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질스런 속편 때문에 전편에서 받은 감동마저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우리는 생각한다. “왜 속편을 제작해 가지고.”
몰래카메라도 그런 경우다. 외국방송에서 소재를 차용한 것일지라도 몰래카메라의 인기는 대단했으며, 이경규는 그 프로로 인해 개그계의 정상에 올랐다. 이제 더 베낄 게 없어서인지 십여년만에 다시 몰래카메라가 리바이벌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하나같이 유치하기 그지없다. 내가 본 두편 중 하나인 박준규의 몰카에서는 조형기가 박준규를 사이비 종교집회에 데리고 가는 거였는데, 나 같으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 상황에서 박준규는 끝까지 참아내는 인내심을 보여줬다. 문제는 그게 웃겨야 하는데 하나도 안웃길뿐더러, 당한 박준규도 기분이 나쁜 것처럼 보였다는 것.
여행을 가기 전, 몰래카메라 정형돈 편을 보았다. 알라딘 분들은 몰래카메라를 안보시는지 거기에 대해 아무도 언급하지 않으셨던데, 그 프로는 가수 진우션 중 ‘션’을 자동차 폭발로 죽는 것처럼 위장했던 모 방송사의 만행 이후 최악이라 할 만했다. 내용은 이랬다. ‘성은’이라는 좀 생긴 가수가 외모가 떨어지는 정형돈에게 사랑을 고백한 후 그의 반응을 보며 웃어보자는 게 그 내용. 원래 대본상으로는 정형돈이 어여쁜 여자의 고백에 좋아가지고 어쩔 줄 몰라해야 하지만, 다행히 정형돈은 커플링을 주며 오버를 하는 성은을 “이러면 안된다.”고 타일렀다. 성은에게 “이런 고백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정형돈에게 호감이 더해지긴 했지만, 도대체 남녀간의 사랑이 장난의 소재로 이용되어야 하는지 보는 내내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정형돈이 결혼적령기가 된 만큼 미인의 사랑고백에 반색을 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예상했었다.”이라고 말하는 제작진은 과연 사랑을 장난으로 아는 것일까.
십여년 전의 몰래카메라에도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적지 않았다. 예컨대 황신혜가 신체검사 한다고 의사가 “다리 한쪽 들고” “옆으로 몸 누이고” “다리 두쪽 다 들고” “윗몸 일으키기 하세요.” 등등 엽기적인 주문을 하는 것이랄지, 송혜교한테 피부를 버렸다고 거짓말을 함으로써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게 했던 것들처럼. 그렇긴 해도, 인권의식이 희박했던 시절임을 감안하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게 가능하긴 했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그리고 90년대에 유행한 프로를 보면서 웃는 시청자는 별로 없을 듯하다. 오래 전 히트상품을 재탕해야 할만큼 아이디어가 없으면 집에 가서 면벽수도라도 함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