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의학의 입장에서는 공공선을 증가시킬 장기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개인의 희망에 반하는 쪽으로 내기를 거는 것이 그에 못지않게 합리적이다. 이러한 긴장이 이 책의 근간을 이룬다. 이 책은 과학으로서의 의학 대 구원으로서의 의료에 관한 책이며, 달리 표현하자면 개인의 이해관계 대 공동체의 이해관계에 관한 책이기도 하고, 또 다른 표현으로는 단기적 관점 대 장기적 관점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난처한 상황에 빠진 개인이 이런 긴장을 이해하고 이를 헤쳐 나갈 방법을 안다면 의료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더 쉬워질 것이다.4

-알라딘 eBook <닥터 골렘> (해리 콜린스 외 지음, 이정호 외 옮김) 중에서

의학의 심장부에는 구멍이 하나 뚫려 있다. 바로 플라시보 효과이다. 플라시보 효과는 신체에 대한 분명한 개입 없이 마음이 몸을 치유하는 힘을 가리키는 전문 용어이다. 때로 이 효과는 가짜 약을 처방함으로써 촉발되는데, 가짜 약은 종종 화학적으로 활성이 없는 물질로 만들어진 알약의 형태를 띤다. 그런 알약은 플라시보라고 불리는데, 이 말은 라틴 어로 ‘기쁘게 하다.’라는 뜻이다.

-알라딘 eBook <닥터 골렘> (해리 콜린스 외 지음, 이정호 외 옮김) 중에서

이 책의 저자들은 의료 영역을 훨씬 넘어서는 수많은 이유들 때문에 과학적 세계관이 사회 전체 차원에서 공인된 세계관이 되었으면 하는 관점을 갖고 있다. 설사 방금 설명한 방식으로 적어도 일부 사람들의 건강이 과학적 세계관에 의해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게 될 것임을 감수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것이 바로 개인적 선(individual good)과 공공선 사이의 긴장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알라딘 eBook <닥터 골렘> (해리 콜린스 외 지음, 이정호 외 옮김) 중에서

(skill)의 본질을 이해하는 한 방법은 그것을 진짜인 척 가장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묻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닥터 골렘> (해리 콜린스 외 지음, 이정호 외 옮김) 중에서

그러나 의료 과실이 나타날 때면 항상 의사 자격의 결여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위에서 이야기한 아산티의 경우에도 그러했다. 아산티는 여러 해 동안 일을 잘 해 왔고 동료들로부터 찬사를 받아 왔지만 한 번 실수를 저지르자 자격 결여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그의 과거 경력에 비춰 보면 이는 심지어 가장 훌륭한 자격을 갖춘 마취 의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종류의 사고였던 것처럼 보이는데도 말이다.

-알라딘 eBook <닥터 골렘> (해리 콜린스 외 지음, 이정호 외 옮김) 중에서

결정적인 문제는 의료에서의 상호 작용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를 배우지 못한 데 있었고 그가 시행한 실제 처치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항상 심각한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고 의료의 언어를 습득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를 잡아낸 전문의가 말했듯이, 그는 적절한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 대신 ‘부러진 팔뚝’이라고 진료 기록에 써넣곤 했다.

-알라딘 eBook <닥터 골렘> (해리 콜린스 외 지음, 이정호 외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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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닥터 골렘 - 두 얼굴의 현대 의학 어떻게 볼 것인가? 메디컬 사이언스 10
해리 콜린스 외 지음, 이정호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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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골렘』은 서구 국가들에서 과학으로 생각되는 의학을 다루는 책이다

-알라딘 eBook <닥터 골렘> (해리 콜린스 외 지음, 이정호 외 옮김) 중에서

『닥터 골렘』은 서구적 시각으로 마음과 몸의 복잡한 상호 작용에 있어 한 개인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 어느 의료 체계를 선택할 수 있더라도 국가는 서구적인 과학 체계에 근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알라딘 eBook <닥터 골렘> (해리 콜린스 외 지음, 이정호 외 옮김) 중에서

골렘은 유대 교 신화에 나오는 존재이다. 이는 사람이 진흙과 물로 빚고 마법과 주문을 걸어 사람의 형체를 갖도록 만든 피조물이다. 골렘은 강력한 존재이며 날이 갈수록 힘이 더욱 세어진다. 그것은 사람의 명령을 따르고 일을 대신 해 주며 위협적인 적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서투르고 위험한 존재이기도 하다. 통제를 받지 않으면 골렘은 손발을 마구 휘둘러 주인을 파괴할 수도 있다. 그것은 굼뜨게 움직이는 바보로서 자기 자신이 가진 힘도 모르고 자신이 얼마나 서투르고 무지한 존재인지도 알지 못한다.

-알라딘 eBook <닥터 골렘> (해리 콜린스 외 지음, 이정호 외 옮김) 중에서

여기서 남는 정말로 어려운 질문은 "의학과 의료가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을 알고 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일 것이다

-알라딘 eBook <닥터 골렘> (해리 콜린스 외 지음, 이정호 외 옮김) 중에서

한마디로 『닥터 골렘』은 『골렘』이나 『확대된 골렘』보다 훨씬 더 쓰기 어려운 책이었다. 앞선 두 권의 책들은 더 적은 관여를 요구했고 덜 직접적이었다. 반면 이 책에서 우리는 어떻게생각할 것인가뿐만 아니라 어떻게할 것인가도 결정을 내려야 했다. 우리는 우리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사례들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할 수도 있었다

-알라딘 eBook <닥터 골렘> (해리 콜린스 외 지음, 이정호 외 옮김) 중에서

우리가 낸 세금 가운데 얼마만큼을 의학 연구에 지원해야 하는가? 암 관련 자선 재단에 계속 돈을 기부해야 하는가? 개발도상국의 위생에 지출하면 수없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을 돈을 장기 이식에 그토록 많이 지원하는 것은 분별 있는 행동인가? 이와 같은 큰 질문 외에 ‘작은’ 질문들도 있다. 지금 나에게 고통을 안겨 주거나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이러저러한 질병 내지 상해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늘 백신 접종을 하면 내 아이의 건강이 위험에 처할까? 다양한 치료법들이 제각각 나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주장할 때 어느 것을 골라야 할까? 나의 증상은 이른바 ‘심신 상관성(psychosomatic)’ 질환일까 아니면 ‘진짜 질병’에 의해 유발된 것일까? 물론 당신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야 하는 장본인이라면 이러한 ‘작은’ 질문들은 엄청나게 큰 질문들이 될 것이다.

-알라딘 eBook <닥터 골렘> (해리 콜린스 외 지음, 이정호 외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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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페스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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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를 우상화하고 있었던 주민들은, 고통이 극에 달할 때 나타나는 감정적인 반발로, 주교에 대해 분개한 나머지 주교에게도 전염을 시키기 위해서 그의 집 둘레에 시체를 쌓아 올렸고, 그가 더 확실하게 파멸하기를 바라면서 담 안으로 시체들을 던져 넣기까지 했다. 이처럼 주교는 최후의 약한 마음에서, 자기는 죽음의 세계 한가운데서도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 죽음은 하늘로부터 그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알라딘 eBook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중에서

왜냐하면 우리는 신을 혐오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사랑하든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체 누가 감히 신에 대한 증오를 택할 수 있단 말인가?

-알라딘 eBook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중에서

그때, 나는 깨달았습니다. 나야말로 나의 온 힘과 정신을 기울여 바로 그 페스트와 싸운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그 오랜 세월 동안 내가 끊임없이 페스트를 앓고 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나는 내가 간접적으로 인간 수천 명의 죽음에 동의했다는 것, 필연적으로 그러한 죽음에 이르도록 만든 행위나 원칙들을 선(善)이라고 인정함으로써 나 자신이 그러한 죽음을 야기하기까지 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알라딘 eBook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중에서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그 누구도 그 피해를 입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늘 스스로를 살펴야지 자칫 방심하다가는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병독을 옮겨 주고 맙니다. 자연스러운 것, 그것은 병균입니다. 그 외의 것들, 즉 건강, 청렴, 순결성 등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될 의지의 소산입니다

-알라딘 eBook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중에서

그러나 물론 현실 속에서 겪은 체험이 의미 있는 작품이 되려면 보편성을 획득하기 위해 필요한 변용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알라딘 eBook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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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 한 정신 의학자의 정신병 산업에 대한 경고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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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비아그라가 여성에게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없었다. 시판되는 다른 제품들도(가령 테스토스테론 패치) 그다지 효능이 없었고, 문제적인 부작용만 일으켰다. 그러나 무슨 상관이랴. 장애를 만들어 내면 고객은 따라올 텐데. 레이 모이니한은 『섹스, 거짓말, 그리고 제약 회사』라는 멋진 제목의 책에서 꼼꼼한 취재로 밝혀낸 이런 마케팅 술수를 잘 소개했다. 제약 회사의 책략은 정상적인 여성이 이따금 겪는 일시적인 지장을 거의 보편적인 ‘여성 성 기능 부전’으로 재정의하는 것이었다.185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DSM-5는 얼마 전에 출간되었다(2013년 5월에 출간되었다. — 옮긴이). 정신 의학의 역사로 보나 내 개인적으로 보나 그다지 행복한 순간이라고는 할 수 없다. DSM-5는 위험천만하게도 진단 인플레이션을 초인플레이션으로 바꾸려 든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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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 한 정신 의학자의 정신병 산업에 대한 경고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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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제약 회사의 허위 광고, 거기에 넘어가는 의사, 부주의한 처방 습관, 훈련되지 않은 데다가 격무에 시달리는 1차 진료의에게 정신 장애 진단 및 치료를 도매금으로 넘기는 현상 때문에 거짓 수요가 속수무책으로 웃자랐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약을 털어 넣는 사회가 되었다. 더군다나 엉뚱한 사람이 엉뚱한 의사에게 처방받은 엉뚱한 약을 털어 넣는 경우가 너무 많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사람이 최면으로 트랜스 상태에 빠지면, 쉬이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그때까지 의식 밖으로 밀어 두었던 감정, 환상, 기억, 충동이 수면으로 떠오른다. 그러다 보니 암시에 잘 걸리는 환자와 암시를 잘 거는 의사가 결합하여, 환자의 마음속에 다른 인격이 하나 더(혹은 둘이나 셋이나 그 이상) 숨어 있다는 생각을 만들어 냈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일단 DSM-IV의 엄격한 정의를 팽개치자, 의사들은 거짓된 소아 양극성 장애를 치료한답시고 기분 안정제와 항정신병약을 마구 뿌리기 시작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아이들은 급속히 몸무게가 늘 수 있고(12주 만에 평균 5.5킬로그램이 찐다.), 그 때문에 당뇨 위험이 높아지고 기대 수명이 준다.15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또한 소아 양극성 장애는 상당히 깊은 낙인을 찍는다. 아이에게 평생 치료해야 할 질환이 있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소아 양극성 장애 유행은 내가 45년 동안 정신 의학을 관찰하면서 목격한 가장 부끄러운 일화이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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