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8월 17일(수)
누구와: 대전에 있는 친구와
마신 양: 소주--> 맥주, 막판에 약간 힘들었다
대전에 사는 친구를 만났다. 책도 주고 이야기도 했다. 친구와 헤어지고 여관서 잔 뒤 출근을 했다. 더 이상 새벽을 밝히며 집에 가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지방에서 잘 때, 과거에는 언제나 역 근처 여관을 잡았다. 이젠 안그런다. 역 근처 여관들은 하나같이 후지기 때문.
군대에 가던 날, 난 친구와 동대구 역 옆에 있는 동대구 여관에서 만나기로 했다. 동대구역 근처에 그런 이름을 가진 여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있었다. 하지만 막상 거기 가보고 나서 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 쓰러져가는 낡은 여관, 바닥에선 삐걱삐걱 소리가 나고 난방은 전혀 안되었으며 욕실은, 거기서 샤워를 했다간 몸이 더 더러워질 것 같았다. 거기서 난 친구와 하루를 잔 뒤 군대에 갔다. 몸이 가려웠다.
부산역 근처도 만만치 않았다. 삐끼 할머니를 따라 간 여관에는 바퀴벌레가 최소한 세 마리 이상 살고 있었고-내가 본 게 세 마리였으니까-에어콘 대신 선풍기 한 대가 삐걱거리며 돌고 있었다. 침대보는 더럽고, TV는 아주 작았다. 침대에 누워서도 바퀴벌레 때문에 계속 신경을 쓰느라 잠을 설쳐야 했다. 화장실이 변의를 상실할만큼 더러웠다는 것도 아울러 밝힌다.
지난번 일이 있어서 대구에 갔을 때, 난 택시운전사 아저씨에게 역에서 약간 떨어져 있으면서 괜찮은 여관을 안내해 달라고 했다. 택시에서 내린 난 외관상으로도 깔끔해 보이는 그 여관이 마음에 들었고, 방값이 위에 언급한 후진 여관들과 똑같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놀랐다. TV는 50인치는 될 것 같았고, 에어콘은 정말정말 시원했다. 드넓은 방, 깨끗한 침대,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음료수들. 욕조에 물을 채운 나는 한 마리의 인어처럼 그 안에 들어가 한참을 있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역이나 터미널 근처의 여관은 다 더럽고, 그보다 약간 먼 곳은 깨끗하다는 걸. 가만히 있어도 사람이 몰리는 역 근처 여관은 그만큼 안일한 자세로 임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은 손님을 받기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걸.
어제 역시, 역에서 2천원어치 쯤(대전은 기본요금이 1500원) 떨어진 여관에 몸을 뉘었다. 대구에서처럼 그 여관 역시 널찍한 실내와 환상적인 시설들이 날 반겼다. 역 근처에서 자지 말라는 교훈을 비록 난 나이 들어서 깨우쳤지만, 다른 분들은 그런 실수를 하지 말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