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람이란 일단 습관을 붙이고 나면 그날그날을 힘들이지 않고 지낼 수 있는 법이다. 우리의 도시가 바로 그런 습관 붙이기를 조장하는 터이고 보면 만사형통이라고 해도 좋겠다. 이런 각도에서 본다면 삶이란 아주 흥미진진한 것은 못 된다.
-알라딘 eBook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중에서
"의사들의 실험 재료가 되기는 싫어요."라고 어떤 환자의 아내가 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 환자는 의사들의 실험 재료가 된 것이 아니라 죽어 가고 있었을 뿐이다. 사태에 대비해 세운 대책들이 불충분하다는 것은 보나마나 아주 빤한 일이었다. ‘특수 시설을 갖춘’ 병실들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리유는 잘 알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중에서
랑베르는 침대에서 펄쩍 뛰며 일어났다. 얼굴은 흥분으로 상기되어 있었다. "관념이죠, 하나의 어설픈 관념이죠. 인간이 사랑에게서 등을 돌리는 그 순간부터 그렇죠. 그런데 바로 우리들은 더 이상 사랑할 줄 모르게 되고 만 겁니다. 단념합시다, 선생님. 사랑할 수 있기를 기다립시다. 그리고 정말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영웅 놀음은 집어치우고 전반적인 해방을 기다리십시다. 나는 그 이상은 더 나가지 않겠어요."
-알라딘 eBook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중에서
페스트는 모든 경제생활을 파괴했고, 그 결과 엄청난 숫자의 실업자가 생겨났던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 실업자들은 간부직을 위한 충원 대상은 못 되었지만, 막일에 관한 한 그들 덕에 일이 쉽게 되었다. 그 시기부터는 사실 곤궁이 공포보다 더 절박하다는 사실을 늘 눈으로 볼 수 있었고, 위험성의 정도에 따라서 보수를 지불하게 마련이고 보니 그 점은 더욱 명백해졌다. 보건과에서는 취업 희망자의 리스트를 마련해 놓을 수가 있었고, 그래서 어디서 결원이 생기기만 하면 그 리스트의 첫머리에 올라 있는 사람에게 통지를 하곤 했는데, 그 사람들은 그 사이에 자기 자신들이 결원되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출두하게 마련이었다. 유기 또는 무기 죄수들을 활용하기를 오랫동안 주저해 왔던 지사도, 이렇게 해서 그러한 극단적 조치에까지 가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실업자들이 있는 한은 견딜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알라딘 eBook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중에서
그러나 사랑하는 그 얼굴, 그 웃음, 나중에 생각해 보니 비로소 그이가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런 어느 날의 일, 이런 모든 것들은 뚜렷하게 생각이 나지만, 그런 것을 다시 그려 보는 바로 그 시간에, 또한 그때 이후 그렇게도 먼 곳이 되어 버린 그 장소에서, 상대방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상상하기란 대단히 힘들었다. 요컨대 그 시기에, 그에게는 기억력은 있었지만 상상력은 부족했다. 페스트가 2단계에 접어들자 그들은 기억력조차도 상실해 갔다. 그 얼굴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결국은 같은 이야기지만, 그 얼굴에서 살이 없어져 그 얼굴을 자기들의 마음속에서 알아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알라딘 eBook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중에서
왜냐하면 연애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미래가 요구되는 법인데, 우리에게는 이미 현재의 순간 이외에는 남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