처럼 읽힌다. 프로이트와 도라 사이의 상호 작용은 〈정서적 전투〉로 묘사되었다.2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그러나 프로이트는 도라의 분노와 모욕감을 수용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러한 착취 상황이 그녀의 욕망의 충족인 것처럼, 그녀의 에로틱한 흥분을 탐색하려고 하였다. 프로이트가 어떤 행위를 복수로 해석하자, 도라는 치료를 그만두었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탄환 충격. 단시간의 폭격이 이 생존자들의 정신에 얼마나 오랫동안 후유증을 남겼는지. 지옥이 이들을 파괴하려고 애쓰는 동안 생존자들은 동료들에게 웃어 보였다. 사악한 시간은 그때가 아니라 지금이다. 지금, 진땀 나는 악몽의 숨 막힘, 사지의 마비, 혼란스러운 말더듬 안에서. 최악인 것은 너무나 용감하고 사심 없는 인내의 가치들이 통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이것이 바로 선한 사람 안의, 탄환 충격의 말할 수 없는 비극이었다.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이 병사들이 희생되었고, 문명은 그들의 희생이 더러운 기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그들의 희생을 지속시켰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카디너는 〈하지만 저는 당신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증상을 치료하지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환자가 대답했다. 「선생님은 노력하셨습니다. 나는 재향 군인회에 오랫동안 있었습니다만, 그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아요. 그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달랐습니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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