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자랑 봤다
남자랑 영화를 보는 건 그리 자주 있는 건 아니다. <미녀삼총사>를 본 게 남자랑 본 마지막 영화였으니 감개가 무량하다. 그는 <브로크백 마운틴>을 비롯해 여러 영화를 내게 추천한 뒤 “하나 고르라.”고 했고, 내가 고르자마자 예매를 하는 센스를 보여줬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실패작이었고, 그는 내게 “브로크백 볼 걸 그랬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난 브로크백은 물론이고 그가 보기로 든 영화 대부분을 다 본 상태였고, 샤론 스톤에 대한 판타지가 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사그라들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걸 고를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그 영화를 보기에 집어넣은 게 그의 실수 아니겠는가. 영화를 보노나니 후회된다. 차라리 나탈리 포트만이 나오는 <브이 포 밴티타>를 고를 걸.

2. 어떻게 알았을까?
입소문이라는 게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주위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블록버스터도 아닌 <왕의 남자>가 대박을 친 데서 알 수 있듯이,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도 입소문의 위력은 여전하다. 입소문을 위해서는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봐줄 선발대가 필요한 법, 어느 정도의 화제작이라면 그들에 의해 객석이 대충 채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원초적 본능 2가 개봉한 3월 30일, 객석은 텅텅 비어 있었다. 안스러우리만큼. 도대체 선발대는 다 어디 갔을까? 그들은 어디서 정보를 찾았을까?

3. 14년의 세월이란
전편이 히트한 건 팜므파탈이란 주제가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샤론 스톤의 엄청난 매력이 관객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샤론 스톤이 의자에 앉은 채 꼰 다리를 여러 번 바꾸는 장면에서 극장 안이 관객들의 침 삼키는 소리로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뒤, 똑같은 내용을 14살을 더 먹은 배우가 연기를 한다면 다리를 수백번 꼰다 해도 별반 감흥이 없지 않겠는가? 속편에서도 샤론 스톤은 자기가 범인일지 아닐지를 놓고 미스테리한 줄다리기를 펼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섹시함을 시종일관 강조하지만, 58년생으로 49세인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는 건 안타까운 일이었다. 95년 쯤 속편이 나왔다면 일정 수준의 흥행을 했을지 모른다. 14년 후 속편을 만들려 했다면 안젤리나 졸리같은 당대의 섹시녀를 썼어야지 않을까.

4. 어쩌면
속편이 재미있기가 힘든 이유는 사람들이 전편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다. 기억이 희미해질만한 때 속편이 나오면 뭔가 되지 않을까, 제작진은 이런 생각을 했음직하다. 그리고 그 당시 미성년자여서 1편을 못본 관객들을 끌어들이려는 계산도 있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사람들이 1편의 기억을 많이 잃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당시와 비교할 때 시대는 너무도 변했다. 원초적 본능 1편은 분명 시대를 앞서가는 만큼의 충격을 우리에게 선사했지만, 요즘은 그보다 더한 충격을 주는 영화가 워낙 즐비하다보니 웬만한 영화에는 간에 기별도 안가는 형국이다. 유령을 보는 아이를 상담한 정신과 의사가 사실은 유령이었다는 기발한 내용도 이미 식상해진 마당, 지금 1편이 개봉된다 해도 그렇게 인기를 끌지 확신이 안선다.

5. 결론
어찌되었건 원초적 본능 2는 전편의 인기에 힘입어 거저먹어 보자는 얄팍한 상술의 발현이었다. 그리고 한 배우가 14년 내내 섹시함을 유지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피부가 뽀얗고 몸도 날씬했던 내 14년 전을 그려보면 갑자기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