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의료윤리 - 아픈 자 돌보는 자 치료하는 자
김준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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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 치매전과 후의 ‘나‘는 같은 사람인가?
내가 지금까지 지켜오던내생의 역사와 가치, 목적, 규칙을 다 잃어버린 다음에도 나를 ‘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겉모습이 같고 주변 사람들이 같은 이름으로 부르니 여전히 ‘나‘일까, 아니면 인지기능이 변하고 기억을 잃으면서 더는 과거와 같은 인물로서 ‘나‘를구성할 순 없으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 P114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처럼 ‘의료윤리‘를 생각한다는 게 이런 상황에선 오히려 좌절을 안기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인간으로서 정의를 희구하며, 비록 현실에서 구현될 수 없을지라도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그래서 좌절감이 더 커지기 전에 마음을 다잡는다. 지금까지 의료윤리 관점에서 그나마의 논의가 있어왔고 또 문제제기도 있었기에 현재와 같은 성과라도 얻을 수 있지않았던가 생각해본다. 코맥스 퍼실리티가 준비돼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백신의 공정 분배가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책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해서 관련 정책과 제도 정비마저 없어도 되는 건 아니다. 미래를 위해 더 많이 대비해놓으면된다. - P185

애초 치료 방법이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으며 심지어 현실적 가능성이 생겼는데도 신이 금지했다거나 알 수 없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치료를 받지 말라고 말해야 할까? 그렇게 말이야 할 수 있다 해도, 환자 또는 가족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기회를 빼앗으려면 그에 상응하거나 넘어서는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데, 지금은 중세처럼 모두가 신을 믿는 시대가 아니다. 미래의 알 수 없는위험성 때문에 당장의 치료 가능성을 물리쳐야 할까. 이득도 위해도 모두 가능성의 영역이라면 그 사이 어딘가에 선을 그을 필요가있으며, 이것이 생명공학에 관한 윤리적 접근의 핵심이다. - P196

마침내 우리도 그 질문을 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의약품이나재료 또는 약을 누구에게 얼마만큼 줄 것인가. 보건의료에서 정의가 다루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차별과 분배정의다. 차별은 보편적 사회정의 문제와 맞닿아 있으며 여러 차원에서 논의된 바 있다.
그리고 분배정의 문제는 보건의료에서 특히 두드러지며 오랜 논의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분배정의 이론을 자세히 살펴보자. - P253

이것이 생명윤리로 넘어가면 연구의 맥락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연구자는 연구 참여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연구 참여자의 최선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며 위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단, 연구는 지식획득을 통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므로, 연구 참여자의 이익, 위해와 사회의 이익, 위해 사이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다.)또한 연구 참여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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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간병 가족들의 이야기
유영규 외 지음 / 루아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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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간병살인 사건의 핵심 키워드를 정리한 것이다. 피해자 대부분이 노인이었고, 가해자와는 한때 100년 해로를 약속한 사이였다. 병마와 싸우기를 6년 5개월, 자식들의 도움 없이 서로에게 의지하다 한순간 절망과 분노를 견디지 못해 남편은 아내 목을 졸랐다.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노-노 간병’으로 귀결된다.

-알라딘 eBook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유영규 외 지음) 중에서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 남겨진 가족애는 보는 이들을 더 슬프게 한다. 2016년 3월 30일, 강원도 춘천시 중도동 강변의 승용차 안에서 발견된 70대 노부부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숨져 있었다. 장소는 강변에서도 특히 경치가 좋은 곳이었다. 이 부부는 사망 전 자녀들이 보낸 생활비를 다시 되돌려 보냈다. 한 80대 노모는 정신질환을 앓아온 40대 딸과 끈으로 몸을 묶은 채 한강에 투신했는데 꼭 껴안은 팔 모양 그대로 발견됐다. 식물인간 아들을 25년간 돌보다 집에 불을 질러 함께 목숨을 끊은 50대 아버지의 사건을 담당한 소방관들은 "시신이 한 구"라고 보고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꼭 껴안은 채 한 몸처럼 발견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이들의 죽음을 하나하나 기록해야 한다. 기록 속에서 심각성을 깨닫고, 간병자살을 방지할 대책을 이 사회가 진지하게 강구해야 한다.

-알라딘 eBook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유영규 외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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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간병 가족들의 이야기
유영규 외 지음 / 루아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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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간병살인 사건의 핵심 키워드를 정리한 것이다. 피해자 대부분이 노인이었고, 가해자와는 한때 100년 해로를 약속한 사이였다. 병마와 싸우기를 6년 5개월, 자식들의 도움 없이 서로에게 의지하다 한순간 절망과 분노를 견디지 못해 남편은 아내 목을 졸랐다.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노-노 간병’으로 귀결된다.

-알라딘 eBook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유영규 외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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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의 길
황정아 외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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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영화 「인터스텔라」의 처음 부분에는 인상적인 두 장면이 나온다. 하나는 자동차로 달려도 달려도 지평선 너머 끝없이 펼쳐지는 옥수수밭의 풍경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병충해 때문에 북미에서 더이상 밀 경작을 하기 어려워지자 주식이 옥수수로 바뀐 탓이다. 다른 하나는 동네 야구처럼 진행되던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경기가 갑자기 불어닥친 모래폭풍 때문에 중단되는 장면이다. 기후변화 때문에 야외 스포츠 같은 행사와 오락이 예전처럼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알려주는 모습이다.

-알라딘 eBook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의 길> (황정아 외 지음) 중에서

지난 4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해관계 대립으로 미뤄졌던 대규모 국책사업도 신속한 추진으로 위기 국면에서 경제 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고, 경제부총리와 관계 장관들도 건설, 석유화학, 철강 산업계 지원 같은 대책들을 강구하고 있다. 오히려 ‘그린뉴딜’이 아닌 ‘토건뉴딜’로의 회귀이며 더 많은 규제 완화,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파괴를 야기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5월 말에 와서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의 결합으로 정리되고 이에 따라 추경도 편성되었지만, 여전히 과감한 사회 ‘계약’(deal)도 없고 그럴싸한 ‘새로운’(new) 사업도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알라딘 eBook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의 길> (황정아 외 지음) 중에서

팬데믹 시기 의료는 미증유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20세기를 거치면서 의료는 전통적인 의사-환자 간의 영역에서 국가, 병원, 보험, 전문직 등 다양한 요소가 집결·개입되는 영역으로 변모하였다. 팬데믹 시기를 통과하면서 의료는 어떠한 변화를 거칠까? 방역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면서 의료는 이제 필수적인 안보 역량으로, 정부와 사회의 긴밀한 통제가 필요한 분야로 정립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에 의한 계획과 기술에 의한 개입은 더욱더 의료의 주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알라딘 eBook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의 길> (황정아 외 지음) 중에서

재택근무는 기업 내, 기업 간 불평등을 심화할 수도 있다. 재택근무는 기업 종사자들을 기업 내에서 자주 보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계층화할 수도 있다. 재택근무자가 할 수 없거나 미뤄두는 필수적인 조정 업무나 잔 일감 처리는 온전히 비재택근무자의 부담으로 떨어질 것이다. 재택근무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과 재택근무 여지가 없는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재택근무는 관계 지향보다는 업무 지향을 강조하여 능력주의를 확산시키고 불필요한 회의나 대면접촉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며 값비싼 사무실 비용을 줄일 수 있으나, 대면접촉에서 오는 창의와 혁신, 그리고 협력을 줄인다는 단점도 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 말대로 정해지지 않은 시간과 공간에서의 불특정한 만남으로부터 창의성이 나온다.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협력이 가능하고 혁신도 그 과정에서 나오며, 이러한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작업실에서 이루어진다

-알라딘 eBook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의 길> (황정아 외 지음) 중에서

감염병의 유행으로 수개월간 공공기관이 폐쇄되고 상거래의 형태가 바뀌고 모임이 줄어들었다. 그간 사람은 마치 생물 가운데 우위에 있는 존재인 것처럼 굴어왔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을 최소화하자는 방역지침은 한 사람이 존엄한 인격체일 뿐 아니라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숙주이며, 그 존재 자체가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생물이라는 것을 각인시켰다. 한 사람이 말을 할 때 뿜어대는 침방울이 얼마나 많은지가 친절한 그래픽과 함께 알려졌다. 우리가 신체의 다양한 증상을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생물이라는 점이 더욱 선명해졌다.

-알라딘 eBook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의 길> (황정아 외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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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의료윤리 - 아픈 자 돌보는 자 치료하는 자
김준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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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우리에게 돌봄이 무엇인지, 그리고 치매 환자와의 생활을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에 관해 깨달음을 준다. 그러나 소설에등장하는 돌봄이 옳은 방식이고 수용 기관에 맡기는 것은 틀렸다는 식의 독해는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작품을 통해 이런 점을 확인하게 된다. 즉, 돌봄에 필요한 것은 어떤 당위나 결심이 아니다. 돌봄을 위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그 이해란 어느새 사라지는 것이기에 언제든 다시 깨닫고 되새길 필요가 있는 어떤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삶이나 사회적 위치를 벗어나 서로 직접만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돌보고 돌봄을 받는 자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상황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 P135

만약 우리가 진정 ‘윤리‘를 말하고자 한다면 각자 자신의 접근 자세가 윤리적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윤리를 말한다면서 상대방의 복잡다단한 상황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윤리를실천하는 일이 아닐 테니 말이다. - P137

다시 말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가치다. 어떤 것을 우선할지확인하지 않은 채 각자가 주장하는 사실에만 매달리다 보면 문제해결의 과정에서 여러 상처가 남게 된다. 몸에 난 상처와 달리, 사회에 남은 상처는 쉬이 봉합되지 않는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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