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을 보니 유치한 것 같아 볼 생각이 없었던 ‘동막골’, 하지만 9점대의 높은 별점과 쏟아지는 찬사는 나로 하여금 그 영화를 보게 만들었다. 그런 걸 보며 난 대세추종형 인간이다.


하지만 다들 재미있다고 하고, 같이 영화를 봐준 미녀 또한 “보길 잘했다”고 좋아하는 시점에서 나 혼자 “재미 하나도 없어 씨!”를 외치는 걸 보면, 내 안에는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대쪽같은 선비정신이 있음이 틀림없다.

사진설명: 내가 재미있건 없건간에 강혜정은 올드보이, 연애의 목적의 히트에 이어 세번 연속으로 히트작을 만든 배우가 되었다.

 


그간 유머를 지나치게 갈고 닦아서인지 ‘동막골’에서 구사되는 수준의 유머에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총을 들이대며 꼼짝 말라고 하는 군인에게 할머니가 “꼼짝 안하면 어디다 똥을 누나?”고 했을 때 딱 한번 웃은 게 유일한 웃음이었다. 전쟁의 잔인함을 원래 알고 있었던만큼, 이 영화에서 내가 건진 건 미녀와의 친분이 돈독해진 걸 빼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도 그렇게 말할 처지는 아니다. 영화를 보는 도중 난 구석자리에서 엄청 방귀를 뀌어댔다. 스무번? 서른번? 소리가 없었던 게 일단 다행이고, 방귀뀌다 실수하지 않은 게 더 다행이고, 소리없는 방귀 치고는 냄새가 없어 주위에서 그다지 불평을 하지 않았던 게 더욱 더 큰 다행이다. 저녁으로 먹은 해물볶음밥이 문제였던 걸까.


그렇다면 이 영화의 교훈은 다음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 지나치게 유머를 연마하면 웬만해선 웃지 않게 된다. 연마도 적당히 하자.

둘째. 영화를 보기 전 해물볶음밥을 먹는 건 삼가자. 방귀가 잦으면 x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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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11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미녀가 누군지 알 것같은데요, 이런 글 쓰셔도 되나요?ㅋ

2005-08-11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8-1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쪽같은 선비정신? 푸하하하~~~
근데 아마 주변의 분들이 님이 방귀뀌는거 다 알고도 모른척해주신걸거예요. 미녀는 물론이고....^^;;

연우주 2005-08-11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러셨군요. 저는 박광현 감독이 <내 나이키> 때부터 좋았는데. 전 이 영화 올해에 본 영화 중 베스트1위입니다. 물론 이 후에 다른 영화를 또 본다면 바뀔 수도 있겠지만...

마늘빵 2005-08-1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평소 별로 안웃기 때문에 이런게 재밌었나봐요. ㅋㅋ 많이 웃었는데... ^^

2005-08-11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5-08-1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재미 있는 것도 그렇지만,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시각이 기존보다 한발쯤은 나아간 것 같아 좋았습니다..

플라시보 2005-08-1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정말이지...너무도...아아....어찌해야 할지....조금도...눈치를 못챘습니다. 방귀 서른번요? 세상에나. 저 곧 이빈후과 가 보렵니다. 분명 제게 문제가 있는거에요. 그런거에요. 아흑... (그나저나 소리없이 해결하시느라 얼마나 괴로우셨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ceylontea 2005-08-1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잉... 80,000을 잡으려고 했었는데.. 말입니다..

어제 퇴근하면서... 오늘은 마태우스님 서재 80,000이 넘겠구나..

꼭 잡아드려야지 했었답니다..

오전 사태로 정신이 없다 이제서야 생각이 나서 와보니 역시나... 80,000은 훌쩍 넘어가 버렸군요..

그래도... 80,000 넘으신건 축하드려요.. 히히..

21980070


진/우맘 2005-08-11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머리에 꽃 꼽았슴미다"에서 안 웃으셨어요? "그냥 멀 마이 메기야 돼."에서도?
역시...저랑 마태님은 영화보는 취향이 매우 판이하다니까요, 쯧쯧......

포도나라 2005-08-11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 그래도 그 영화 그냥저냥 재미있던데요...

2005-08-11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8-12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ㄴ님/뭘요 우리 사이에^^
여행자의노래님/저는 너무 유머감각이 뛰어난 것 같아요 아...이 슬픔..^^
진우맘님/그거 하나도 안웃겼어요.... 마음이 아픕니다.
실론티님/아아 8만이 그냥 지나갔군요. 어수선한 분위기라 잡을 틈도 없었을 것 같아요
플라시보님/죄송합니다....흑. 제가 원래 해물에 약해요
클리오님/제가 그 영화 재미없다고 한 유일한 사람이네요. 역시 난 선비야...^^
속삭이신ㅁ님/괜찮습니다. 시간이야 또 생기겠지요^^
아프락사스님/극장에서 영화볼 때, 다 웃는데 혼자 멍하니 있으려니 제게 문제가 있나 싶기도 했어요^^
우주님/전 그 ,묻지마 패밀리, 아주 재밌게 봤어요. 거의 죽을 뻔했는데 이번 건 유머가 약했어요....
바람돌이님/다행히 몰랐답니다^^ 제 왼쪽에 그 미녀, 오른쪽은 벽이었습니다
속삭이신 분/이 씨...한번 해보자는 거잖아요!! 좋아요, 술로 한판 붙어요. 요즘 저 소주 세병 마셔도 끄덕없어요
별사탕님/하하 방귀야 뭐 범죄는 아니지 않습니까 글구 그 미녀, 애인 있답니다
검은비님/호홋, 님은 방귀 얘기를 너무 좋아해요!! 해물 조심합시다!

2005-08-12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12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12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12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12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똥개 2005-08-18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재미없으셨어요? 전 이 영화에서 박광현보다는 온통 장진이 보이던데... 너무나 장진스러워서.. 박광현이 누군가 했어요.. 찾아보니 유명한 시에프감독이더군요. 그제서야. 그 (저한테는 별 감동이 없었지만) 유명한 팝콘 날리는 신이나 멧돼지 출현 신의 기가막힌 화면 구성이 다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진(혹은 장진표) 영화는 '느린 호흡'에 적응하지 못하면 재미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매니아가 생겨나는 거겠지요.......

2005-08-31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