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종률

메이져리그 해설을 하는 이종률 씨, 난 그가 어떻게 해설을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해설하는 사람이 나보다 모르니 답답할 때가 많다. 어제 경기. 한 선수가 번트를 댔다. 근데 그 공이 몸에 맞았다. 야구규칙에 의하면 아웃이다.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고, 타자는 덕아웃에 들어갔다. 근데 그걸 해설자만 모르고 있다. 이딴 소리를 한다.

“파울이네요”

TV 자막에는 이미 아웃카운트 하나가 기록되었다. 뭔가 이상했는지 해설자가 덧붙인다.

“파울 볼이 몸에 맞으면 아웃이죠. 하지만 이 선수는 타석을 벗어나기 전에 맞았기 때문에 파울입니다”

한숨이 나왔다. 덕아웃에 들어간 지가 언젠데, 다음 타자가 이미 타석에서 공을 기다리고 있는데.


방송사에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내주는 퀴즈, 사실 일반인이 풀기에는 무진장 어렵다. “45년 전에 만루홈런을 쳤던 2루수는?” 뭐 이런 문제가 나오니까. 하지만 그의 라이벌인 송재우 씨는 답을 맞추려고 노력을 하고, 절반 정도에선 정답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의 이종률 씨, 늘 “알 듯 모를듯 합니다”라고 넘어가거나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요즘에는 “이따가 답이 나오겠죠”라고 한다. 도대체 그가 메이져리그 매니아들보다 나은 게 뭘까? 참고로 말하면 메이져리그 매니아 중 내 지식은 하위권이며, 날고 기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지난번 CBS 방송을 할 때 이종률 씨가 나온 적이 있다. 나랑 같이 있던 PD에게 한 말, “이종률 씨보다 제가 더 잘 아는 것 같습니다. 언제 한번 자웅을 겨뤄보고 싶어요”

이씨가 방송을 마치고 나왔을 때, 그와 인사를 나눴다.

“아, 영광입니다! 방송 잘 보고 있습니다”

옆에 있던 PD가 끼어든다. “누가 더 많이 아는지 겨뤄보고 싶대요”

“내가 언제 그랬어요? 이건 모함이구요, 정말 존경합니다. 어쩜 그렇게 해설을 잘하세요?”

막상 만나면 아무 말도 못하는 숫기없음이 원인일 테고, 방송에 나오는 유명인이라는 데 주눅이 들었던 것도 이유가 된다. 어느 것이든 이렇게 겉과 속이 달라서야 되겠는가?


2. 김영삼

87년 대선. 민주화 진영이 둘로 갈라져 서로 으르렁댔던 한스러운 선거. 나 역시 거기서 자유롭지 못했고, DJ를 지지하면서 김영삼을 욕했다.

“그런 바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

나중에는 좀 더 심해졌다. “단일화가 되면 백기완을 찍을지언정 김영삼은 찍을 수 없다”

지금은 당을 깨고 나간 DJ의 잘못이 훨씬 크다고 생각하며, 지역패권을 인정해 YS가 대통령이 되는 게 올바른 수순이었던 것 같다. 5년을 못기다렸던 DJ는 10년을 더 기다려 대통령이 되었다. 


아무튼 난 그때 김영삼을 겁나게 미워했다. '학실히‘란 유행어를 만든 후진 발음, 그리고 멍해 보이는 얼굴... 결국 둘은 끝까지 단일화를 하지 못했고, 선거는 죽써서 개준 결과가 되었다.


그해 말, 친구들과 설악산에 놀러갔다. 등산을 하는데 민주산악회 사람들을 만났다.

‘어, 잘하면 김영삼도 볼 수 있겠는데?’

과연 그랬다. 김영삼이 있었다. 그는 악수를 요청하는 사람들 손을 일일이 잡았다. 그와 악수를 하면서 난 이랬다.

“총재님, 정말 영광입니다. 이 손, 앞으로 안씻겠습니다”

내가 DJ를 지지했다는 걸 안 친구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영삼은 등산객들과 사진을 찍었는데, 난 그의 옆에 서려다 실패, 약간 떨어진 곳에 섰다. 그 사진을 내가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친구들한테 이런 말도 했다.

“얼굴이 많이 상했어.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막상 만나면 아무 말도 못하는 버릇은 그러니까 최소 이십년 이상 된 고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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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8-15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원수진 것도 아닌데, 잠깐 스치면서 뭐라고 하겠어요. 그래도 이 손 앞으로 안 씻겠다고 하신 건 좀 심했다. ㅎㅎ

oldhand 2005-08-15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막상 만나면 약해지는 사람들 무지 많죠. 이렇게 인터넷 상에서는 제가 친한 척 하고 그러지만, 막상 마태우스 님을 만나면 수줍어서 말도 못하거나 그러는건 아닐지. 으히히. (이종률의 해설은 저도 불만이 많아요.)

비로그인 2005-08-15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존경합니다. 어쩜 그렇게 해설을 잘하세요?”
"총재님, 정말 영광입니다. 이 손, 앞으로 안씻겠습니다”
하하하하. 너무 웃깁니다. -_-;;; 뭐 그렇죠. 사실....
어떤 사람에 대해 안좋은 생각을 한다고해도 그 사람 자체를 미워하는건 아니지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잖아요. ^-^;
죄를 미워하기에 욕을 할수는 있지만 사람자체를 미워하는건 아니니깐...
하지만 가끔 그런 태도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해를 살 수 있겠죠.
한입 가지고 두말하네. 말과 행동이 다르네. 뭐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사람은 정말 말을 아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미워한다는 표현은...
정말 그 사람자체가 미울때만 사용해야하고, 조금 나와 의견이 다르다..
그는 나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나보다. 뭐 실수를 좀 했나보네. 이런식으로.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기도 하더라구요.
저도 요즘 그런 부분을 상당히 많이 생각하는 편이예요. 사회생활할 때는 중요하죠.
말이없거나 자신의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괜찮은데. 말이 많은 사람은.특히.
저도 말이 많은 편이라... 그런 부분에 있어서 요즘 주의를 하고 있습니다. ^-^

수산나 2005-08-15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꾸벅...저두 비슷한 경험있어요..등산을 하는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맞은편에서 걸어오는것이에요..음 동네 아저씨나 학교 선생님인가 하는 맘에..안녕하세요..웃으며 인사했드랬죠...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아나운서 이상벽씨였어요..이상벽씨도 상당한 애주가라 들었는데 그날은 ...등산하셨나봐요..술일기 너무 재밌어요..얏호...

mannerist 2005-08-15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하다'는 아우라에 현혹되지 않아야겠죠. 뭐 욕도 적당히 먹으면 오래 산다잖아요. 아마도 ys는 '영삼함'을 보지 못하고 '유명함'에 휩쓸린 사람들이 영삼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나중에 ys보면 '참 영삼하시네요.' 란 말을 던지고픈 매너입니다. ㅎㅎㅎ

이매지 2005-08-1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너무하십니다 ㅋㅋ
근데 또 정작 그런 사람들 만나서 싫은 감정 드러내는 것도 쉽지 않긴 해요-

▶◀소굼 2005-08-15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다음에는 그러지 마세요;;

마태우스 2005-08-15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굼님/앞으로는 잘하겠습니다^^
이매지님/그렇죠? 그래도 전 너무 오버했어요. 싫은 감정 같은 것도 없었구, 그냥 유명한 사람 만나니 좋더라구요
매너님/유명함에 휩쓸림, 그말이 정답입니다. 사실 여기엔 안썼는데요 옛날에 노태우가 서울대병원에 왔을 때 사람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더군요. 주치의인 존경하는 교수님은 그 옆에서 하인처럼 수행하고... 그때 놀랐던 건 사람들이 어떻게 노태우에게 박수를 칠 수 있느냐는 거였죠...
수산나님/이상벽씨, 아침프로에서 한번 만나뵌 적 있어요. 절 그다지 좋게 보지 않으셨던 분...^^
가시장미님/제가 아는 분 중 님은 가장 성찰을 많이 하는 분이십니다. 하지만 님은 제가 보기에 꽤 올바른 삶을 사시는, 그래서 성찰할 게 그다지 많지 않으신 분이세요. 정작 성찰이 필요한 이들 중엔 성찰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요^^ 성찰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 님.^^
올드핸드님/어 그렇단 말이죠? 언제 한번 뒤를 밟아야겠다는 생각이...^^
숨은아이님/그죠? 많이 오버했어요....제가 워낙 그래요..... 앞으로는 바르게 살도록 할께요

호랑녀 2005-08-15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니까 지난번에 절 보고 뭐라고 하셨더라?
17인치 아니네요... 그러셨던가?

sooninara 2005-08-15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ㅋㅋ
저도 그래요. 뒤에선 욕하다가 만나면 반가운척하는게..누구나 그렇지않나요???

박예진 2005-08-15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진짜 웃겨요. "겨뤄보고 싶대요." , "모함이예요."
명언인듯..크흐흐흐.

엔리꼬 2005-08-16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TV 보면 어떤 정치인이든지 시민들이랑 악수할 때 모두 감격한 듯이 악수를 하곤 하는데, 진짜 저 사람들이 지지자들 맞나? 혹시나 악수를 청할 때 무뚝뚝하고 소신있게 손을 내밀지 않는 사람은 어디 없나를 항상 살펴보게 됩니다. 제가 저 상황에선 과연 소신있게 행동할 수 있겠는가? 생각도 하고요..

이종률씨의 미덕은 재미있음, 그리고 웃김이라고 봅니다. 해설에 대해선 노코멘트.
아, 송재우씨 존경스럽지 않습니까? 진정한 매니아입니다. 대단합니다. 두 손가락 높이 들어 경외합니다.

깍두기 2005-08-16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멍청한 영삼씨 착각하게 왜 그러셨어요. 다음 대선 때 재출마한다 하면 어떡하라구.....

페일레스 2005-08-16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마태님 저런 내용 당당하게 고백하시는 모습이 참 괜찮으시네요 ㅎㅎ

클리오 2005-08-16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지금도 그러시나요?? ^^

마태우스 2005-08-16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작년 말까지 그랬으니 지금이라고 다를까요^^
페일레스님/아니 뭐... 그게요.... 좀 뻔뻔한 거죠
깍두기님/그러게 말입니다^^
서림님/해설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송재우 씨 정말 대단하죠? 저렇게나 많이 알까 싶습니다. 야구도 많이 알구요.
예진양/아 예진양이 댓글을 남겨줄 때마다 반가움의 물결이 저를 감동시킵니다
수니님/아니 뭐 제가 욕을 했다기보다.... 그러니까 그게요...
호, 호랑녀님/전 그런 말 한 적이 없습니다. 17센티라고 하지 않았나요 혹시? 전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로쟈 2005-08-16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상 만나면 아무 말도 못하"신다는 건 너무도 '뻔한' 거짓말이시네요. 마치 절묘한 번트 같은(그 옛날 한일전 김재박의 그 번트) 그런 '멘트'들이 자연스레 나오시다니,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