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 한 정신 의학자의 정신병 산업에 대한 경고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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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슬픔, 비통, 근심, 분노, 혐오, 공포를 느끼는 것은 그런 감정들이 모두 적응적 특질이기 때문이다. 이따금(주로 대인적, 심리적, 현실적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서) 감정이 일시적으로 통제를 벗어나서 상당한 불안이나 손상을 끼칠 때도 있다. 그러나 항상성과 시간이 자연의 위대한 치유력으로 기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탄력적으로 자신을 추슬러 정상적인 균형을 되찾는다. 정신 장애는 그렇게 스스로 교정되지 않는 증상들과 행동들을 뜻한다. 즉, 정상적인 항상적 치유 과정이 망가진 상태이다. 그런데 누구나 일상에서 겪기 마련인 기복을 진정한 정신 장애로 혼동하면(진정한 장애는 어느 시점이든 인구의 약 5~10퍼센트에게만 영향을 미쳐, 상대적으로 드물다.), 그때 진단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정신 장애는 증상의 표출이 선명하고, 극심하고, 저절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만 진단해야 한다. 일상의 문제를 다루는 최선의 방법은 문제를 직접 해결하거나 문제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지, 정신 장애 진단으로 질병화하거나 약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약품 처방에 성급하게 의존했다가는 우리의 자연적 치유력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회복의 경로들이 단절된다. 가령 가족과 친구와 공동체에게 지원을 구하는 것, 인생에 필요한 변화를 가하고 지나친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것, 취미나 흥미, 운동, 휴식, 기분 전환, 속도 조절을 추구하는 것 등등. 스스로 문제를 극복하면 상황이 정상화되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게 되고,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과 가까워진다. 반면에 약을 먹으면, 설령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어쨌든 남들과 다른 사람, 아픈 사람이 되어 버린다. 진정한 정신 장애를 겪는 사람은 약품 처방을 받아야만 항상성을 되찾을 수 있지만, 일상적인 문제를 겪는 사람에게는 처방이 항상성을 훼방할 뿐이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오늘까지도 의학의 상징으로 통하는 뱀은 허물을 벗는 능력 때문에 불멸과 치유의 훌륭한 모형으로 통했고, 사람들은 신전 부지에 독 없는 뱀을 잔뜩 풀어 놓곤 했다. 치유 신앙은 크게 번창했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서구 세계는 차이를 악과 등치시켰고, 그것이 전염될까 봐 두려워했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악마와 사통함으로써 공동체의 안녕을(또한 영원한 구원을) 위협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고문과 처형도 하느님이 행하는 사업의 일부라고 말하면서 떳떳하게 정당화했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더욱 심란한 점은 제일 취약한 상태의 아이들이 약품 처방을 제일 많이 받는다는 사실이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플라세보’라는 단어는 ‘만족시키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왔다. 플라세보는 정말로 사람들을 만족시킨다. ‘플라세보 효과’란 치료의 구체적인 치유 효과와는 무관하게 사람들이 긍정적인 기대를 품기 때문에 실제로 나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플라세보는 아주 효과적이다. 사람들이 질병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치료를 받고도 훌륭한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플라세보는 지금껏 발명된 약 중에서 가장 폭넓게 적용되는 기적의 약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플라세보는 싸고, 심각한 상태가 아니고서는 거의 모든 상황에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거의 없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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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 한 정신 의학자의 정신병 산업에 대한 경고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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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와 의도치 않았던 나쁜 결과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나는 DSM-5 작성자들의 순진한 열의에 충격을 받았다. 그들이 황금 같은 기회로 보는 것이 내게는 심대한 위험으로 보였다. 진단 과열은 건강에 나쁘다. 개인에게도, 사회에게도.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통계의 관점에서 볼 때, 비정상을 지나치게 탄력적으로 넓혀서 거의 평균적인 사람까지 비정상에 포함되도록 만드는 것은 우스꽝스럽다는 점이다. 어쨌거나 대부분의 사람은 정상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마땅히 진단되어야 하는 환자들 중 일부를 놓치겠지만), ‘특이성’은 높아질 것이다(정상적인 사람을 환자로 오진하는 사례가 줄 것이다.). 민감성과 특이성은 서로 얽힌 속성이다. 하나를 높이면 다른 하나는 깎일 수밖에 없다. 둘 사이에 필연적으로 교환 관계가 성립하므로, 우리는 과잉 진단과 과소 진단의 위험과 편익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잡아야 한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한때 지나치게 개성적이고 혼란스러웠던 정신 의학은 이제 지나치게 표준화되고 단순해졌다. 임상의 훈련 프로그램은 진단을 가르치는 데만 집중하고, 환자의 모든 측면들을 이해하도록 가르치는 데는 신경 쓰지 않는다.49 요즘 의사들은 ‘환자에게 어떤 병이 있느냐보다는 환자가 어떤 사람이냐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던 히포크라테스의 지혜를 잊었다. 물론, 양쪽에 모두 세심하게 관심을 쏟는 것이 최선이리라. DSM 진단은 모든 평가에서 필수적이지만, DSM 진단만으로는 전체를 알 수 없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연속선상에서 어느 개인의 위치를 묘사할 때는 이름보다 숫자를 쓰는 편이 훨씬 더 정확하다. ‘그는 키가 183센티미터다.’라고 말하면 ‘그는 키가 크다.’라고만 말할 때 사라지는 정보가 보존된다. 컴퓨터는 숫자를 사랑한다. 컴퓨터를 쓰는 연구자들도.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숫자가 아니라 이름으로 생각한다. 진화가 빚어낸 인간의 마음은 미세한 수학적 구분이 아니라 단순한 이름을 쓰도록 만들어졌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수익성 높은 향정신성 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한 효율적 전술로서 정신 질환을 판매하는 것인데, 이런 기술을 가리켜 ‘질병 장사’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특히 시장을 조작하기가 쉽다. 제약 회사가 고객에게 직접 광고할 자유를 얻은 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뿐이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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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는 미신이 딱 하나 있다. 비합리적인 줄 알면서도 어쩐지 나는 평균의 법칙을 믿는다. 모든 것이 종국에는 평균에 맞춰진다는 생각이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DSM은 정상성과 정신 질환의 경계라는 결정적인 기준을 설정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한 존재가 되었고, 사람들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갖가지 중요한 결정을 도맡게 되었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내가 DSM의 위험에 예민한 것은 몸소 고통스럽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단 과열 현상을 다스리려고 애썼는데도, DSM-IV는 진단 거품을 더욱 부풀리는 데 오용되었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오진을 받을 새로운 ‘환자’들에게도 그렇고, 우리 사회에게도 그렇다. 그동안 진단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국 인구의 지나치게 많은 비율이 항우울제, 항정신병약, 항불안제, 수면제, 진통제에 의존하게 되었다. 우리는 약을 털어 넣는 사람들의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느슨한 진단은 전국적으로 의약품 과다 복용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인의 6퍼센트는 처방약에 중독되었다. 요즘은 불법 마약보다 합법 처방약 때문에 응급실에 실려 오거나 죽는 사례가 더 많다.6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자원이 뒤죽박죽 할당되는 것도 문제다. ‘공연히 걱정하는’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치료가 투입되는데, 그들은 오히려 그 때문에 해를 입는다. 반면에 정말로 아파서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돌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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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페스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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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이란 일단 습관을 붙이고 나면 그날그날을 힘들이지 않고 지낼 수 있는 법이다. 우리의 도시가 바로 그런 습관 붙이기를 조장하는 터이고 보면 만사형통이라고 해도 좋겠다. 이런 각도에서 본다면 삶이란 아주 흥미진진한 것은 못 된다.

-알라딘 eBook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중에서

"의사들의 실험 재료가 되기는 싫어요."라고 어떤 환자의 아내가 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 환자는 의사들의 실험 재료가 된 것이 아니라 죽어 가고 있었을 뿐이다. 사태에 대비해 세운 대책들이 불충분하다는 것은 보나마나 아주 빤한 일이었다. ‘특수 시설을 갖춘’ 병실들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리유는 잘 알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중에서

랑베르는 침대에서 펄쩍 뛰며 일어났다. 얼굴은 흥분으로 상기되어 있었다.
"관념이죠, 하나의 어설픈 관념이죠. 인간이 사랑에게서 등을 돌리는 그 순간부터 그렇죠. 그런데 바로 우리들은 더 이상 사랑할 줄 모르게 되고 만 겁니다. 단념합시다, 선생님. 사랑할 수 있기를 기다립시다. 그리고 정말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영웅 놀음은 집어치우고 전반적인 해방을 기다리십시다. 나는 그 이상은 더 나가지 않겠어요."

-알라딘 eBook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중에서

페스트는 모든 경제생활을 파괴했고, 그 결과 엄청난 숫자의 실업자가 생겨났던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 실업자들은 간부직을 위한 충원 대상은 못 되었지만, 막일에 관한 한 그들 덕에 일이 쉽게 되었다. 그 시기부터는 사실 곤궁이 공포보다 더 절박하다는 사실을 늘 눈으로 볼 수 있었고, 위험성의 정도에 따라서 보수를 지불하게 마련이고 보니 그 점은 더욱 명백해졌다. 보건과에서는 취업 희망자의 리스트를 마련해 놓을 수가 있었고, 그래서 어디서 결원이 생기기만 하면 그 리스트의 첫머리에 올라 있는 사람에게 통지를 하곤 했는데, 그 사람들은 그 사이에 자기 자신들이 결원되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출두하게 마련이었다. 유기 또는 무기 죄수들을 활용하기를 오랫동안 주저해 왔던 지사도, 이렇게 해서 그러한 극단적 조치에까지 가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실업자들이 있는 한은 견딜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알라딘 eBook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중에서

그러나 사랑하는 그 얼굴, 그 웃음, 나중에 생각해 보니 비로소 그이가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런 어느 날의 일, 이런 모든 것들은 뚜렷하게 생각이 나지만, 그런 것을 다시 그려 보는 바로 그 시간에, 또한 그때 이후 그렇게도 먼 곳이 되어 버린 그 장소에서, 상대방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상상하기란 대단히 힘들었다. 요컨대 그 시기에, 그에게는 기억력은 있었지만 상상력은 부족했다. 페스트가 2단계에 접어들자 그들은 기억력조차도 상실해 갔다. 그 얼굴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결국은 같은 이야기지만, 그 얼굴에서 살이 없어져 그 얼굴을 자기들의 마음속에서 알아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알라딘 eBook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중에서

왜냐하면 연애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미래가 요구되는 법인데, 우리에게는 이미 현재의 순간 이외에는 남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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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트라우마 - 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 사람의집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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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대부분은 개인적인 삶의 틀 안에서 외상 경험을 완결해 간다. 그러나 특정한 소수는 외상을 경험하고서 더 넓은 세계에 참여하도록 부름받은 것처럼 느낀다. 이러한 생존자들은 불운에 놓인 정치적, 종교적 차원을 인식하고, 이것을 사회적인 활동의 근간으로 삼으면서 개인적인 비극에 담긴 의미를 전환시킬 수 있음을 발견한다. 잔학함을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지만, 이것을 초월하는 방법은 있다. 다른 이들에게 힘으로 남겨 주는 것. 외상은 생존자 임무의 원천이 되고 나서야 구원된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연구 과제에서 착취적인 관계가 재현되는 양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끔찍한 사건에서 생존한 이들은 다른 이들을 도움으로써 자신의 고통에 의미와 존엄을 부여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연구 참여자로 나서겠다고 마음먹는다. 생존자와 연구자 사이의 관계는 다른 모든 관계와 마찬가지로 권력이 불균형적이며, 정서적으로 전염될 위험을 가지고 있다. 초기 연구자들은 외상 생존자와 강한 개인적 유대감과 정치적 연대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들은 생존자를 냉정한 호기심의 대상이 아닌, 공유된 목적을 나누는 협력자로 보았다. 그러나 거리를 두는 냉랭한 위치에 서야만 곧 편향되지 않은 관찰이 된다고 간주하는 연구 문화 속에서 이러한 종류의 친밀감과 상호성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것이 없다면 서로를 신뢰하고 이해할 가능성은 사라질 것이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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