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어스트가 쓴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를 보면 수학을 배우는 이유가 나와있다.

책이 옆에 없어서 정확한 문구가 생각 안나지만, 대충 이런 거였다.

회사에서 상사가 정말 쓸데없는 일을 시켰을 때,

"난 수학도 배웠는데" 이러면서 묵묵히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마음에 담고 시간 날 때마다 이 말을 써먹었다.

 

어제, 우리 학교 옆에 있는 북일여고에서 강의를 했다.

진로에 대한 강의였고, 난 "공부가 가장 쉽고 편한 길"이라는 보수적인 내용을

학생들에게 역설했다.

그 와중에 수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는데,

강의가 끝나고 나서 내 강의를 주의깊게 들으시던 교장 선생님이 연단에 올라오신다.

교장 선생님은 마이크를 들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학은 아주 중요한 과목입니다. 수학을 배워야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어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옆에 있던 학생에게 물었다.

혹시 교장 선생님 담당과목이 수학이냐고.

그렇단다.

앞으로 북일여고를 다시 못올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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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4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5-06-25 09:38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제가 좀 성향이 이상해서, 그런 것들이 저한테 큰 힘이 됩니다. 제가 쓴 글이 맞다는 걸 그분들이 입증해 주는 거라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님의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우린 서로가 서로의 팬...!

moonnight 2015-06-24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장면이 상상이 되어서 빵 터졌어요^^; 고교때까진 수학을 참 좋아했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요-_-a

마태우스 2015-06-25 09:39   좋아요 0 | URL
역시 님은 수학을 좋아하셨군요. 보통 분이 아니다 싶었는데....존경합니다

해피북 2015-06-2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필이면 교장선생님이 ㅋㅂㅋ,,,

마태우스 2015-06-25 09:40   좋아요 0 | URL
글게 말입니다. 수학 가르치시는 줄 알았다면 수학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을 텐데...

아무개 2015-06-24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쓸데없는 일을 참고 못하는 이유가
수학을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군요.
-..-++

마태우스 2015-06-25 09:40   좋아요 0 | URL
그, 그런가요. 뭐 그래도 아무개님 충분히 훌륭하신 분입니다!!

단발머리 2015-06-24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왜 수학을 배워야하냐`며 울분을 토하는 어린이가 저희 집에 한 명 있어서요.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까요? ㅋㅎㅎㅎㅎ

마태우스 2015-06-25 09:42   좋아요 0 | URL
아니오 안됩니다. 그 책 읽으면 수학이 더 하기 싫어질 거예요. 귀차니즘의 대명사격인 분의 책이라....^^

blanca 2015-06-24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는 수학과 애증의 역사가. 수학 공부만 했는데 수능에서는 수학 때문에 진로가--;; 그래서 도망간 회사가 또 수학을 안 하고는 못 버티는 곳.

그래서 제발 제 아이들 만큼은 수학으로 고생 안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해도 해도 안 되더라고요.

마태우스 2015-06-25 09:43   좋아요 0 | URL
수능에서 수학이 배신했군요 저도 수학 못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수능에서 수학을 망치는 바람에, 진로가 꺾일 뻔 했습니다 ㅠㅠ 수학에 대해선 대부분 좋은 추억이 없더라고요.

순오기 2015-06-24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삼남매와 나는 사칙연산만 할 줄 알면 사는데 불편하지 않다고... 어려운 수학은 필요한 사람만 배우게 하면 좋겠다고 말해요.ㅋ

마태우스 2015-06-25 09:44   좋아요 0 | URL
오오 선진적인 어머니십니다 역쉬.... 사실 미적분 써먹을 일이 뭐 얼마나 되겠어요. 그 생각을 하면 수학 때문에 고생한 게 좀 아까울 때도 있죠

순오기 2015-06-25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교장샘 전근가든지 곧 퇴직하든지 하실테니 걱정마세요~ 후임은 절대 수학교장이 아닐테니까요!!ㅋㅋ

무스탕 2015-06-25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어보다 수학! 이라는 울 정성은 제게도 미스테리에요. ㅋㅋ

clavis 2015-06-26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국문과로 전과시켜달라고 그 대학 총장님을 찾아갔는데(자계서의 효과)그분이 용캐 시인이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