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사이트에 ‘수다로 풀자’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여자 도우미를 불러서 노는 남성의 술문화를 비판한 글이었다. 그때 내 글에 달린 댓글 하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친구 둘과 오후 세시부터 아홉시까지 수다를 떨었다. 이런 게 대단히 보람 있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부르는 남자들은 이해가 안간다. 노래방에 갔으면 자기들끼리 노래를 부를 일이지 왜 그러는 걸까?”

나 역시 이해가 안간다. 이해도 안되고, 더구나 그런 글까지 썼으면 가지 않는 게 정상이겠지만, 부끄럽게도 난 그러지 못했다. 가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다만 친구가 생일이라고 산다는데 거절할 배포가 없었던 까닭이다. 신촌의 유수한 곳을 다 놔두고 ‘여자가 예쁘다’는 풍문만 듣고 몰려간 남구로역, 거기서 난 지난 일주일 중 가장 보람 없고 재미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우리가 넷, 불려온 도우미도 넷. 평소 만나는 여자들보다 훨씬 안 예쁜 도우미 여자를 옆에 앉혀두고 뭘 해야 할까. 친구들은 잘만 놀았건만, 난 어서 시간이 가 주기만을 빌었다. 나같은 스타일을 그 도우미 언니는 어떻게 생각할까. 손도 안잡으니 오히려 좋아할까. 아니면 한바탕 놀 마음이 있었는데 따분해 할까. 약속된 두시간이 다가올 즈음 “혹시 주인이 서비스 시간 넣어주는 거 아니죠?”라고 도우미에게 물었다.

“절대 안그래요.”

5분만 견디면 된다고 생각할 즈음, 친구는 한시간을 연장해 날 절망시켰다. 그래서 난 그날 새벽 한시반에 들어갔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느라 무척 힘들었다.


노래방에서의 일이다. 내 침묵에 도우미가 심심해하는 것 같아 최소한의 성의를 보였다. 이말 저말 하고 있는데 도우미가 묻는다.

“뭐하시는 분이세요?”

말하기가 귀찮아 난 ‘백수’라고 대답했다. 도우미의 말이다.

“그렇다면 남자 도우미 하는 거 어떠세요?”

“네?”

“여자 분들하고 얘기를 아주 잘할 것 같아요. 남자 도우미는 귀하거든요. 저희는 시간당 2만원이지만 남자는 3만원 받아요.”

웃자고 한 얘기인 줄 알았는데 그녀는 제법 진지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삼십분이 넘도록 그 얘기만 하진 않았을 터.

“남자들 문화에 룸살롱, 단란주점, 노래방이 있듯이 여자들한테도 호스트바, 아빠방, 노래방이 있어요. 호스트바는 워낙 인물을 보니까 힘들고, 강남도 외모를 좀 보거든요. 영등포 근처 노래방에서는 통할 것 같아요.”

난 도우미가 되려면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들었다.

“인터넷에 남자 도우미 구하는 가게 상호가 나와 있어요. 제가 아는 가게는 소개해 드릴만한 곳이 없고...그냥 인터넷 찾아보고 전화 하세요.”

수다를 잘 떤다는 게 취직에도 도움이 되다니! 학교에서 일이 잘 안풀리면 한번 생각해 볼까.


오늘 테니스를 치고 오는데 엊그제 샀던 친구가 테니스 멤버한테도 생일 턱을 내겠단다. 어디서 밥을 먹을까 상의하는데 다른 친구가 이런다.

“1차에서 뭘 먹든지 2차는 여자 나오는 곳으로 가자.”

한심한 남자들은 정말이지 너무도 많다. 그들과 어울리는 나 역시 그 중 하나겠지만 말이다. 내가 바르게 사는 날은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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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23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어요 ^^;;
저두 그런 남자들 이해하기도 힘들고 싫더라구요.
많은 남자들이 저들 노는데 꼭 여자를 껴야 맛인가봐요. ㅡ,.ㅡ;
지들끼리 걍 놀지 ㅡㅡ;;;

마태우스 2006-04-23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그죠? 저도 첨 들어봤는데요, 아주머니들이 잘가는 곳인가봐요.
나를찾아서님/제말이요.... 근데 남자들끼리는 집단문화가 득세하는지라 저 혼자 먼저 가겠다면 마구 화를 냅니다...

하루(春) 2006-04-23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그런 데로 가는 거죠? 이해를 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데요 아직 풀리지 않습니다.

moonnight 2006-04-23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심한 남자들. 많죠. 선배가 되어가지구선 후배들한테 "좋은 데" 데려가 준다고 끌고 가는 거 보면 정말정말 때려주고 싶어요. 서서히 그런 분위기에 물들어가는 후배들 보는 것도 너무 싫고. 술문화, 꼭 그래야 할까요. 삼겹살에 소주잔 기울이며 얘기하는 게 얼마나 즐거운데. -_-a 그런데, 아빠방이라니. 저도 첨 들어보네요. 비슷한 여자들도 있긴 있군요. 쿨럭. ;;

토토랑 2006-04-23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풋 저두 아빠방은 처음들어봐요 하하하

mannerist 2006-04-23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세 번 거부하고, 도망 몇 번 쳤더니... "갱생도 싸나이들"도 포기하덥디다. 뭐 니놈 결혼하면 보자고 벼르시긴 하지만. ㅎㅎㅎ

클리오 2006-04-23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어지간하면 싫으면 가지 마시지요. 그렇게까지 버티기 힘들면서, 금전적 손실도 크시면서 오직 친구들간의, 더구나 '그런' 친구들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꼭 그렇게 가셔야 되나요.. 무엇보다 님 맘이 불편한 것이 젤 안좋잖아요..

이리스 2006-04-23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빠방이 뭐야요? @.@ 궁금궁금.. 오빠방도 아니고.. 뭐하는 곳일까. --;;

마태우스 2006-04-23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앗 지금 생각해보니 오빠방이었던 거 같아요. ㅠㅠ
클리오님/금전적 손실은 최근엔 없었어요. 친구가 다 냈으니깐요. 하지만 그 시간이 참 아깝더이다.
매너님/직장이면 거짓말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오래된 친구들이라서요........ 매너님의 결단력은 참 존경스럽지요
토토랑님/구두님 말씀 들어보니까 오빠방인 거 같아요
달밤님/아앗 삼겹살에 소주! 갑자기 댕겨요!! 와와! 언제 달밤님이랑 삼겹살에 소주 먹을래요!
하루님/전 하루님보단 좀 더 이해하는 쪽이지만요, 취향을 무시한 채 모두 거길 가야 한다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라주미힌 2006-04-23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세실 2006-04-2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쿄쿄쿄 마태님이 남자 도우미하면 잘하실것 같아요~~~
아줌마들이 딱 좋아하는 스탈입니다~~
푸하하.....(괜히 상상해보는 세실)

해적오리 2006-04-2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남동생이 입사하고 얼마안되어서 선배들이 댓고 간데가 맛사지방인가 그런데였대요. 그런데는 상상도 못하는 녀석인지라 사람들이 방으로 들어가고 어떤 여자가 들어오길래 동생이 눈 부릅뜨고 누구세요, 여긴 왜 들어오세요 그랬대요. 여자분이 당황해서 모르고 들어왔냐고 그러니 동생이 그렇다 그러고 혼자 유유히 집으로 돌아왔다네요. 그러면서 이를 갈더군요. 돈벌고 쓸데 없으니 이상한데 가서 쓰고 있다고... 어쩌다 이런 얘기까지 나왔나 싶지만.. 어쨋든 그런 남자들 저엉말 싫어요.

sooninara 2006-04-24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방은 통할듯..ㅋㅋ
울남편이 돈이 없어서 저런곳을 못간다는 말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쿄쿄

Mephistopheles 2006-04-2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접대가 문제라니까요 접대문화로 인해 이렇게 까지 되버린 거라구요..
술. 여자가 낀 접대로 인해 공정성은 물건너 가버리는 거죠..에이 짜증나..

마태우스 2006-04-2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그러게요. 짜증나요!! 접대 덕분에 그런 집들이 먹거사는 거겠지요..
수니님/오빠방은 통한단 말이죠 으음.... 화장만 좀 하면...^^
해적님/동생분이 의외로 강직하군요. 선배들 있는 데서 그러기 쉽지 않은데...해적님과 동생분 모두 멋쟁이.
세실님/아 그렇습니까? 적성도 살릴 겸 영등포로 진출해볼까요%%^^
라주미힌님/님도 같이 영등포로 오시렵니까?^^

다락방 2006-04-2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말이 그말이예요. 남자들은 왜 술을 마시든 노래를 부르든 꼭 여자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걸까요? 미스테리예요, 미스테리.

라주미힌 2006-04-24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당 3만원이면 쎄네요.. ^^;;
노후를 위해서라도 그런 알바 필요는 해 보입니다 ㅎㅎㅎㅎㅎ

마태우스 2006-04-25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나이 들어선 못합니다. 제가 끝물이겠지요^^ 한 5년 정도 활동가능...^^
다락방님/저도 미스테리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