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근래 들어서 가장 술을 많이 마신 주였다.

화수목 토를 마셨는데 횟수는 4번에 불과(?)하지만 양이 엄청났다는 거.

나랑 같이 마신 사람들 중 두명이 다음날 오버이트를 했고

속이 안좋다고 오전 내내 폐인모드인 사람은 여럿...

그럼에도 난 쌩쌩하게 할 일을 다했으니 역시 난 술 체질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제부터 목소리가 변해 버렸다.

전문용어로 말하면 ‘목이 잠겼다’인데, 술 먹고 이렇게 된 건 처음인 듯하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봤다.

유명 패션잡지의 여성 편집자인 미란다(메릴 스트립)는 일중독이라 부단히 아랫사람을 괴롭히는데

거기 비서로 채용된 여자가 겪는 일들이 주를 이룬다.

영화에 나온, 마음에 꼭 드는 대사.


남자: 미란다는 일중독에 새디스트예요.

비서: 그녀가 남자였다면 세상 사람들은 그녀를 존경했을 거예요.


사실 그렇다.

일중독에 업적도 많은 남자가 괴팍한 성격이라면

그 괴팍함도 존경의 대상이 되겠지만

여성이 그러면 ‘마녀’라는 호칭이 붙는다.

영화에서처럼 두 번 이혼까지 한다면 더 많은 가십거리를 선사하겠지.


때가 때인지라 번역에도 눈이 갔는데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두 주인공이 만나는 대목이 있는데

미란다가 그 여자를 보고 있으니까 기사가 차를 출발시키지 않는다.

미란다가 말한다.

“Go!"

이 말은 자막에 “안 가?”로 나왔다.

상황으로 봐선 ‘안 가?’가 딱이었다.

“가세” “갑시다” “이제 가요”로 번역했다면 미란다의 성격을 살리지 못했으리라.

‘Go' 같은 단어로도 이렇듯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듯이

번역이란, 제2의 창조고

수많은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작업이다.


이 영화에 대한 네티즌 평을 보니 “여자들이 좋아할 영화”라고들 하던데

나 여자인가????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06-10-30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저도 토요일날 봤어요. 미란다, 매력적이었어요. 그 도도한 표정^^
그녀가 남자였다면 세상 사람들이 존경했을 거라는 그 대사, 저도 제일 기억에 남아요.

비로그인 2006-10-30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운데가 우뚝 날이 선 코가 저와 닮아서(어째 닮은 것 그것 뿐) 메릴 스트립을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차갑고 저돌적인 이미지로 어느 순간부터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소피의 선택, 크라이머 대 크라이머도 권해드리고 싶어요. 워낙 옛날 영화라 구하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요. 이 영화에서의 그 막강한 카리스마라니, 메릴 스트립에 가려서 앤 헤더웨이는 잘 보이지도 않았어요.(어제 봤어요 호호호)

마늘빵 2006-10-30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시사회 봤어요. 재밌어요. 또 보고 싶어요.

마태우스 2006-10-3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오오 님도 재밌으셨군요!!! 방가방가.
주드님/에이, 메릴 스트립보단 주드님이 더 미모죠. 메릴은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사람이고, 묘한 매력이 있는 건 인정하지만 역시 미모는 주드님이... 소피의 선택은 아카데미상을 안겨준 바로 그 영화죠? 요즘 오래 영화를 쉬었는데 왜 그랬는지 궁금해요.
배혜경님/스트립의 카리스마에 빠져 저 역시 앤 해더웨이가 보이지 않더이다.^^

하늘바람 2006-10-30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쿤요 전 볼 생각 안했었는데^^

호랑녀 2006-10-30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봤어요 ^^
역시 메릴스트립이었어요.
That's all! 이라고 매번 말할 때의 그 도도한 표정... 멋졌어요.

진/우맘 2006-10-30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성정체성에 혼란을? ^^
겪을만도 하다고 생각함. (한때 알라딘에 '마태우스는 여자다'는 루머를 유포시켜볼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는. ^0^ =3=3=3)

모1 2006-10-30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인지도..후후..
소설책으로는 봤는데...전 그다지 끌리지 않더군요. 영화에서는 메릴 스트립에 초점을 맞춰서 좀 다르다고 하긴 하지만서도..화려한 옷구경하기는 좋다고 하긴 하더라는..

비로그인 2006-10-3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봤어요^^ 정말 재미있더라구요... 제 자신을 죽이고 저 곳에서 일해보고 싶을 만큼..^^ ㅋ

수퍼겜보이 2006-11-04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릴 스트립이 그 역할을 맡았기에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되어버렸어요.

박예진 2006-11-05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정말 재밌죠? ㅎㅎㅎ

moonnight 2006-11-20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봤답니다. 메릴 스트립 너무 멋지더군요. 앤 헤더웨이가 확실히 젊고 아름답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는 배우. 물론 눈도 즐거웠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