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이운경 옮김 / 한문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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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어스는 환원적 유물론자다. 네오에게 매트릭스의 존재를 알려주면서 모피어스는 이렇게 묻는다. "실재라는 게 뭐지? 실재를 어떻게 정의하지? 촉각, 후각, 미각, 시각, 뭐 이런 걸 말하는 거라면 실재라는 건 그저 자네의 뇌가 해석하는 전자 신호일 뿐이야." 이것은 분명히 환원적 유물론의 입장이다. (여기서 모피어스가 ‘제거적 유물론‘으로 알려진 또 다른 관점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철학이나신경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관점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것을 전제할 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거적 유물론의 관점을 들으면 보통 그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매트릭스>의작가들 중 한 명이 철학을 전공했을 경우를 대비하여 이 관점을 뒤에서 논의하겠다.) - P210

내가 이 글을 시작하면서 환원적 유물론, 제거적 유물론 그리고 이원론을 구별했던 것을 상기하라. 지금까지 나는 매트릭스가 환원적유물론의 틀 안에서는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제거적 유물론의 틀로이동하여 매트릭스를 보는 것은 매트릭스가 존재할 이유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우리가 이 영화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원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기계 안의 영혼‘ 의 존재를 인정해야 하는가?
아니다. 사실 매트릭스는 작가의 각본 그대로 작동할 수 있다. 단 작가들이 하나의 부가 원칙, 즉 의식의 의도성에 충실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 P219

모피어스 : 운명을 믿나, 네오?
네오 : 아니오.
모피어스: 어째서?
네오 : 내 삶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거든요.
자유. 모든 사람들은 그것을 원한다. 그러나 누구나 그것을 가질 수있을까? 모피어스는 인간들을 매트릭스에서 해방시키고 싶어한다.
사이퍼는 모피어스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스미스 요원은 컴퓨터를 인간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고 싶어한다. - P226

다시 매트릭스로 돌아가면, 사이퍼는 모피어스에게서 벗어날 수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과연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많은관객들이 ‘아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사이퍼는 매트릭스에서도 여전히 지배적인 입장에 서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적극적인자유‘ 혹은 ‘......에 대한 자유‘가 결여될 것이다. 그는 어떤 것을 할수 있는 자유는 갖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 P228

칸트에게 있어, 당신이 좋은 삶을 영위했는지 혹은 그렇지 않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당신이 어떤 경험을 했는가가 아니라 당신이 어떤 선택을 했는가‘ 이다. 만약 당신이 언제나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면 당신이 계획한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더라도 당신은 좋은사람이다. - P229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그는 진정한 인간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경험 기계 안의 사람들의 삶에는 무언가가치라는 것이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예언자라는 존재는 여전히 문제를 제기한다. 그것은 실재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진정한 대안이 그들에게 열려 있는가, 아니면 그들이 하는 모든 선택들은 이미 정해진 것인가? - P231

"인류 역사를 통틀어 진정한 운명론자는 단 한 명도 찾기 힘들 것이다. "13) 그에 따르면 운명론이란 "어떠한 일이 발생하든 운명을 피할 수는 없다는 믿음이다."14)예언자의 예언이 정확하다는 것을 전제할 때,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운명론이 상당히 합리적인 관점인 것처럼 표현되어 있다. - P233

미래는 열려 있다. 그것은 미래가 하나 이상의 방식으로 전개될 수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 하나 때문에 자유 의지의 존재가 성립되는것은 아니지만(자유의지를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운명이 결정되어 있는 사람보다 임의의 사건에 대해 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적어도 그것은 자유의지를 가능하게 한다. - P241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모피어스는 우리에게 알려 준다. 예언자는 그녀의 추종자들이 길을 걷도록 돕는다.
그녀는 그들을 부추겨 그녀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예언자의 예지가 진짜라기보다 그녀가 예지를 가지고 있다는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에) 네오는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고, 이성의한계 안에서는 어떤 것도 가능한 세계에서 살 수 있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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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이운경 옮김 / 한문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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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는 가상현실이며 "진실을 보지 못하도록 당신의 눈을 가리는 세계이다. 그것은 특정 부분을 제외하고는 너무나 광범위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실재 같아서, 그곳에접속되어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진짜라고 믿는다. 심지어 ‘그‘ 인 네오조차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그의 눈을 가리는 장막을 벗겨 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 P193

이제부터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마음의 철학이다. 우선 입맛을 돋우기 위한 전채 요리로 마음 - 육체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제공될 것이다. 그 다음엔 두 가지 주요 요리가 나온다. 첫째는 인공지능, 특히 인공적인 마음의 가능성이고, 둘째는 형이상학, 즉 마음의 진정한 본질이다. 나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로 인공적인 마음이 가능하며, 뇌의 상태가 마음의 상태라고 주장할 셈이다. 여기에는물론 긴장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할 것이다. - P194

매트릭스를 만든 존재가 아무리 지능적이고 창조적으로 보여도 그들에겐 생명이 없는 반면 우리에겐 생명이 있다는 결정적인 차이가존재하지 않느냐고? 물론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매트릭스를 만든존재들은 자율적인 존재일 뿐만 아니라, 자기 복제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 P202

기억하라, 매트릭스는 기계가 만든 영혼이다. - P204

빨간색을 본 적이 없다면빨간색을 인공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가네브카드네자르호의 식사 시간. 마우스는 동료 대원들에게 다음과같이 묻는다. "기계들은 과연 테이스티 휘트가 실제로 무슨 맛이 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여기서 테이스티 휘트는 가상 아침 식사의 균형 잡힌 식단이다. 마우스의 질문은 기계들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정한다. 그러나 이 질문은 그들이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그렇지 않느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매트릭스를 경험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그들이 알고 있는지 관한 것이다. 이것은 또다른 마음에 관한 문제이다. 마우스는 그저 네오에게 테이스티 휘트가 어떤 맛인지 알고 있느냐고 묻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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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이운경 옮김 / 한문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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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에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라고 모피어스는 말한다. - P132

‘거울-반영‘의 이미지를 가장 심오하게 사용하고 있는 장면은 예언자의 아파트 시퀀스이다. 승복을 입고 결가부좌로 앉아 있던 소년은 염력을 이용하여 숟가락을 구부린다. 그가 네오를 향해 숟가락을들어보이자 숟가락에는 네오의 영상이 비친다. 이것은 명쾌함과 진실을 대변한다. 그 진실은 소년과 네오가 공유하는 것이며 네오에게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숟가락은 없다." - P134

진실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alethia‘는 ‘벌거벗은 상태‘를 지칭하기도 한다. 이것은 적나라한 진실의 개념을 암시한다. 그는 거울로변신함으로써 최초의 진정한 각성을 경험하게 된다. 그는 지금껏 진짜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 사실은 프로그램 된 환상이자 "우리를 끊임없이 통제하기 위해 건설된 컴퓨터가 만들어 낸 꿈의 세계"라는 진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 P134

‘앤더슨 Anderson(‘앤드루의 아들‘ 이라는 의미의 스웨덴어)‘은 ‘사람‘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의 어근 ‘andr‘에서 파생되었다. 그러므로어원적으로 앤더슨은 ‘사람의 아들‘을 의미하는데 예수는 종종 자신을 가리켜 ‘사람의 아들‘이라 칭하곤 했다. 영화 초반부에 네오는 실제로 ‘예수 그리스도‘로 불려지기도 한다. 네오가 초이에게 불법 소프트웨어를 건네자 그는 "할렐루야, 너는 내 구세주야. 나만의 예수그리스도"라고 말한다.
네오가 걸어가야 할 길은 예수의 일생을 연상시키는 점이 많다. 처녀 잉태도 이 가운데 하나다. - P148

"숟가락은 없다"라는 말에서 가장 분명하게 표현된다. "숟가락을 구→부리려고 하지 마세요. 그것은 불가능해요. 대신 진실을 깨달으려고노력하세요. 숟가락은 없어요. 그러면 구부러지는 것은 숟가락이 아니라 오직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 P153

칸트가 옹호하는 다른 대안은 계몽 철학적인 구원의 개념이다. 그리고 이러한 계몽 철학의 원칙들은 미국 헌법에 구현되어 있다. 가치있는 유일한 사회는 ‘자유로운 사람들이 스스로를 다스리는 사회 이다. 노예들은 자신들이 스스로를 해방시킬 때라야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만약 자신의 노력 없이 그들에게 자유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노예 상태로 다시 전락할 것이다. 칸트는 우리 자신 말고는 어느누구도 우리를 구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자기 해방은 우리각자가 스스로 발견해야 할 운명인 것이다. - P171

모피어스가 염두에 두고 있는 자유는 단순히 매트릭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며 단순히 자신의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적인 자유도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차원 높은 해방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운명 혹은 숙명에 대한 참여이다. 그의 목표가 "문명의 절정"에 있는 우리의 ‘실제 현대 세계‘를 단순히 복제하는 것은아닐 것이다. 이것과 다른 더 나은 세상, 자유와 행복을 결합한 인간완성의 세계일 것이다. - P176

그러므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네오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한다. "자네는 평생 동안, 세상이 뭔가 잘못되어 있다고 느껴왔네. 그게 뭔지는 몰라도, 자네 마음속에 가시처럼 박혀 자네를 미치게만들지…………. 매트릭스는 어디든지 있어. 그것은 사방에 존재한다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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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달리 또는 존재성을 넘어 레비나스 선집 6
에마누엘 레비나스 지음, 문성원 옮김 / 그린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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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타자로 이행함, 존재와 달리, 달리 존재함이 아니라 존재와 달리, 이것은 결코 존재하지 않음이 아니다. - P17

철학은 존재의 발견이며, 존재의 존재성은 진리이고 철학이다. 존재의 존재성은 시간의 시간화다. 즉 동일적인 것의 효소이고동일적인 것의 재포착 또는 상기이며, 알아차림의 통일성이다. - P70

[반면에] 근접성의 절대적이고 고유한 뜻은 "인간성을 전제한다. 우리는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다. 과연 인접성 그 자체가 근접성 없이, 즉 다가감, 이웃함, 접촉 없이 이해될 수있는가? 그리고 이 공간의 동질성이 모든 차이에 맞서는 정의의 인간적 의미작용없이, 따라서, 정의가 그것의 항인 근접성의 모든 동기작용없이 이해될 수 있는가? - P176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의 근접성이 가리키는 인간성을 우선 의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앎이나 (결국 같은 것인데) 능력을 지닌 자아의 동일성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 P180

자기자신의 주체성이 지닌 부정적인 이성질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형용할 수 없는 신비를 인정하는 것이아니라, 종합-이전의, 논리-이전의,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원자적인, 즉 분할-불가능한in-dividuel 자기의 통일성을 긍정한다. - P232

열림에 대한 강조가 대신함까지이르는 타자를 위한 책임이라는 것, 탈은폐의 타자를 위함, 타자에게 드러남이라는 타자를 위함이 책임의 타자를 위함으로 변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다. - P260

박해받는 자는 언어로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박해는 변명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해란 주체가 로고스의 매개 없이 공격당하거나타격을 입는 바로 그 계기를 뜻한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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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레비나스 선집 5
에마누엘 레비나스 지음, 김성호 옮김 / 그린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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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말의 동사적 의미에서 존재‘étre에서 출발할 것이다. 다시말해 나는 ‘존재자들‘étants사물들, 생물, 인간 개인들로부터도출발하지 않고, 모든 것을 어떻게든 전체성에 포섭하는 자연으로부터도 출발하지 않을 것이다. - P8

타인은 존재자이고 그 자체로 중요하다. - P21

인간은 내가 그에게 이 만남 자체를 표현하지 않고는 내가 만날수 없는 유일한 존재다. 만남은 바로 이것을 통해 인식과 구별된다. 인간적인 것에 대한 모든 태도에는 인사가 있다. - P23

기적은 사유의시작 또는 경험의 시작이다. 시작하는 사유는 사실의 기적 앞에 있다.
관념과 다른 사실의 구조는 기적에 있다. 이것을 통해, 사유는 단순히 상기가 아니라 늘 새로움에 대한 인식이다. - P34

무한과의 관계는 욕망, 다시 말해 바로 사유가 사유하는것보다 더 무한히 사유하는 사유다. 사유가 사유하는 것보다 더 사유하는 사유를 요구하기 위해 무한은 욕망할 수 있는 것에서 물질화될수 없고, 무한하기에 종말에 갇힐 수 없다. 무한은 얼굴을 통해 요구한다. 너Un Tu가 나e Je와 절대적 그le Il absolu 사이에 끼어든다. - P97

타인과의 만남은처음부터 타인에 대한 나의 책임입니다. 이웃에 대한 책임은 우리가이웃사랑, 에로스 없는 사랑, 자비, 윤리의 순간이 정념의 순간을 지배 하는 사랑, 욕정 없는 사랑이라 부르는 것에 대한 엄격한 이름입니다. - P159

존재와 그 존재가 달리는 확고한 선두의 필연성들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존재 그 자체를 걱정하는, 거부할 수 없는 권위의 타율. 이것은 바로 윤리에 대한 불순종과 위반이 권위와 선함을 논박하지 않고, 무력하지만 주권적인,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의식으로 복귀하는 윤리의 온전한 새로움이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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