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예과 학생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아, 네... 이름이 뭐였더라?”

“강타(가명)요”

버스를 7분 정도 기다렸을 무렵 좌석버스가 온다.

“저거라도 타죠”

학생은 머뭇거린다. “비싸잖아요”

“제가 낼께요 타요”

난 버스카드를 두 번 찍었고, 학생은 나보고 고맙다 했다. 천안의 버스요금은 900원, 좌석은 1300원. 그래봤자 400원 차이건만 학생은 내가 아니었으면 그 버스를 타지 않았을 것이다. 1교시 수업에 맞추어 가려면 시간이 빠듯했음에도.


내 학생 때 생각을 해본다. 1학년 때, 학생회관 지하에서는 라면을 팔았다. 백반이 400원 하던 그시절 라면은 하나에 150원을 받았는데, 계란을 넣은 라면은 ‘특라면’이라 해서 200원을 받았다. 그 50원을 아끼려고 그당시 난 늘 보통 라면만 먹었다.


젊은 시절이야 그래도 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그러는 건 마음이 아프다. 기차표를 사려고 줄을 서있는데, 내 앞의 할아버지가 표를 사려 하신다. 아가씨의 답변, “새마을은 좌석 있구요, 무궁화는 입석이어요”

잠시 생각하던 할아버지는 결국 무궁화 입석을 사신다. 그런 분들을 위한 좌석이 몇 개 마련되어 있다고 해도, 어느 정신 나간(?) 젊은이가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는 한 그 할아버지는 서서 먼 길을 가야할지 모른다.


돈은 안락함이고, 시간을 버는 수단이고-먼저 오는 비싼 버스를 탈 수 있으니-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금도끼다. 벤츠를 타고 50평 아파트에서 DVD를 볼 여유까지는 없다고 해도, 무궁화 대신 새마을을 타고, 아무렇지도 않게 좌석버스를 탈 여력이 내게 있다는 건 여러모로 고마운 일이다. 남들은 돈을 모아서 책을 사지만, 난 읽고싶은 책이 있으면 그냥 질러 버리고, 그것도 부족해 이벤트를 벌여 책을 선물한다 (그만큼의 책을 받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난 내가 세상에서 가져야 할 몫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면서 사는 것같다. 이런 생각에 가끔씩 미안해지지만, 그런 건 잠시 뿐,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나보다 더 가진 자들을 부러워하며 잠이 든다. 내일은 토요일, 로또를 사는 날이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anda78 2005-10-01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또 아자!

비로그인 2005-10-01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흐 형! 글이 역시 재미나네!! 역시 재벌 2세도 남을 부러워 하는구나 -_-;;
로또 당첨되면 뭐할꺼야? 참. 궁금하네. 무엇을 하기위해 로또 당첨을 원하는지..

어룸 2005-10-01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또 대박 기원!! ^ㅂ^)/

BRINY 2005-10-01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은 안락함이고 시간을 버는 수단이고 -> 그렇고말고요. 추천입니다!

인터라겐 2005-10-01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로또.. 지금 열심히 사는 이유가 바로 안락함을 누리기 위함이겠지요..

marine 2005-10-01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정신나간 젊은이가 한 명 쯤은 있을 거라 기대해 봅니다 서서 가는 거 힘들지만, 노인이 서서 가는 걸 보는 것도 굉장히 마음이 불편하거든요 ^^

paviana 2005-10-01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차있으면 빨리 간다고 크라잉넷이 말했답니다.
전 이미 로또 샀어요.아자아자

울보 2005-10-01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도 로
또를 사시나요,,그럼 나도 로또를 오늘은 사볼까 그런데 요즘 워낙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줄리 2005-10-01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마을호대신 입석 무궁화호를 타셔야 했던 그 할아버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네요... 로또 되시면 그런 할아버지들 도와드릴려고 그러시는거죠?

moonnight 2005-10-0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건 맞죠. 저도 하고 싶은 일(돈 많이 드는 걸 하고 싶어하지는 않으니 다행 ^^;)을 별 고민없이 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단 생각에 가끔 불특정다수에 대한 미안함이 있어요. 흠.. 로또, 당첨되면 막강 이벤트 벌여주실거죠? ^^

플라시보 2005-10-01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돈이 주는 편리함이란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지요. 저는 돈의 노예는 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 때문에 힘들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려면 어여 벌어야 하는데...아깝다 백수만 아니었어도..낄낄

쪼코케익 2005-10-01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눈팅만 하다 몇 자 적습니다. 그 할아버지께서 돈이 없으셨을 수도 있지만, 무궁화가 노인 할인이 되기 때문에 선택하셨을 수도 있어요. 우리 아버지도 꼭 그러시거든요. 몇 푼 아끼려고 그러시지 말라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못 들은 척!

마태우스 2005-10-01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레네님/아, 그런 게 있군요! 미처 몰랐습니다. 그래도 입석은 좀...마음아프죠.
플라시보님/님은 글쓰는 일을 하고 계시니 백수라고 할 순 없죠. 혹시 알아요? 엄청난 책이 나올지.
문나이트님/막강 이벤트는 아니구, 소소한 이벤트를 여러번 할래요. 막강이벤트를 하면 남들이 다 알아채잖아요. 쟤 로또구나!
줄리님/윽...그, 그게요.. 그런 생각은 사실 못했었어요. 그냥 한겨레랑 인권하루소식 같은 몇몇 단체를 돕는 생각은 했지만 독거노인같은 분들을 돕는 생각은..
울보님/로또는 사야지 될 확률이 있습니다 ^^
새벽별님/하핫, 한줄기 희망이죠^^
파비아나님/토요일날 사는 사람들이 주로 되던데요^^
나나님/저도 가끔은 그 정신없는 젊은이가 되지요. 하지만 저도 피곤할 땐 못일어나겠더라구요..
인터라겐님/그래요. 하지만 열심히 일한다고해서 노후에 안락한 게 아니니까 문제죠...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잖아요....그분들께 늘 미안해요...
브리니님/추천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끄럽습니다
투풀님/님께서 빌어주시니 이번엔 일을 칠 것 같습니다
장미언니/로또 되면 스테이크라도...호홋.
판다님/아자아자! 하핫. 분당번개에서 뵈요

모1 2005-10-03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양보를 분명 했을꺼예요. 그래도 버스에 타면..노인분들께..자리 양보많이 하잖아요.(전..다리가 정말 아프지 않을때..빼고는 경로석도 앉지 않는 편이에요.) 예의바른 젊은이(?)들이 아직은 세상에 많으니까요. 시간을 아끼는 지름길인 돈...음...맞아요. 가끔씩..기회비용+건강을 생각하면서 저울질을 합니다. 물론 지각일 경우에는 그마저도 생각이 없지만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