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하여 - 철학자 장켈레비치와의 대화 철학자의 돌 4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 지음, 변진경 옮김, 이경신 해제 / 돌베개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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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안락사 문제가 우리들 철학자나 윤리학자의문제가 아니라 의사들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의사의 역할은 생명을 유지하고 연장하는 것으로서 생명을 더 길게 연장할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실제에서는생명 연장이 무의미한 일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특히 그 끔찍스러운 생명 유지 기술에 대해서는 그것이정말로 의미 있는 행위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되지요. - P83

오늘날 의사들은 생명 활동의과정에 맞서고 있는 셈이지요....... 어쨌거나 그게 바로 의학의 목적입니다. 혈액 성분을 바꾸고, 심장 대신 ‘인공 심장 박동기‘를 삽입할 때, 의학은 죽음의 불가항력뿐만 아니라, 인체조직에도 맞서 싸우는 것입니다. 위험한 방법이지요! 의학은 끊임없이 자연에 대해폭력적으로 맞섭니다. - P85

모든 기술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기술은 매우 강력한 힘을 갖고 있지만 그 힘은 삶에 쓰일 수도 있고, 죽음에 쓰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의학만의 고유한 특성이 아닙니다. 원자의 에너지, 즉 원자 안에 내포되어있는 힘에서도 그와 같은 상반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창조적 힘의 양면성에 바로 딜레마의 근원이 있습니다. 그 양면성은 어쩔 수 없지요. 어느 쪽의경우에서든 중대한 도덕적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의학은 큰 힘을 갖고 있긴 하지만, 한계가 있지요... - P88

정말 곤란한 문제는 의사의 몫입니다. 안락사 문제는 의사에게 환자의 목숨을 끊는 처방을 내릴 권한이 있는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의사의 본분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선택은 의학 기술이 기적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이상 결국 무의미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생명 유지나 연장과 관련한 기술이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문제들도 끊이지 않고 있지요. - P90

안락사의 신성화에도 위험이 존재합니다. 생명이든 예전과 같이 모든 경우에 보호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안락사든 신성화해서는 안 됩니다. 안락사를 신성화하면 치유 불가능한 병이라는 생각까지 신성화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선천적으로 치유 불가능한 병은 없습니다. 단지 현재기술 단계에서는 치료할 수 없는 병이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병이 치유 불가능하다는 것이 "암을 치료하는 것은 신성모독이다"라고 신이 말했다고 여긴중세시대에서 말하는 의미는 아닙니다. 암은 현재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병이기 때문에 사실상 많은 사람들은 오래전에 나병이나 무엇인지 모를 병, 나력에 전가했던 것을 암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 P96

배운다는 것은 환상이고, 배움이라는 단어는 은유입니다. 고통을 겪는 법은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달리기, 높이뛰기, 100미터 수영은 훈련하는 것이지만 고통을 겪는 법은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익숙해질뿐이고 습관이 되는 것이지요. 어떤 사람에게 오래된통증이 있다는 것은 그가 그 통증에 놀라지 않고, 그통증으로 인해 다른 활동을 하는 데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뜻으로, 통증을 더 이상 느끼지 않고, 고통이 그의 삶의 리듬에 동화된 것입니다. - P112

저는 일반의학의 약화가 큰 불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환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일반의들이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수많은 전문의 집단으로 대체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안과 의사라면 각막만을, 피부과 의사라면 피부만을 보기 때문에 살아 있는 환자와 환자의문제를 전체로서 판단하고 종합할 사람이 없게 됩니다. 그로 인해 모든 경우에 동일하고, 지나치게 단순하며 유일한 해결책을 조장하게 되며, 어떤 의미로든 우선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 P116

저는 몇 년 전에 의사들의 학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주제가 거짓말이었습니다. ‘거짓말을 해야 하는가? 사실대로 말하지 말아야 하는가?‘였지요. 미국에서는 의사들이 있는 그대로 진실을 말하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의사들이 사실만을 말하지는 않으며 거짓말을 합니다. 토론을 시작하면서 제 자신은 거짓말을 지지한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들은 자신들도마찬가지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거짓말할 필요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덧붙이면서요. 환자자신이 거짓말의 공모자가 되길 바라면서, 잠재의식에서는 거짓말을 매우 잘 이해한다는 거지요. 인간의진실성 내에는 다수의 층이 있으니까요. 그렇지요?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환상을 품기때문입니다. 사실상 자신의 병은 별것 아닌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즉 심근경색이라고 생각한 것이 늑골 통증이나 류머티즘일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 P120

요컨대 저는 특정한 시기의 의학, 의사, 질병, 환자의 역사적 상황에 따라 안락사에 찬성합니다. 문제되는 경우의 구체적인 특성에 따라서 말입니다. 모든경우에 같은 방식으로 결단을 내릴 수는 없지요. 특히시간성과 시간성이 초래하는 모호함 그리고 시간성이부과하는 인간의 미묘한 차이들을 각각 달리 취급해야 할 겁니다. 인간은 시간의 존재입니다. - P124

‘변형‘transformation 이란 단어 자체에서 나타나듯이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의 이행을의미하는데, 죽음은 아예 형태의 부재로 옮겨가는 것이므로 변형이라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관념은 재현될 수도 없고, 경험적으로 인식될 수도 없습니다. 죽음은 완전히 다른 것이나, 아무것도 아닌 것 혹은 무無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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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헤겔의 정신현상학 - 자유의지, 절대정신에 이르는 길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이병창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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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능한 한 충실하게 헤겔의 자유의지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소개해보려 한다.

-알라딘 eBook <헤겔의 정신현상학> (이병창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중에서 - P7

다시 말해 101세에 죽었다면 이론적으로는 102세까지 살 수있었던 겁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어떤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사실이지요. 따라서 죽음의 문제는 극히 미미한 사고에 대한 해독解讀과 의학의 힘으로 인해 좀 더 복잡해집니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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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하여 - 철학자 장켈레비치와의 대화 철학자의 돌 4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 지음, 변진경 옮김, 이경신 해제 / 돌베개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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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죽음에 대한 철학은 삶에 대한 성찰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실제로 죽음에 대한 태도는 삶의태도와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죽음을 무시하고 외면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반대로 저는 이 태도가 죽음을 가볍게 다루지 않고 진지하게 고려하는 유일한태도라고 생각합니다. - P58

하지만 확실한 점이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존재한다는 것의 놀라움을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 P63

가브리엘 마르셀 Gabriel Marcel (1889~1973)‘은 문제와 신비를 구별했습니다. 문제는 백일하의 투명한 대상처럼 내 앞에, 내 밖에 존재하는 반면, 신비의 경우에는 내가 그 안에 존재합니다. 그런데 죽음은 문제이자 신비이고, 논리적이면서 신비롭습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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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롤랑 바르트의 사진 - 비평적 조망
낸시 쇼크로스 지음, 조주연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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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syeong21/223694458696

낸시 쇼크로스는 『롤랑 바르트의 사진』에서 “바르트가 푼크툼―쏘임, 베임, 또는 찌르고 멍들게 하는 사건―을 시간과 연결한 것은 복잡한 사태가 잠재된 결합은 물론이고, 의심할 나위 없이 골치 아프고 정신을 돌아버리게 할 결합의 징후이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찔림‘이라는 표현은 다소 고통을 연상시킬 수 있지만, 여기서는 ‘인상 깊은 경험’이라는 순화된 표현을 사용해본다. 이처럼 순화할 수 있는 이유는 푼크툼과도 같은 <전.과.자> 촬영이 무사히 끝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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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어른의 중력 - 생의 1/4 승강장에 도착한 어린 어른을 위한 심리학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 지음, 임슬애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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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syeong21/223770394794


지인의 추천으로 『어른의 중력』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안정형 아버지, 엄마, 동생 속에서 나는 ˝의미형 인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어린 시절 절에 다니며 설법을 들었다고 해서 누구나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물음에 깊이 꽂혔고, 평생 끊임없이 질문해왔다. 이를 돌이켜보면, 애초에 나의 DNA 자체가 ˝의미형 인간˝이었던 것 같다. 새삼스레, 스스로를 해석하는 힘이 생기는 기분이다.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의 『어른의 중력』은 20대~30대 초반, 어린 어른을 위한 책으로 대중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나는 이미 이 시기를 지나왔지만, 만약 20대 시절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방황의 시간을 조금 더 단축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마치 모든 길을 멀리 돌아가며, 길게 길게 방황하고, 그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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