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기회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질병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붙잡으려면 질병과 함께 조금 더 머물러야 하며 질병을 통과하면서 배운 것을 나눠야 한다.
-알라딘 eBook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중에서
심각한 질병은 우리를 삶의 경계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우리는 삶이 어디에서 끝나버릴 수도 있는지 본다. 경계에서 삶을 조망하면서 우리는 삶의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혹은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보도록 허락받는다. 여전히 살아 있긴 하지만 일상에서는 멀어져 있기에 마침내 멈춰 서서 생각해볼 수 있다. 왜 지금껏 살아온 것처럼 살아왔는가, 미래가 있을 수 있다면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질병은 삶 일부를 앗아가지만 기회 또한 준다. 우리는 그저 오랫동안 살아왔던 대로 계속 사는 대신 살고 싶은 삶을 선택할 수 있다.
-알라딘 eBook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중에서
앞으로 할 이야기는 나만의 치료법이라든지 의학의 기적과는 거리가 멀다. 병이 났고, 의사가 권한 치료법을 따랐으며, 내 몫의 힘든 일들을 해냈고, 어찌어찌 대응해서, 살아남아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 뿐이다. 내 이야기는 병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말해주지는 않겠지만, 대응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증언’할 것이다. 내 이야기가 목격자로서 하는 증언이 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는다.
-알라딘 eBook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중에서
그리하여 이 글은 질병에 압도되기 전의 젊은 나에게, 몇 년 더 젊을 뿐이지만 경험의 심연 건너편에 있는 나에게 쓰는 것이기도 하다. 보르헤스의 단편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강가에 앉아 있던 나이 든 작가에게 젊은 시절의 자신이 걸어온다. 둘은 서로를 알아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젊은이는 나이 든 작가가 거의 시력을 잃었다는 사실에 특히 충격을 받고, 노인은 별로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며 위로한다. 젊은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나 장차 어떤 병력을 갖게 될지 듣는다면 젊은 나는 보르헤스의 이야기 속 젊은이보다도 훨씬 더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제 이어질 글에서 아프기 전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두려울 수밖에 없겠지만 두려움에 차서 인생을 보낸다면 바보 같은 일일 거라고, 미래의 너는 고통받고 많은 것을 잃게 되겠지만 고통과 상실은 삶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알라딘 eBook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중에서
의학의 한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질환disease과 질병illness의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 의학의 이야기는 질환 용어를 사용한다. 질환 용어는 몸을 생리학으로 환원하며, 측정할 수 있는 것들로 이루어진다. 체온, 감염 여부, 혈액 및 체액의 순환과 구성, 피부 상태 등등을 측정하고 검사한 결과가 질환 용어에 포함된다. 질환 이야기에서 이런 결과들은 지금 일어나고 있거나 곧 발생할 어떤 고장을 가리키는 데 사용된다. 질환 용어는 측정된 값을 참조하기 때문에 ‘객관적’이다.
-알라딘 eBook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중에서
내 몸은 살아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주체지만, 질환 이야기에서는그 몸, 측정될 수 있으며 따라서 객관화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알라딘 eBook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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