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어스트가 쓴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를 보면 수학을 배우는 이유가 나와있다.
책이 옆에 없어서 정확한 문구가 생각 안나지만, 대충 이런 거였다.
회사에서 상사가 정말 쓸데없는 일을 시켰을 때,
"난 수학도 배웠는데" 이러면서 묵묵히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마음에 담고 시간 날 때마다 이 말을 써먹었다.
어제, 우리 학교 옆에 있는 북일여고에서 강의를 했다.
진로에 대한 강의였고, 난 "공부가 가장 쉽고 편한 길"이라는 보수적인 내용을
학생들에게 역설했다.
그 와중에 수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는데,
강의가 끝나고 나서 내 강의를 주의깊게 들으시던 교장 선생님이 연단에 올라오신다.
교장 선생님은 마이크를 들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학은 아주 중요한 과목입니다. 수학을 배워야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어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옆에 있던 학생에게 물었다.
혹시 교장 선생님 담당과목이 수학이냐고.
그렇단다.
앞으로 북일여고를 다시 못올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