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 시절, 갑자기 우지끈 소리가 났다. 몸이 꽤 뚱뚱하던 친구 하나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던 중 의자가 부서지는 바람에 바닥에 떨어진 것. 그 친구의 불행을 위로해주기보다 우리는 그저 웃기 바빴고,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바닥에 넘어져 어쩔 줄 몰라 하는 친구의 표정을 생각하면서 웃곤 한다.
그게 남의 일은 아니었다. 열흘쯤 전, 우리집 변기 받침이 부서졌다. 도너스처럼 된 받침대의 앞부분이 반으로 쩍 갈라진 것. 서서히 금이 가서 부서지기 직전이었는데, 막상 갈라진 것은 할머니가 앉아계실 때였다. 그래서 할머니는 “내가 그랬다”며 한탄을 하셨지만, 난 안다. 그건 내가 그런 거라는 걸. 어느날 “딱” 소리와 함께 약간의 금이 생겼고, 앉아있을 때마다 금은 더 길어져 갔다. 설마 갈라지겠어, 했지만 정말로 갈라지다니. 이것이 최근 내가 체중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다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성수대교가 무너진 것이 공사의 부실과 더불어, 적정 무게를 넘어선 차량들의 압박 때문인 것처럼. 안고치고 그냥 쓰고 있는데, 혹시 새 걸로 간다면 좀 튼튼한 놈으로 교체해야겠다.
운동을 해도 체중이 안빠지는 것은 지방이 근육으로 바뀌기 때문이라고 주장을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난 점점 배가 나오고 있다. 엊그제 나랑 같이 놀러갔던 미녀 둘 중 한명도 “배는 나오면 안되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했고, 돌잔치에 갔을 때도 다이어트에 성공한 친구 하나가 내 배를 비웃었다. 최근에 읽은 <소설가의 죽음>에서 미녀작가 퍼트리샤 콘웰은 배나온 것에 대한 혐오를 이렇게 표현한다.
“다음날 아침을 상상하자 막막했다. 마리노(경찰 이름)는 트렁크 팬티 차림에 튀어나온 배가 그대로 드러나는 티셔츠를 입고 맨발로 욕실로 걸어들어갈 것이다”
러닝머신을 아무리 해도 배가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보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모양이다. 난 그 길을 윗몸일으키기에서 찾기로 했다. 작년 이맘때, 나한테 윗몸일으키기를 하루 100개씩만 하라던 친구의 말이 생각나서다. 윗몸일으키기가 배를 들어가게 하는 건 아니지만, 지방을 근육으로 바꿈으로써 배가 들어간 것처럼 보이게 해준다는 게 그녀의 논리. 시험삼아 50개를 해봤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고3 때 1분에 53개를 했던 체력만큼은 안되겠지만, 윗몸일으키기는 그래도 내 특기였는데. 러닝머신에 테니스, 그리고 윗몸일으키기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수단은 다 동원해 봐야겠다. 변기 받침대를 오래 쓰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