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을 보니 유치한 것 같아 볼 생각이 없었던 ‘동막골’, 하지만 9점대의 높은 별점과 쏟아지는 찬사는 나로 하여금 그 영화를 보게 만들었다. 그런 걸 보며 난 대세추종형 인간이다.
하지만 다들 재미있다고 하고, 같이 영화를 봐준 미녀 또한 “보길 잘했다”고 좋아하는 시점에서 나 혼자 “재미 하나도 없어 씨!”를 외치는 걸 보면, 내 안에는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대쪽같은 선비정신이 있음이 틀림없다.

사진설명: 내가 재미있건 없건간에 강혜정은 올드보이, 연애의 목적의 히트에 이어 세번 연속으로 히트작을 만든 배우가 되었다.
그간 유머를 지나치게 갈고 닦아서인지 ‘동막골’에서 구사되는 수준의 유머에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총을 들이대며 꼼짝 말라고 하는 군인에게 할머니가 “꼼짝 안하면 어디다 똥을 누나?”고 했을 때 딱 한번 웃은 게 유일한 웃음이었다. 전쟁의 잔인함을 원래 알고 있었던만큼, 이 영화에서 내가 건진 건 미녀와의 친분이 돈독해진 걸 빼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도 그렇게 말할 처지는 아니다. 영화를 보는 도중 난 구석자리에서 엄청 방귀를 뀌어댔다. 스무번? 서른번? 소리가 없었던 게 일단 다행이고, 방귀뀌다 실수하지 않은 게 더 다행이고, 소리없는 방귀 치고는 냄새가 없어 주위에서 그다지 불평을 하지 않았던 게 더욱 더 큰 다행이다. 저녁으로 먹은 해물볶음밥이 문제였던 걸까.
그렇다면 이 영화의 교훈은 다음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 지나치게 유머를 연마하면 웬만해선 웃지 않게 된다. 연마도 적당히 하자.
둘째. 영화를 보기 전 해물볶음밥을 먹는 건 삼가자. 방귀가 잦으면 x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