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고 하면 '복사'를 생각했던 나,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카피' 하면 광고에 나오는 멋진 문구를 뜻하는 말이 되었다. 예컨대 이런 말.
"너는 바다를 꿈꾸고 나는 너를 꿈꾼다"
그러니까 나와 너, 바다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삼각관계를 형성한다는 뜻? 뭔가 있어 보이는 이 말은 실론티 광고란다. 삼각관계랑 실론티가 무슨 상관이냐고 묻지 말자. 광고는, 논리가 아니라 감정으로 어필하면 되는 거니까.

"결혼 10주년, 남편은 여전히 아름답다고 고백했다. 여자에게 보석은 피부라는 걸 알았다"
이건 화장품 광고란다. 남편이 아름답다고 했지, 피부가 좋다고 한 건 아니잖는가, 하는 촌스러운 질문도 그만두자. 말이 멋있으면 된 것이지, 논리를 들먹여 상황을 썰렁하게 만드는 건 무드없는 사람이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카피는 김정은의 '부자되세요!'다. 그리 멋있지도 않는 이 멘트가 공전의 히트를 친 것은, 돈을 숭배하면서 겉으로는 부정하는 척했던 우리의 위선을 이 멘트가 깼기 때문이지 않을까? 참고로 나는 김정은이 선전하는 BC카드를 열나게 썼다. 그래서 부자가 되었냐고? 카드가 닳도록 쓰는 덕분에 월급을 타면 대부분이 카드회사로 가고 있다. 그러니 카드를 선전하면서 "부자 되세요---"는 명백히 틀린 말이지만, 역시나 광고카피는 논리가 아니라 감정에 어필하는 것이고, 김정은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니 봐주자.

선거에도 이런저런 구호가 난무한다. '구호'라고 표현했지만, 선거에서 쓰는 말도 사실 광고카피와 다를 바가 없다. 내실에 못지않게, 누가 더 멋진 말을 만들어 내는가도 표심에 영향을 미치니까. 지금까지의 선거구호 중 가장 잘되었다고 평가받는 건 자유당 집권시절 민주당이 내세운 '못살겠다 갈아보자!'였다. 이 구호에 대해 자유당은 “갈아봤자 별수 없다. 구관이 명관이다”와 “갈아보면 더 못산다”라는 진부한 구호로 맞섰지만, 민심의 향배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신익희가 급사하지만 않았다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정주영-김대중-김영삼이 붙은 92년 대통령 선거 때, 민자당 국회의원이 한 멘트도 길이 기억에 남을 명언이다. "산에는 산삼, 바다에는 해삼, 청와대엔 영삼"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 이 구호는 물론 김영삼의 당선에 쥐꼬리만큼도 기여하지 못했을 텐데, 참고로 난 이 구호를 참조해 이런 카피를 만들어 봤다.
"아빠는 샤워중, 아들은 공부중, 청와대엔 김대중"^^
정주영에 대해서도 하나 만들어 볼까? "인어공주는 아리영, 가요대상은 이수영, 청와대엔 정주영"^^

97년 정권교체가 된 이후, 각종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이 내세운 구호는 늘 똑같았다. "부패정권 심판!" 그 구호가 먹혀서인지 2000년 총선부터 시작해 재보궐 선거, 지자체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압승을 했는데, 정작 중요한 게임인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한 걸 보면 약발이 다했나보다. 그러니 잘 먹힌다고 너무 우려먹을 일은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선거 구호로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탄핵반대, 민주수호"만 외치면 될 테니까. 지지율이 떨어져 고민중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과연 어떤 구호를 외칠지가 못내 궁금하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4-03-25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살겠다 갈아보자, 왠지 저한테도 친숙한데요? 마태우스님이 만드신 카피도 너무 귀여워요~ >.< 이번에 대장금 주제곡 '오나라'를 한나라당이 쓰기로 해서 또 발칵 뒤집혔던데, 정말 이젠 카피도 기대되는군요. ^^

진/우맘 2004-03-2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요즘 나오는 모 요구르트 CF 중에, 선거유세 장면을 패러디하여 '굵고, 길게 해보겠습니다!'라고 외치는 것이 있습니다. 아마도 변을 굵고 길게 해주겠다는 얘기겠죠?
저는 볼 때마다 궁금합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더불어 정치에 대한 넌더리도 만만찮게 심해진 요즘, 저 광고는 상품 판매에 마이너스 요인일까, 플러스 요인일까?

마태우스 2004-03-26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아빠는 샤워중 그거요? 하핫. 제 컨셉이 귀여움 아닙니까.
진우맘님/전 정치가 너무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는 게 안좋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좋은 광고에 정치 장면이 나오는 건 플러스라고 봅니다!
 

 

 

 

 

 

술을 마실 때, 난 늘 이런 말을 한다. "나라도 경제를 살려야 해!"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가 술을 마시는 진짜 이유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얘기를 하기 위해 꼭 술을 마셔야 할까?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남자끼리, 혹은 여자랑 있다해도, 차 한잔을 놓고 서너시간 씩 얘기를 하는 건 영 불편하기 때문이다.

술을 좋아해서 서재 이름도 '참이슬이 있는 서재'지만, 내 주량은 그다지 세지 못하다. 소주 두병이면 기본은 하는 거지만, 결코 잘 마시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건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술을 마신다는 거. 일년에 300번을 넘게 술을 마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거다. 그런 꾸준함이 있기에 내가 친구들로부터 존경받는 게 아니겠는가?

서재를 돌다보니 알라딘 분들 중에는 굉장한 주당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걸 알고나니, 술일기를 쓰면서 소주 한두병 마신 것까지 일일이 카운트를 하는 게 좀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내가 술일기를 쓰는 건, 술읽기를 통해 우리 사회를 읽고자 함이지만...). 그 주당들 몇분을 소개하고, 왕중왕도 뽑아보도록 하겠다.

1. 검은비님(가명 아님)
검은비님은 예술가다. 예술과 술은 원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 그래서인지 무지하게 술을 잘하신다. 검은비님이 최근 쓰신 글의 한 대목이다.
[저녁 먹으러 들어가서부터 새벽 5시까지 술을 마셨다. 거의 10시간 가까이.....나도 한 술 하지만 그 인간도 장난 아니였다. 둘 다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술 마시고 하다보니 창이 훤해졌다. "너처럼 징하게 술 마시고도 멀쩡한 인간 첨 본다. 젊은게 좋긴 좋구나~~!!" 하더니...먼저 두 손 들고 잠자러 자기방으로 돌아갔다. 사실 나도 많이 취해있었지만 난 취하면 바보가 되는 기분이 들어 의식적으로 취기를 몰아내곤 한다. 그러다가 하다하다 막판까지 가면 그냥 기절한다. 하하하...왠만하면 기절전에 집으로 가지만]
새벽 다섯시까지 열시간이나 술을 마시다니! 정말이지 존경스러운 분이다. 자주 술을 안마셔서 그렇지, 한번 마시면 모든 사람을 맛가게 만드는 전설의 검객 검은비님. 왕중왕의 유력한 후보다.

2. 연보라빛우주님
젊음의 패기로 무장한 우주님의 글이다.
[간만에 맥주를 많이 마셨다. 하지만, 기분이 좋았던 고로 시종일관 웃었다. 술버릇 중, 하나는 웃는 거니까. 대부분 술을 많이 마시면, 목소리가 커지고 괜시리 더 웃음이 많아진다. 오늘은 이 첫번째 증세가 나타났다. 여타 다른 증세는 좀 추하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거나 아니면 가끔 울기도 한다. 기분이 아주 다운되었을 때 그렇다. 대부분은 그냥 웃기만 한다]
글의 내용으로 보건대, 우주님의 주량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원래 술을 잘마시는 사람은 독한 술을 좋아하기 마련이다(물론 전 야구선수 김인식 같은 사람은 생맥주를 16,000cc를 마셨다고도 하지만). 아쉽게 탈락!

3. 플라시보님
호걸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플라시보님은 '한술' 하는 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내가 꼭 넘어야 할 벽으로 생각하고 있다. 플라시보님의 글이다.
[우리 네명은 집 근처에 있는 횟집으로 가서 회를 하나 시키고 둘러앉아... 소주잔을 돌리기 시작했다. 소주가 한병에서 두병 다시 네병 다섯병 마구마구 늘어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술이 알딸딸하게 된 류모양이 병돌리기를 하자며 발악을 했고 우리는 그때부터 병을 돌리고, 못 먹겠다고 버티고, 흑기사 없냐며 울부짖고, 이건 내쪽이 아니라 니쪽이라며 우기기의 향연을 시작했다. 10시에 시작한 술자리는 그렇게 새벽 2시까지 이어졌고 2시가 넘어서서야 일행들은 집에 가야한다며 슬슬 일어나기 시작했다]
글을 보니 친구분들도 다 한술 하는 것 같지 않는가? 진정한 강자는 조용히 술잔을 비우는 사람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울부짖으면서 마시는 사람이 더 강한 법이다. 플라시보님의 또다른 무용담이다.

[예전에는 그런걸 몰랐었다. 조금 허름한 집에서 소주를 먹는 맛을 말이다. 나는 언제나 깔끔하고 깨끗한 Bar들만 골라 다녔고 병째 마시는 술은 맥주 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양주를 병째 시켜놓고 부어라 마셔라 하는 인간들이 무식해 보이듯 소주도 빈병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마시는건 역시 무식해 보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흰 와이셔츠에 조끼까지 챙겨입은 예쁜 언니가 아닌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서빙인지 손님 접대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막 말을 붙이고 먹는 법 까지 상세하게 알려주는 가계에서 소주를 먹는것도 참 괜찮다는걸 말이다....셋이서 대게에 소주를 마셨다. 하도 간만이라서 초장에는 좀 주춤했지만 이내 몸이 소주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우리는 대게 한 접시를 비우면서 소주를 2병에서 3병 그리고 4병으로 이어갔다.  2차로 맥주를 마시러 갔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4시였다. 요 근래의 내 생활에서는 드물게 오랫동안 술을 마신 날이었다]
내 약점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거다. 기껏해야 새벽 두시가 고작이다. 게다가 소주를 마시고 맥주를 마시면-전문용어로 '소맥'이라 한다-십중팔구 필름이 끊긴다. 그런데 플라시보님은 셋이서 4병을 마시고 다시금 맥주를 마셨다니, 나보다 한수 위다. 몸을 만들기 전까지는 대결을 회피하는 게 좋겠다.

4. 진우맘님
진우맘님은 술을 그다지 잘 못마실 것 같다. 연약해 보이는 외모가 그런 착각을 더욱 부채질한다. 하지만 그런 건 아니다. 진우맘님이 쓰신 '음주공적'의 일부다.

[처음 떠난 MT...술이 떨어졌다. 한 학번 선배와 내가 매점으로 술심부름을 가게 되었다. 소주를 사들고 돌아서는데, 선배가 꼬신다. "야, 우리, 이거(소주병) 완샷 한 번 해볼까?" 흠...이 선배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다. 가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개구리 같다고나할까... 왜 그런 제안을 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나중 얘기로는, 설마 한다고 할 지 몰랐단다. 당시 나는 그것이 <매우 재미있을 것>같았다.(미쳤지... -.-) "넷!" 대답하고는 "하나, 둘, 셋!" 센 후 병채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선배는 반 병을 채 못 마시고는, 내가 금방 그만두겠거니...하며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멈출 기미가 안 보이고, 병이 점점 비어가자 갑자기 내가 죽을까봐 겁이 덜컥 났더란다. "야, 그만해, 그만!" 끌어말렸지만 그 땐 이미 텅 빈 소주병. 멀쩡한 나는 "헤, 내가 이겼죠?"하고는 돌아서 걸었다. 허어.... 하긴, 내가 그날 끝까지 멀쩡했던 것은 아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필름은 끊겼다. 다음 날 동기에게 들으니 호수에서 배 타고 싶다며 한밤중에 물가의 배를 미는 내 다리에 이 녀석, 30분이 넘게 매달려 있어야 했단다. ㅎ...ㅎ...ㅎ...]
소주 한병 가지고 맛이 가다니, 이런 말을 하시는 분이 있을지 몰라도, 한병을 원샷하는 건 밤새 소주 네병을 마시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내 주위에도 그런 사람은 없고,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 아는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을 봤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진우맘님의 실력은 다음 글에 나온다.

[음주공적 2탄. 소주 네 병 반. ----- 이것은, 음주공적이 아니라 음주 기록에 가깝겠다. 네 병 반, 내가 마시고도 필름이 안 끊기고 말짱했던 최고 기록이다. 명지대 원어 연극을 구경갔던 뒤풀이, 친구와 나는 왠지 그 날 술이 잘 받았다. 빠른 속도로 신나게 먹고 있는데, 내가 얼추 추정한 것이 네 병 반. 더 먹을 수 있었지만 처음 가 본 동네에서 차 끊길까봐 그냥 일어나야 했고, 평소 주량을 한참 오바했는데도 말짱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심지어, 다음 날 새벽, 어설프게 술이 깨면서 잠까지 안 와서 5시 반에 일어나 목욕탕까지 갔다. <주량>의 정의는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평균 음주량일 것이다. 그러나, 혹여 주량이 마시고 취하지 않을 수 있는 최대치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주량은 그 때 소주 네 병 반이었던 것이다. -.-]
집 근처였다면 아마도 다섯병을 넘게 마셨을 것이다. 고려대 농구감독이던 박한 씨는 셋이서 99병을 마시고 100병을 채우려고 가게를 헤매다 통금에 걸렸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지만, 보통 사람에게 다섯병은 거의 치사량이다. 그런데 그 갸냘퍼 보이는 진우맘님이 바로 그 전설의 다섯병을 마시는 분이였던 것이다. 하지만...다음 글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일찌감치 속이 가서 대학 2학년 무렵부터는 은퇴 선언을 해야했다. 내 음주 전성기는 짧고도 화려했던 것"
하지만 사자는 속이 가도 사자이고, 사자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풀을 뜯지 않는 법, 진우맘님이 다시 날라올라 커다란 날개로 세상을 어둡게 할 그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왕중왕의 강력한 후보로 등록.

5. 앤티크님
[나는 주량이 소주 반병 남짓 되는터라, 두사람이서 한병을 채 비우고 오지 못할 때가 많았다. 혈기왕성할 땐, '아까운 술을 이렇게 남길수야 없지!'라며 남은 술을 어떻게든 들이붓고 흩어졌지만, 한해 한해 지날수록, 몸도 따라주지 않고, 괜한 오기인 것만 같아, '음, 왠지 마음이 안좋은데'라며 술이 조금 남은 병을 뒤로 하고 돌아서곤 했었다]
앤티크님은 전형적으로 술을 못하시는 분이다. 반병이 한계고, 그나마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그만 두었으니 말이다. 탈락.

6. 파란여우님
낭만과 풍류를 아시는 파란여우님은....[의외로(?) 술을 잘 못한다. 소주는 2잔이상, 병맥주는 글라스로 2잔, 생맥주는 500cc, 양주는 스트레이트 잔으로 1/3 이상 마시면 치사량이다. 취하는 첫번째 증상, 어지럽다. 둘째, 다리가 공중에 붕 뜬것처럼 가벼워 진다. 셋째, 졸립다. 넷째, 실실 웃으며 횡설수설한다. 다섯째, 머리가 아파진다. 여섯째, 아무대나 기대어 자야 한다...]
사실 술을 못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밥을 많이 먹는 게 자랑이 아니듯, 술을 많이 먹는 것도 자랑은 아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술을 잘하는 사람 중엔 나쁜놈이 없다느니 하면서 술을 못마시는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 앤티크님, 우주님, 파란여우님, 세상은 술 말고도 많은 즐거움이 있답니다. 기죽지 마시고 즐겁게 사시길! (참고로 술 못마시는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사람은 바로...나다!)

7. 마냐님
기자와 술을 연결시키는 사람이 많다. 현직 기자이신 마냐님은 과연 술을 얼마나 마실까? 마냐님의 말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술이 싫다. 대학시절 내 주량은 대충 소주 2병 정도인듯 하다. 하지만 그 시절 단 한번도 정신을 잃어본적도 없구 늘 동기, 후배 챙기는게 내 몫이었느니...뭐 따질 것두 없다..다만 그 시절 김치찌게에 소주..그 것만으로도 늘 즐겁게 술독에 퐁당 빠졌다]
아니 소주를 두병이나 마시고, 즐겁게 술독에 빠지셨던 분이 왜 술이 싫다고 하는 걸까? 다음 대목을 읽어보자.

[내가 술을 싫어하게 된 시발점. 당시 우리 캡(사회부 경찰기자 우두머리다)은 술을 무척이나 좋아했구..대략 주5회 정도 술을 마셨던 거 같다. 물론 거의 날마다 폭탄을 돌렸다. 더구나 울 캡의 특징은 '점호'. 대략 자정부터 사람을 챙겼다. 없는 놈, 즉 달아난 놈이 있으면 남아있는 모든 인간이 피곤한 밤을 보내야 했다. 정말 쪽팔리지만..캡의 랜드로바에 술을 돌리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고 끔찍하다...

이어 어찌저찌 돌다가 K부장을 모시고 경제부 기자 하던 시절. 그 전설적인 K부장은 폭탄주 기본이 10잔이었다.(99년이던가..K부장은 360일 폭탄을 마셨다고 했다) 나두 당근 10잔을 마셨구..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술 좀 한다 했지만 사실 10잔 마시면 죽는다. 난 대체로 3~4잔 마신뒤부터 슬쩍 빠져나가 목구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런 식으로 10잔 버틸때까지..2~3번은 오바이트 하면서 계속 마셨다. 뭐, 그 당시만해도 나 혼자 홍일점인데...못 마신다고 빼기도 뭐했구...어쨌거나 버티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럭저럭 기자 술자리 10년 경력 쌓고 나니..정말 술이 싫다]
그렇다. 아래 사람들을 술로 괴롭히는 상사들이 즐겁게 술을 즐기던 마냐님을 술에 대해 혐오감을 갖도록 만든 거다. 아니 그 아까운 술을 왜 억지로 먹인담? 술을 누가 쏟을까봐 소주 한잔을 따르고 난 다음에도 일일이 뚜껑을 덮는 나로서는 그렇게 술을 낭비하는 게 이해할 수 없다. 돈까스를 내가 두 개 먹었으니 너도 두 개 먹어라, 이렇게 억지로 먹으라고 강요하는 사람은 없다 (사실은 있다...). 그런데 술은 왜 그러는 것일까? 타고난 저마다의 능력과 소질이 다른데. 난 정말 그런 사람이 싫다. 술을 잘 마시는 나도 그러는데, 술을 못마시는 사람은 회사 생활이 얼마나 싫을까? 마냐님, 거의 병영사회에 가까운 우리나라에서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마냐님의 아드님은 그런 세상을 모르고 살 겁니다.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아 모든 분을 후보로 올리지 못한 것, 사과드린다. 자, 그러면 이분들 중 왕중왕을 뽑겠습니다. 횟수와 무관하게 주량만 가지고 선정을 하겠습니다. 그래서 다섯병을 마신 진우맘님과 10시간을 마신 검은비님이 최종 경합을 벌인 끝에...짜자잔!!!...짜자자자잔!.............진우맘님이 영광의 알라딘 알콜대상 수상자로 결정되었습니다. 짝짝짝!!

상패: 알라딘 알콜대상
내용: 귀하는 타고난 주량으로 소주를 마셔 왔으며, 그 어렵다는 원샷까지 하는 등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보여 주셨기에 이 상을 수여합니다.
-성실한 알콜중독 마태우스 드림-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연우주 2004-03-25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저의 술오기(???)를 건드리시는군요!
전 원래 권하는 거 딱 싫어해서 조용히 먹곤 하지요.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귀찮을 정도로 권한다, 그럼 바로 그 사람과 대결 모드로 돌입합니다. 즉, 너 죽고 나 죽자 작전이라고. 물론 제가 소주는 잘 못하고 맥주를 잘 하지만요. 만약 대결 모드에 들어가면 결코 지지 않습니다. --; 남들은 무식하다고들 하죠.

언젠가 헌책방 동호회에서 저랑 대작하던 한 분이 술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던 일, (저야 멀쩡했지요. 뭐 사실 전 맥주, 그분은 소주로 했기 때문에 약간 얍삽한 내기였긴 했지만요) 제 후배 남자친구가 폭탄주 만들어 자꾸 돌리기에 확 열 받아 그 남자친구에게 같이 먹고 죽자 작전으로 술 같이 먹고 저도 취했지만 그 남자도 취해 집에 간신히 들어갔던 일, 뭐 많습니다.매번 이런 무식한 대작을 한 후 상대는 그후 저를 슬슬 피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요.

한때 원샷걸--;로도 통했던 저지만, 작년까지로 마무리하고, 올해는 건실하게 살아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

이거 자랑이 아닌 것 같은데...--;
늘어놨군요.

마태우스 2004-03-25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렇군요. 제가 미처 몰랐습니다. 담에 그럼 맥주로 한판 붙어본 뒤 판단해 보겠습니다.

비로그인 2004-03-25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글을 읽고 괜한 오기가 발동해, "저두 잘 마실땐 두병넘게 마신적 있어요! 선천적으로 술을 못하다뇨!"라고 항의할랬는데(그렇다고 왠 항의까지...ㅎㅎ), 다른 후보들의 전적을 보니...명함도 못내밀겠군요. T^T 와...정말 알라딘 주당분들의 경험담은 새삼 놀랍네요~ 알콜대상받은 진우맘님의 소감은 어떨지...그래도 대상이라, 탈락된게 왠지 서러운데요~ ㅎㅎ

플라시보 2004-03-2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저는 술을 좋아는 합니다만. 그렇게 자주 마시지는 않습니다. 대신 한번 마시면 뽕을 뽑습니다. 한꺼번에 확 마시고 치우는게 아니라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 2차3차 입가심 어쩌고 하면서 계속 마시는 거죠. 그래도 마태우스님을 비롯 여기에 주당으로 오른 분들을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술을 잘 마시는 편은 아닌데 끝부분으로 가면 거의 깡으로 버티거든요. 저 역시 검은비님처럼 술 마시고 취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집에와서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야 비로서 취해서 정신을 잃습니다.(남들은 정신을 잃는거냐? 자는거지 하더이다만 전 정신을 잃는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영예의 알라딘 알콜 대상을 차지하신 진/우맘님 축하드립니다. 근데 상품으로 참이슬 한박스 정도는 받아야 하는거 아닐까요? 후훗

가을산 2004-03-2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내심 진우맘님과는 비슷할 줄 알았는데, 4병 반이라....
전 여기 명함도 못내밀겠네요. ^^

연우주 2004-03-2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후회하실 걸요? ^^ 푸하하하하. --; (내심 쫄고 있음)

비로그인 2004-03-25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마태우스님, 후회하실껄요?? 연보라빛우주님이 마태우스님을 쓰러뜨릴테니까요. 움하하하~~~(연보라빛우주님을 등에 업고, 괜히 기세등등...^^)

진/우맘 2004-03-25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ㅏ ㅎ ㅏ.... 이런 큰 상(?)을 제가 받아도 되는 것인지. 분위기로 미루어볼 때, 지금 기준으로 붙으면 저는 순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 같은걸요.(에...요즘은 소주는 잘 못 먹습니다. 백세주나 가시오가피 같으면 3병 쯤 먹을 수 있겠지만. 비싼 술 그렇게 퍼마시면 왕따 당하기 딱 좋죠. -.-) 사실, 대상은 검은비님이나 플라시보님이 타고, 저는 '공로상' 같은 걸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여하간, 상은 좋은거지요. 다음에 서재지인을 만나게 되면, 제가 백세주로 쏘겠습니다.^^(음...계라도 하나 부어야 하나? 몸도 만들어야겠고....)

진/우맘 2004-03-25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마태우스님, '연약해 보이는 외모' 라니요. 제 평생 연약해 보인단 소리는 처음입니다.
예전에 <분석, 진우맘> 쓰실 때 정선경 어쩌고 하시더니만, 님의 환상에 저를 끼워다 맞추고 계시는 거 아닙니까? 제발, 모이는 날 깨지는 환상에 마음 아파 울지 마시고....일찌감치 그 생각 버리세요. 저요, 한 등발 한답니다. 텔레비젼 나올 때 보니까, 제 얼굴이 조형기 얼굴보다 큰 것 같더라구요.^^;

ceylontea 2004-03-25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백세주로 쏘시다니요... 안주비보다 훠얼씬 백세주값이 더 나올지도 몰라여.
여튼.. 축하드립니다..

마냐 2004-03-25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게 뭡니까. 손님 별로 안드는 제 서재에, 술 취해 올린 글이...대명천지에 공개되버리다니....에궁....머, 저희 업계에도 괜찮은 술동무도 있는데, 궁시렁, 궁시렁..너무 누워서 침을 뱉었나봐유...-.-;;; 암튼, 그래도 내심 저도 파란여우님처럼, '머, 왕년에는' 하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 이제 명함 내밀지 말아야쥐....특히, 검은비님, 진/우맘님과 결코 대적 말아야쥐....그저 진/우맘님이 혹 쏘실지도 모르는 비싼 술만 홀짝 홀짝 축내야쥐..캬캬.

마태우스 2004-03-25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글이 여러 분들의 자존심을 자극한 모양이군요. 그래요, 우주님. 한번 붙어 보자구요! 맥주 콜!!
진우맘님/사진 보니까 연약해 보이더만요.. 저 환상 같은 거 없는디...
플라시보님/상은 진우맘님이 받으셨지만, 전 님이 가장 두렵습니다. 님은 아직 현역이시잖아요.

마태우스 2004-03-25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앗! 님이 저보다 더 연로하시군요!! 80년대 초라니, 대단한데요? 알라딘의 원로시군요^^
마냐님/아니 뭐 특별히 비난하자고 한 건 아니고요, 님같은 인재가 술을 싫어하시게 되었다니 안타까워서 그런 거에요. 백세주는 부드러우니, 괜찮을 겁니다^^
 

 

 

 

 

 

* 딴지일보에서 탄핵을 주제로 건강동화를 쓰라고 했습니다. 기생충을 하도 우려먹어서 더 나올 게 없었지만, 무리해서 한편을 썼습니다. 물론 유치하고, 길기도 길지만, 부담없이 읽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읽으시고 매서운 비판도...하하.

---------------------------------------------

탄핵안이 가결되는 시각, 마태우스는 식당에 앉아 쫄면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애들이 짐짝처럼 실려 나가는 걸 보면서 식욕이 없어졌고, 박관용 의장이 가결을 선포했을 때는 아예 젓가락을 놓은 채 TV 화면을 바라봐야 했다. 분노가 치밀었다. "저런 개 상놈의 새끼들이 있나!" 다시금 쫄면 생각이 났을 때, 쫄면은 이미 불어서 먹지 못할 지경이었다. '개 상놈의 새끼들! 쫄면도 못먹게 하네...'

마태우스는 단무지를 먹으면서 노무현의 집권 1년을 회고해 보았다. 잘한 일보다 잘못한 일이 더 생각이 난다. 명백한 침략전쟁인 이라크전에 헌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파병을 한 일, 미국에 가서 굴욕외교를 한 일 등. 특히나 FTA가 국회에서 비준된 것은 소외된 자의 편이라던 노무현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쉽게 말해 FTA는 수출 조금 더 하기 위해 농민을 희생시키겠다는 것, FTA의 국회 통과는 안그래도 수입 농산물의 공세에 신음하던 농민들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 뻔했다. 언론에 보도된 FTA의 과실이 '10년 후 3억불의 수출증대'라니, 매년 1천억불 이상의 수출을 하는 나라 치고는 너무 약소한 게 아닐까? 더구나 FTA 없이도 수출은 지난해 말부터 계속 신기록을 경신해 가는 등의 호조를 보이고 있는 터에, FTA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너흰 아니'었다. 차떼기나 하고, 선거자금도 노무현의 열배를 쓴 놈들이 어떻게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는 걸까? 그것도 70%가 넘는 반대여론을 무시해 가면서 말이다. "이건 총만 안들었지 쿠테타라고!" 말을 하는 중에 씹고 있던 단무지가 맞은편 손님의 이마에 튀었다. 험상궃은 표정의 그 남자는 마태우스를 째려보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이마에 붙은 단무지 조각을 입에 넣었다. 마태우스는 황급히 쫄면값을 계산한 후 식당에서 나왔다.

'그나저나 이건 말도 안돼!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고!"
집으로 간 마태우스는 가보로 내려오던 식칼을 꺼냈다. '내가 이놈들을 가만 두지 않겠어!' 물론 사람을 해칠 의도는 없었다. 다수의 숫자를 빌미로 일년내내 대통령을 협박해온 놈들이 칼 앞에서도 그리 당당한지 보고 싶었을 뿐이다. 누구를 고를까 정하는 데는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국회 경호권을 발동해 의원들을 끌어내고, "자업자득"을 외치던 박관용 국회의장. 기름기가 주르르 흐르던 그 얼굴이 칼 앞에서는 어떻게 변할까,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마태우스는 아는 사설탐정으로부터 박관용 의장(이하 박씨)의 집주소를 알아냈다. 마태우스가 약속된 돈을 건네자, 그가 생색을 냈다.
"내가 너니까 5만원에 주는 거야. 요즘 이 주소 알아달라고 어찌나 아우성인지"
그말을 듣고보니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한번 알아낸 주소를 또 알려주는 건데, 5만원이라니? 우여곡절 끝에 2만원을 깎은 마태우스는 복장을 갖춘 뒤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망원경으로 보니 수많은 전경들이 박씨 집을 철통같이 에워싸고 있었다. 집은 겉에서 봐도 겁나게 호화로웠고, 담도 예상보다 높았다.
'이거, 쉽지 않겠는걸?'
잠시 쪼그려 앉아 있으니 어디선가 함성 소리가 났다.
"박관용을 잡아죽이자!"
수백명은 되어 보이는 청년들이 박씨의 집 앞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전경들이 방패와 곤봉을 들고 그쪽으로 몰렸다.
"이때다!"
마태우스는 잽싸게 담벼락 밑까지 접근한 뒤, 화살촉이 달린 밧줄을 던졌다. 줄을 타고 올라간 그는 싱싱한 잔디가 깔린 마당으로 몸을 던졌다.
'휴!'
한숨 돌리며 잠수복에 붙은 흙을 터는데, 엉덩이에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윽! 누, 누구냐!"
뒤를 보니 송아지만한 세퍼드 한 마리가 마태우스의 엉덩이를 물고 있다. 마태우스는 개의 면상에 강력한 펀치를 날렸다.
"퍽! 퍽! 퍽!"
세차례 주먹을 맞은 뒤에야 세퍼드는 물었던 엉덩이를 놓았다. 그틈을 놓치지 않고 마태우스는 개의 복부에 라이트 훅을 꽂아넣었다.
"꽥!"
세퍼드는 그대로 뻗어버렸다.
"까불고 있어!"

마태우스는 뒤쪽 창문을 절단하고 집 안으로 잠입했다. 집은 3층이었는데, 1층과 2층 사이에는 사람 하나가 들어갈 만한 공간이 있었다. 가지고 간 장비로 벽을 뚫은 마태우스는 대략 안방이 있는 쪽으로 기어갔다. 안방이라고 생각했는데, 구멍을 뚫어 아래를 보니 화장실이었다. 조금 더 기어가려고 했는데, 그때 누군가가 들어왔다.
"아, 오늘은 성공해야 할텐데"
외모로 보아 박씨의 부인인 듯했다.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태우스는 부인이 앉아서 일을 보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 변비에 시달리는 듯, 부인은 일을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했다.
"얍!! 오잇!"
온갖 기합소리를 다 넣어봐도 대변은 나오지 않는 듯했다. 그걸 본 마태우스는 웃음이 터지는 걸 참느라 허벅지를 꼬집어야 했다. 그때 벨소리가 났다. 부인은 다시금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당신이에요?"
박씨가 집에 온 모양이었다. 집안에 불이 환히 켜지고, 시끌벅적해지는 게 느껴졌다. 마태우스는 마루 쪽으로 기어가 귀를 기울였다.
"축하해요, 여보!" 부인의 말에 박씨인 듯한 사내가 껄걸 웃었다.
"당연히 할 일을 한 것 뿐인데 뭘. 하여튼 오늘 일은 의회 민주주의의 승리야!"
보좌관인 듯한 사내들이 박수를 쳐댔다. "의장님 만세!"라는 환호 소리도 들렸다. 마태우스는 혀를 끌끌 찼다.
 '민주주의의 승리? 숫자의 힘으로 밀어부치는 너희들 때문에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다고!'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마태우스는 다시금 원래 있던 자리로 기어갔다. 화장실에 들어온 사람은 바로 박씨였다.
'잘됐다! 지금 내려가 기습해 버려? 아니지, 그러다 보좌관들이 들이닥치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방귀 소리가 났다. "뽕--" 곧 지독한 냄새가 구멍을 타고 위로 올라왔다. 마태우스는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이, 이게, 인간의 방귀란 말인가? 도대체 속에 뭐가 들었기에?'
순간, 박씨가 입을 열었다.
"아, 매일같이 갑갑해 죽겠어! 잠깐이라도 좀 벗고 있어야지..."
박씨는 손으로 얼굴을 뜯었다. 얼굴 가죽이 벗겨지자 엷은 주황색의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것은?"
마태우스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으아악!"
그 소리에 박씨가 놀라 위를 쳐다봤다. "저놈 잡아라!" 황급히 가죽을 뒤집어쓴 박씨가 소리를 질러댔다. 마태우스는 죽을 힘을 다해 들어온 곳까지 기어간 뒤, 3층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아래에서 사람들이 쿵쾅쿵쾅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났다. 다른 수는 없었다.
"유---------------격!"
마태우스는 잔디밭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아이고 배야!" 배 뿐 아니라 온몸이 쑤셔왔다. 그래도 부러진 곳은 없는 게 다행이었다. 아까 그 세퍼드가 마태우스에게 다가왔다.
"너, 저리 안가?"
마태우스가 주먹을 드는 시늉을 하자 세퍼드는 꼬리를 내린 채 뒤로 물러났다. 이런 게 바로 학습의 효과, 마태우스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담 쪽으로 다가갔다. 그때였다.
"으윽!"
엉덩이에 다시금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뒤를 보니 경호원 한명이 작살총을 들고 서있다. 하필 개한테 물렸던 바로 그 부위라, 통증은 더 심했다. "쉭!" 또 한발의 작살이 발사되는 순간 마태우스는 담장 밖으로 몸을 날렸고, 상황을 파악못한 전경들 사이를 뚫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 전경들이 호각 소리와 함께 추격을 시작했을 때, 마태우스는 이미 추격권 밖으로 벗어난 뒤였다.

"어쩌다 이렇게 되셨어요?"
응급실에 근무하는 여자 의사는 마태우스의 엉덩이를 알콜로 소독했다.
"그, 그게... 개한테 물리고요, 작살에 맞았...아야!"
의사는 엉덩이에 거즈를 댄 뒤 반창고로 붙였다.
"당분간 앉거나 그러시면 안됩니다. 가도 좋아요"

"이런 바보같은 놈들! 그거 하나를 못잡나?"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진 박씨에게 경호원이 다가갔다.
"저, 제가 쏜 작살에 엉덩이 쪽을 맞았으니, 병원 응급실 쪽을 뒤져보면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반드시 잡아야 해! 반드시!"
잠시 후, 경호 팀은 강남성모병원 응급실에서 30대 남자가 엉덩이 치료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마태우스라.... 이제 넌 끝이다!'

병원서 나온 마태우스는 자신의 사무실로 갔다. 피로했다. '이렇게 한번 앉아볼까?'
마태우스는 엉덩이 한쪽을 의자에 얹어봤다.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아까의 기억이 떠올랐다. 가면을 벗은 박씨의 얼굴, 그것은 바로 회충의 모습이었다. 삼부요인인 국회의장이 사실은 회충이라는 사실이 마태우스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박씨만 그런 걸까, 아니면 다른 국회의원 중에도 회충이 있을까?'
국회의원들이 그간 보여준 무뇌아적 행태를 보면, 후자일 확률이 더 높았다. 탄핵을 한 자체도 그렇지만, 탄핵을 하고난 뒤 지지도가 떨어지자 여론조작을 들먹이고, 물이 셀프인 것도 모른 채 방송사를 항의방문하는 행태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짓이었다. 마태우스는 갑자기 사명감에 휩싸였다.
"우리나라를 무너뜨리려는 회충의 음모를 분쇄해야 돼!"
그러자면 누가 회충이고 누가 아닌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마태우스는 냉동실에 얼려놓은 회충환자의 혈액을 꺼냈다. 그 혈액 속에는 회충에 대한 항체가 들어있을 테고, 여기에 색깔을 내는 염료를 첨가한다면, 이것으로 회충과 인간을 식별할 수 있을 터였다. 시료가 회충의 몸에 닿으면 시료 안의 항체가 회충과 반응하고, 염료에 의해 녹색으로 변하게 되니까. 마태우스는 시료를 제작하느라 밤을 하얗게 샜다. 다음날 새벽이 되었을 때, 그의 손에는 시료 1리터가 들려 있었다.

그날밤, 박씨의 경호원들은 마태우스의 집에 잠복한 채 그를 기다렸다.
"이자식, 왜 안오는 거야?"
"그래도 집인데 오기야 하겠죠. 참, 그거 아세요? 눈에 띄는 즉시 사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대요. 아주 위험인물인가 봐요"

마태우스는 선글라스를 낀 채 국회의사당으로 갔다.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위에게 탐정 등록증을 내민 후 이렇게 말했다. "국회 도서관에 논문 찾으러 왔어요"
경위가 의심의 눈빛으로 쳐다보건 말건, 마태우스는 도서관을 향해 걸어갔다. 뒤를 보니 경위가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이때다 싶어 의사당 쪽으로 우다다 달려갔다. 의사당의 현관 옆에는 나무들이 울창하게 심어져 있어, 몸을 숨기기엔 그만이었다. 잠시 후 낯이 익은 사람이 보좌관을 여럿 거느리고 걸어온다. '어, 저 사람 정형근 의원이네?'
당장 달려가 멱살이라도 쥐고 싶었지만, 떡대가 좋은 보좌관을 보자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대신 마태우스는 만들어 온 시료를 특수 주사기에 담은 뒤, 정형근의 얼굴을 향해 뿜었다.
"앗 차거! 이게 뭐야?"
정형근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마태우스를 발견하진 못했다. 마태우스는 보았다. 정형근의 얼굴 일부가 녹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이재오도, 홍사덕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회충인 거야?' 그것도 모른 채 회충을 국회의원으로 계속 뽑아준 국민들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전여옥이 나타났다. 유시민의 말-미숙아발언-을 비열하게 인용하고, 강금실과 문재인이 뷸륜이냐고 따지던 천박한 인간. 국회의원은 아니었지만, 마태우스는 슬며시 궁금증이 일어 주사기를 발사했다.
"꺄악!"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뺨이 녹색으로 변해갔다.
'그럼 그렇지. 니가 회충이 아니면 누가 회충이겠냐'
의원들의 출근이 뜸해질 무렵, 정몽준의 모습이 보였다. 웬만해선 국회 출석을 잘 안한다는 그가 어쩐일로 나타났을까? 회충임을 확신한 채, 마태우스는 주사기의 피스톤을 눌렀다.
"어? 지금 비오나?" 정몽준이 보좌관에게 묻자 보좌관들은 하늘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정몽준은 특유의 멍청한 표정을 짓더니 의사당 안으로 들어갔다. 마태우스는 놀랐다. 정몽준의 얼굴색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 신계륜 의원이 보였다. '저 사람은 어떨까?' 마태우스는 힘차게 주사기를 발사했다.
"어? 뭐야?"
신계륜은 두리번거리며 액체가 발사된 곳으로 다가갔다. '이크!' 마태우스는 몸을 최대한 낮추었다.
"거기 누구요?" 신계륜이 소리치자, 보좌관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들켰다고 생각한 마태우스는 나무에서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잡아라!" 보좌관들이 뒤를 쫓았다. 달리기에는 자신이 있는 마태우스였지만, 신계륜은 단거리 선수를 보좌관으로 채용한 듯했다. 거리가 좁혀지자 마태우스는 방향을 바꿔 의사당 안으로 내달렸다.
"쟨 뭐야?"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던 의원들은 마태우스의 출연에 당황했고, 의사당은 난장판이 되었다. 무료해하던 방송 기자들은 이때다 싶어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래, 카메라! 저걸 이용하자!'
시료에 양성반응을 보였던 홍사덕이 눈에 띄었다. 그의 뺨 일부는 아직도 녹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태우스는 그에게 달려가 목을 껴안은 뒤, 칼을 꺼냈다.
"아니 저놈이!" "저런 호로자식!"
비명소리가 난무했고, 홍사덕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여러분, 이놈의 정체가 뭔지 한번 보세요!"
마태우스는 홍사덕의 얼굴가죽을 잡아뜯었다.
"악!" "꽥!" "깨갱!"
<멘인 블랙>이란 영화에서처럼, 양복 차림의 몸통 위로 솟아있는 것은 분명 회충이었다.
"지금까지 국회를 점령하고 있었던 놈들은 바로 이놈들이었습니다!"
마태우스의 포효에, 넋이 나가있던 방송사들은 생방송으로 이 기막힌 뉴스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어딜 가?" 마태우스는 현관으로 빠져 나가려는 박희태를 붙잡고 그의 얼굴을 벗겼다. 역시 쭈글쭈글한 피부의 회충이 모습을 드러냈다. 의사당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사람들은 두세명씩 국회의원들에게 달려들어 얼굴 가죽을 벗겨냈다.
"아야! 아파! 아프단 말야!"
유시민 의원이 비명을 질렀다. "난 인간이야! 기생충이 아니라고!" 어찌나 잡아 뜯었는지, 얼굴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탄핵안에 찬성했던 193명 중 정몽준을 제외한 모든 의원들이 회충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전여옥도. "이거 놔! 난 보통 회충이 아니란 말야! 미모가 뛰어난 회충이라구!" 전여옥이 계속 소리치자 누군가 그녀에게 방독면을 씌웠다. 때아닌 기립박수가 일었다.

마태우스가 보니 정몽준이 한쪽 구석에 서 있었다.
"당신, 난 당신이 회충이 아닌 게 정말 이상해. 정말 인간이 맞는 거야?"
정뭉준의 이마에서 땀이 났다.
"그, 그럼! 가, 가까이 오지 마!"
마태우스는 그에게 달려들어 얼굴 가죽을 뜯었다.
"아니!"
채찍 모양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랬다. 그는 회충이 아니라 편충이었다.
"그래서 아까 테스트에서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군!"
정체가 탄로난 정몽준은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자택에 숨어있던 박관용 의장을 끌고 와 가죽을 벗겼다. 노회한 회충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제... 끝인가?'
갑자기 엉덩이가 쑤셔왔다. 전날 한숨도 자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마태우스는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날 밤, 마태우스는 엎드린 채 뉴스를 보고 있었다.
"...탄핵안 가결에 찬성했던 의원들이 회충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나라를 정복하고자 국회에 침투, 각종 나쁜짓을 일삼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개를 숙인 조순형 회충의 모습이 TV에 비쳤다.
"지구는 우리가 지배해온 곳이다. 너희 인간들은 침략자일 뿐이라고! 그리고 왜 잡아다놓고 물도 한잔 안줘?"
"혹시 다른 나라도 회충들이 침투해 있나요?" 리포터가 묻자 조순형 회충이 씩 웃음을 지었다.
"그럼, 미국같은 나라에서는 대통령도 당선시켰는걸"
조순형 회충의 미소가 화면 가득히 클로즈업 되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냐 2004-03-24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정치소설이자, 추리소설이자, SF인데, 정체는 '건강소설'이라구요..ㅋㅋㅋ 아무래도 마태우스님 책 사서 조용히 봐야 할듯 합니다. 지하철 같은데서 읽다가 혼자 킬킬거리며 이상한 사람 되기 좋겠네요...충격적인 '반전' or 클라이막스? MJ를 편충으로 만들어버린 비틀기..하지만, 부시까지 나오고 보니, 왠지 정말 오싹해지는 것이....헥...^^;;

갈대 2004-03-24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너무 재밌네요. 마태우스님 작가 겸업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2004-03-25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3-2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많은 분들이 항복을 하고 제가 보내주시는 책을 받으셨습니다. 님도 항복하시고 멜로 주소 보내시지요...
갈대님/칭찬 감사해요. 하지만 제 글은 인터넷으로 읽고 마는 정도의 수준인 것 같습니다. 글은 열심히 쓰겠지만, 아직 작가는 아니지요^^
검은비님/제가 술마시느라 바쁜데... 그냥 님께서 때려잡으시면 안될까요?^^

마태우스 2004-03-25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구별님/잘 갔군요. 참고로 제 말싸인은 말의 크기가 작아지고 눈알이 모이면서 사팔 비슷한 얼굴이 되고, 그러면서 더 귀여워졌습니다. 굉장히 장난스러워 보이지 않습니까?

2004-03-25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3-25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홈페이지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여쭤보러 들어왔어요..  다름이 아니라 제 친구S양의 친구....가 얼마 전에 그 병원 의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합니다.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더니 걸리는 점이 있다고 합니다. 첫번째로 물질적인 증거가 없구요, 그리고 병원 사람들을 포함해 주위 사람들이 알게 될까봐 수치심에 신고를 꺼리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신고를 했을 경우, 그 의사놈이 명예훼손으로 맞고소를 하지 않을까란 문제가 있구요.. 그럴 경우 지금 뾰족한 증거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곤란한 입장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 아가씨 요즘 계속 울기만 하고 남성 혐오로 고통받고 있다고 합니다. 생각만 해도 분통이 터져서 견딜 수가 없는데,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무언가 뾰족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해서 여쭤보러 왔어요...ㅠㅠ 법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면 찾아가서 두들겨주고 오기라도 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그 아가씨를 어떡해서든 도와주고 싶어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ㅠㅠ]

이 글을 보자마자 불끈 분노가 치밀었다. 한편으로는 그간 여성을 위하는 척만 했던 내가 드디어 뭔가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혼자 별 욕을 다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다시금 글을 올렸다.

[그 아가씨는 환자로 병원에 갔다가 의사놈에게 당한 것이구요, 꼬리뼈쪽이 아파 찾아갔다고 합니다. 직원을 건드리든 환자를 건드리든 성범죄는 용서못할 짓이지만, 환자를 건드렸다니 아무튼 개밥에 말아먹을 놈입니다. 진료를 받으러 들어갔는데 간호사도 들이지 않고 의사 혼자 맞이했구요, 텔레비전을 켜 놓았다고 하네요. 그리고 물리치료 같은 걸 하는 척 하며 손을 놀려 파열이 되었다고 하네요.. 병원은 홈페이지를 들어가니 내과 외과 소아과 비뇨기과 정형외과 방사선과 이비인후과 등등을 진료하는 곳이네요. 규모가 자세히 나와있진 않아서 얼마나 크거나 작은 곳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원장놈이란 작자가 가정의학과 전문의라서요.

그게 2주 전의 일입니다. 서둘러 진단서를 떼어야 한다고 했더니 의사들이 한 통속이라 잘 안 해 준다는 이야기를 하네요... 민이 오빠, 혹시 진단서(소견서?)를 써주실 의사분을 소개해주실 수 있다면 알려주셔요... 상담소에 의뢰하면 의사 문제도 해결이 되는 건지도 궁금하구요.. 환자를 건드리는 파렴치한 색히가 다시는 병원원장을 하지 못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그냥 이 아가씨 혼자 울면서 지나가면, 그런 놈은 다른 환자에게도 손을 뻗게 될 지 모르니까요...]

2주라... 당장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거늘,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제라도 진단을 받는 수밖에. 난 여성문제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여자 동창에게 전화를 걸었다. 반갑게 내 전화를 받는 그녀는 하지만 내가 그 문제를 거론하자 당황하는 듯했다.
"민아, 그게 말야, 좀 민감한 문제라서..."
그럴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성폭행은 대개 물질적 증거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상대가 잡아뗄 경우 입증이 힘들며, 명예훼손 운운하며 피해자 쪽을 공격할 수도 있으니까. 성폭행을 당한 대학원생을 대리했던 동국대 조은 교수의 사례나, 박남철 시인의 성폭력 사건에 관여한 김모시인이 겪은 일들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할 사람이라면, 성폭력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렇긴 해도, 내 동창의 신중한 태도는 좀 아쉽다. 평소 사회정의를 역설하던 그녀라면 내 얘기에 같이 분노해 주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공감 정도는 해줄 줄 알았었는데. 그래도 그녀는 있는 그대로 정도는 진단해 주겠단다. 피해자에게 유리하게가 아닌, 보이는대로 말이다. 성폭력 사건의 민감성에 비추어 보면, 그정도라도 해주는 게 고마운 일일지 모른다.

이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알 수 없다. 그 친구가 쓴 글을 읽어봤을 때, 이 여성도 대부분의 성폭력 피해자처럼 중간에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 의사로 인해 더 많은 여성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건 중단되어서는 안될 싸움이지만, 그 싸움이 피해자에게 두배, 세배의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는 걸 고려하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강요만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의지지만, 그런 의지가 없다고 피해자를 탓하는 건 그녀를 두 번 죽이는 결과를 빚으니까.

남자는 성폭력을 '순간의 실수'라고 둘러대지만, 그 '실수'가 여자에게는 일생을 따라 다니는 공포가 될 수도 있는 법,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하다. 조직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동원되고, 가해자의 인권이 들먹여진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가 성폭력의 천국이 되어 버린 이유가. 한가지만 기억하자. 우리의 아내와 딸들도 다 여자라는 사실을.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4-03-24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 아가씨 요즘 계속 울기만 하고 남성 혐오로 고통받고 있다고 합니다."
저 말에서 바보 냄새나는 그녀가 답답하기만 합니다.
저 같으면 징징 울 시간 있으면, 여러가지 응징할 수단을 찾겠습니다
정 울고 싶으면, 응징의 수단을 찾으러 다니면서 울든지요.
도저히 아무런 방법이 없담.. 그 의사탱..
작정하고 꼬셔내서 그놈의 물건에 강펀치라도 날리렵니다.
그 의사넘 기절시키고, 어디에 " ....미안합니다 " 하는 문신이라도 새겨주든지요.
흠....대낮부터 흥분했네요 ......여튼 정말 짜증납니다.

진/우맘 2004-03-24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저라도 울고 고통스러워 하는 것 이외에는 별 방법을 모를 것 같은데요. 성폭력의 경우, 심리적인 상처의 강도는 이루 말로 할 수 없다고 하는군요. 게다가 우리 사회의 경우, 폭력에 대해 항변하기 위해서는 그 상처를 계속 까서 보여주고, 소금을 치고, 짓이기고...그런 고통이 반복되는 것이 현실이구요.
작년에, 유아 성폭력 사건은 재판하는 장소에서 직접 심문을 피하고 비디오 자료가 채택될 수 있게 되었다고 압니다.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성인의 경우도 이런 방법들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직까지 남성이 더 보편적인 법의 공간에서, 자신이 당한 일을 자세하게 말로 옮겨야 하는 것은 성폭력 자체보다 더 심한 폭력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아...답답하군요.

가을산 2004-03-24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해자야 말할 필요도 없이 나쁜놈이고, 피해자의 태도도 문제가 있습니다.

2주가 지나서 진단서라는 것은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니 안되지요.
그런 일이 있고 하루 이틀 내에 병원에 갔으면 진단서가 가능했을텐데, 그 시기를 놓친 것이 아쉽습니다.

'의사가 그랬으니 의사들이 안써줄거라'는 선입관도 말이 안된다 생각됩니다.
진찰할 때 '의사에게 당했어요'라고 말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리고 그걸 안다고 해도 진단서를 써주지 않을 이유도 없구요.

그리고 고소를 하면 하는 것이지, 맞고소를 두려워 하나요?
의사들이 병원 이미지 나빠지는 것을 우려해서라도 조용히 마무리 지으려는 성향이 있을텐데요?

가해자에 대한 응징을 진짜로 원한다면 피해자 분이나 그 직계 보호자께서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셔야 할 것 같습니다.

플라시보 2004-03-2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안된 일입니다. 그리고 도와주시려고 노력하시는 님께 저도 여자로써 참 고맙다고 느낍니다. 제발 힘 닿는데 까지 그 분을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세상에는 전부 당하면 당한만큼 갚아주는 똑 부러지는 여자들만 있는건 아니니까요. 가끔은 무지로 혹은 성격 탓으로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주저앉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왜 주저앉느냐는 말 보다는 손 잡고 일으켜줄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백번 잘 하시는 일입니다.

연우주 2004-03-2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감한 문제라서 제가 섣불리 말하기가 어렵군요. 생각보다 많은 여자들이 성희롱, 성폭행 비슷한 경우를 당했던 걸 알고 있어요. 물론 성폭행까지 갔던 경우는 드물지만 성희롱은 정말 많아요. 그런 경험은 평생을 좌우하는 흔적으로 남죠. 민감하고도 어려운 문제지요.

비로그인 2004-03-24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 생각은 일단은 일이 커지게 된다면 가장 가까운 부모가 '니는 뭐가 자랑이라고 우세시럽게 일를 크게 만드냐?'로 질책하다면 어쩌시겠습니까? 또 의심해볼만한건 그 의사와 평소에 친분이 있지 않았나? 의심스럽습니다. 어떤 정신나간 의사가 대뜸 그럴수 있을까??(괜히 머리좋아 의사 되었겠냐 이 말이죠.)하는 생각도 들고 정황으로 봐선 여자쪽에서 신고 못할 뭐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크군요. 만약 진짜 육시랄놈이었담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는게 가장 일이 빨리 해결 될것 같습니다. 만약 그것도 어려울것 같음 그 개아범 부모나 혹은 마누라한테 가는 거죠. 그리고 다 까발려놓아야죠. 어떤 미친뇬이 아니고 자기 창피당해가면서 그러겠습니까? 전부 믿겠죠. 그 다음 인터넷에 유포시켜야죠. 병원의 상호며 위치면 모든걸....매장을 시켜야죠. 가장 중요한건 그 당사자분의 결정이 중요합니다. 우리들끼리 백날 찢어죽여봤자 뭐합니까? 본인이 싫다면 입 다물어야죠.

마태우스 2004-03-24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들의 견해 잘 들었습니다. 일단 진단부터 받고, 피해자 분과 접촉을 해보도록 하죠. 길고도 힘든 싸움을 견뎌낼 의지가 있는지도 물어봐야겠지요.

물만두 2004-03-27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폭행 사실을 당당하게 고백하신 분들이 있으시더군요. 아줌마이고 가정을 가진 분이신데 텔레비젼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그 분 자문을 구하는 것이 어떨지요. 잘못하면 본인 마음만 상처입기 쉽고 그분이 여린 분이라면 감당하기 어려우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억울하고 분하고 정의를 실현하고 싶은 마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보호가 최우선이 되어야 하고 현실이 그렇게 녹녹한 것이 아닌 것도 사실이니까요. 잘못하면 피해자만 상처입기 쉽다 생각됩니다. 신중하게 대처하시길 바랍니다...
 

 

 

 

 

 

아버님은 멋쟁이셨다. 양복엔 늘 주름 하나 없고, 구두는 반짝거렸다.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 입원하시는 날, 허리를 굽혀 구두를 닦으시는 모습은 그 대표적인 예였다. 그런 아버님이셨기에, 현관에 신발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든지, 창틀에 먼지가 쌓여 있던지 하면 꼭 화를 내시곤 했다.

나는 멋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옷은 늘 구겨져 있으며, 대개는 전날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을 입고 출근을 한다. 심지어 술에 취해 옷을 입고 잔 그대로 밖에 나가기도 하니, 아버님께서 날더러 "넌 누굴 닮아 그러냐?"라고 탄식하시는 건 지극히 당연했다. 난 머리를 빗어본 적이 거의 없다. 요즘은 아침에 샤워를 해서 그렇지, 밤에 샤워를 한 다음날이면 전위예술을 하는 사람처럼 곤두선 머리를 한 채로 외출을 했다. 어떤 날은 아톰 모양이고, 어떤 날은 사자 갈기와 같았는데, 우리 조교들은 날더러 "이러이러한 모양도 만들어 주세요!'라는 황당한 주문을 하기도 했다.

머리에 무스를 바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 바를 때가 스물다섯살 때인데, 그때 사귀던 여자애가 하두 졸라대서 무스를 발랐다. 그때 느낌을 '순결을 잃은 기분'이라고 표현할 정도니, 그 후에 무스를 발랐을 리가 없지 않는가? 내 머리는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이고,  그런 사람이니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티가 안난다. 사람들은 이따금씩 내 옷의 상표를 확인하고는 "아니 이게 그, 그 유명한....."이라며 놀라곤 했다. "그 바지 며칠째 입는 거냐" "머리 좀 깎아라" "면도도 안하냐" 이게 내가 흔히 듣는 말이지만, 꿋꿋이 버티면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도대체 난 왜 이러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꾸미고 어쩌고 하는 게 귀찮다는 것. 가장 싫어하는 게 이불개는 것이고, 방안청소는 두 번째로 싫어하는 내가 머리를 빗고 어쩌고 하는 걸 좋아할 턱이 있는가. 두 번째 이유라면 꾸며봤자 별 소용이 없을 거라는 자포자기 쯤 되겠고, 세 번째 이유는 내가 맘먹고 옷을 입으면 다른 사람들이 위화감을 느낄까봐, 하는 생각에서다. 마지막 이유는 이미 고착화된 내 이미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어느 분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서민님은...정말 특별하신 분이에요. 전 '존경'같은 말을 사람한텐 사용하지 않지만, 서민님에게는 그 단어를 쓰고 싶다는 충동이 자꾸 이네요.....그처럼 수수...하실 수 있다는 건, 거의 불가사의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보라. 내가 수수한 것을 '존경'까지 하고 싶다지 않는가. 이렇게 내 스타일을 좋아해 주는 팬들의 존재는 나로 하여금 멋내는 것을 꺼리게 만든다. 길다란 머리가 자꾸 내 눈을 찔러 짜증이 나고, 어머니까지 나서서 "머리 좀 잘라라. 어디 쓰겄냐"라고 말씀하시는 이 순간에도 내가 이발소를 가지 않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도서관여행자 2004-03-2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 청소를 하기보단 마음 청소를 합시다~
저두 방 청소가 싫어요^^;

플라시보 2004-03-23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특히 옷 상표를 보고 '아니 이게 그 유명한..'은 깊이 공감하는 바입니다. 저 역시 좀 주고 사 입었는데도 사람들이 전혀 몰라주곤 하더군요. 아마 몸매의 허접스러움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뭘 입혀놔도 어찌나 없어 보이는지...) 저는 꾸미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는데 단지 귀찮아 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꾸밀 시간이 없습니다. 아침잠 많은 제가 10시까지 출근하면서 머리 감고 가는 것 만으로도 장해 죽겠는데 화장하고 옷 고를 시간이 어딨겠습니까? 그냥 집히는대로 입고 기초화장품이라도 다 발라주는게 어디냐 하고 생각합니다. 가끔 예쁘고 말끔하게 꾸며서 출근하는 여자들을 보면 저와는 다른 별에서 온 사람 (어쩌면 외계인일지도) 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휴~ 그들은 대체 얼마나 부지런한 것일까요? 감히 상상조차 가질 않습니다.

진/우맘 2004-03-23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템의 부족, 노력의 부족...
오늘 아침, 내가 기획(?)한 복장은 이게 아니었습니다. 치마에 깔끔한 청자켓이 오늘의 컨셉이야~하며 일어났지요. 그런데 입으려고 보니 마땅히 받쳐 입을 티가 없더군요. 그래서 아무거나 주워입었습니다. 입고보니 스타킹 신기가 귀찮더라구요. 청바지를 꿰어 입었죠. 막판에 보니 이 복장엔 도저히 청자켓이 안 어울려서, 동네 만화방 갈 때 입는 잠바떼기를 걸쳐 입고 나섰습니다.
기획) 치마에 청자켓
결과) 청바지에 티쪼가리, 잠바떼기. -.-
아이템 부족과 게으름의 결과였습니다. 이상. -.-;;

갈대 2004-03-2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 순결을 잃은 기분... 뒤집어집니다..ㅋㅋ

*^^*에너 2004-03-23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______________^ ㅎㅎ
이 글을 읽고 나니 마태우스님이 무속인으로 느껴집니다.

마냐 2004-03-23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처럼 수수...하실 수 있다는 건...."...감동이군요. ㅋㅋ 10년 넘게 드라이 않고, 뭐 안바르고, 일주일에 절반은 머리 안 빗고 출근하는 저도 명함을 내밀지 못하겠슴다...오늘 아침에도, 앗, 하면서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손가락 빗으로 머리를 빗었죠. -.-;;;; 의상이야, 옷장 옷 절반 이상이 맞지 않아서리...슬프게도 그저 그렇게 쭈글쭈글하게 삽니다.....하지만 누구도 제게 "그처럼 수수하실수.."같은 말은 하지 않습니다. 그냥 "너, 어쩌다 이렇게 됐냐", "옛날에는 참 멋있었지.."라고들 하죠. ㅎㅎ

비로그인 2004-03-23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서 여자가 옆에 앉길 바란단 말입니까???

가을산 2004-03-23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냐님 정도 레벨인 것 같습니다. 여동생은 제가 옷입는 걸 보면 갑갑해 죽으려고 합니다.
왜냐면 가을-겨울-봄 내내 입는게, 코트는 바뀌어도 안에는 9800원짜리 폴라티 일색이니까요.
흰색 폴라티 2개, 베이지색 폴라티 2개, 회색 폴라티 2개, 바지는 2년째 늘 입는 검정빛 청바지 2개. -- 이 위에 가운 뒤집어쓰면 아무도 몰라요...(라고 혼자 착각하는지도.. --;; )
여름에는 반팔 티셔츠 아니면 겨울에 입던 폴라티 팔을 잘라서 반팔로 만든걸 입습니다.
이러다보니 어쩌다 폴라티 아닌 걸 입으려고 하면 도대체 무얼 입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화장? 그건 이젠 너무도 어려운 기술일 뿐더러, 저녁에 화장 닦아내는게 귀찮고, 이젠 장비(화장품)가 없어서도 못합니다.
으아.. 이 글을 읽으면 무슨 상상들을 하실지... ㅜㅡ

sooninara 2004-03-23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바겐님께..한표...그러면서 옆에 앉은 여자가 다른자리를 찾느라 두리번 거린다고 슬퍼하십니까??
우리남편 ..처음 저와 같은 회사에서 만날때는 군대제대하고 더벅머리 총각이었습니다..
정말 촌시러웠죠..그러다 일년후에 사내 연애란걸 시작하면서 제가 한마디했죠..
"무스를 발라보시죠" 그래서 지금까지 무스..젤을 애용하는데...혼자 착각합니다..
"회사에서 나보고 총각같데...누구하고 동기라니까 안믿어"하면서요..남편이 조금 마르고 날렵해보이니 어려보이나봐요..그리고 입사 동기아저씨는 머리가 이사가서 10살은 더 많아보이는 분이니..^^ 전 우리남편 머리에 안바르고 출근하는것을 본적이 없습니다..
마태우스님도 머리에 젤이나 왁스라도 발라주시죠..옆자리에 아가씨가 앉을것입니다..

ceylontea 2004-03-23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옷장에 절반이상이 작아져서 못입는 옷입니다.
살빼면 옷사리라 결심을 했었는데..이젠 이 살들이 다 제 살처럼 애뜻해졌습니다..
그래서 옷을 살까 했는데, 너무나 예쁜 옷들은 보았지만.. 하나 사면 맞춰 입을 옷이 없어 줄줄이 다 사야기에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왠 옷들이 그리 비싼지... ㅠ.ㅜ

sooninara 2004-03-23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정말 대단하십니다..유명한 폴라티 보고 싶습니다^^
실론티님..저하고 같네요..살쪄서 못사고..살안빠져서 못사고..이젠 옷값이 부담스러워서 못사고..

연우주 2004-03-2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 남의 페이퍼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요즘 촌철살인이다..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