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빈치 코드>를 책으로 봤을 때, 난 이런 책이 왜 베스트셀러인지 의아해했다. 공부밖에 모르던 학자가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문제를 해결하고, 믿었던 사람이 범인이고, 곁에 따라다니던 여자는 알고보니 왕족이라는 식의 허무맹랑함은 무협지에 가까웠고, 예수에 대해 말하는 장면은 대체로 지루했다. 게다가 아이작 뉴톤같이 유명한 사람을 끌어들여 뭔가 있어 보이려 하다니 쯧쯧. 그래서 난 그 이후 댄 브라운의 책을 읽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생각은 했다. ‘책보다는 영화가 더 나을 듯 싶다.’
실제로 영화는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원작의 인기가 부담될 텐데도 감독은 별반 주눅들지 않고 영화를 아주 잘 만들었고, 특히나 후반부가 인상적이었다. 연기파 배우를 쓰고 돈도 제법 많이 쓰고 스토리도 그런대로 괜찮은 영화, 사람에 따라서는 특A를 주지는 못할지라도 B 이상의 학점은 충분히 줄 수 있으리라.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나갔느니, 보다가 잔 건 이번이 처음이라느니 하는 영화평이 올라온다. 이해가 안간다. 이게 아무리 재미없을지라도 내가 중간에 나간 유일한 영화인 <낭만자객> 수준은 분명 아닌데 어떻게 잘 수가 있을까. 나가려 했을 때 본전 생각은 안났을까? 사람에 따라서 반응이 다른 거야 당연하지만, 그렇게까지?
난 이 영화를 시네시티에서 봤다. 그 앞에서 미녀를 만나기로 했는데, 미리 와서 표를 바꾸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극장 주위로 미니스커트 미녀가 천지라는 걸. 영화가 끝나고 밥을 먹으러 가는 동안 난 열나게 눈을 좌우로 돌렸다. 같이 있던 미녀가 이런다.
“여기 사람들, 정말 다리 예쁘지 않나요?”
난 대답했다. “네! 여기다 카메라 설치하고 지나다니는 여자만 찍어도 흥행에 성공할 것 같아요!”
그날밤, 난 눈이 빨개진 채로 잠이 들었다. 다빈치 코드가 아닌 시네시티 주변을 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