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유머다.
[출산이 임박해 산부인과에 간 이모씨, 그만 산부인과 입구에서 분만을 하고 만다. 서럽게 우는 이씨에게 간호사가 위로랍시고 한마디 건낸다.
“슬퍼하지 마세요. 일전에는 화장실에서 분만한 산모도 있었어요”
그 말을 듣자 산모는 더더욱 서럽게 운다.
“그 사람도 바로 저예요 엉엉”]
오늘 아침, 지각을 한 애들이 뒤늦게 출석을 체크하러 나한테 온다 (지역사회의학은 나랑 다른 선생이 진행하는데, 그 선생은 시간이 되면 칼같이 출석을 부르기로 유명하다). 출석부를 들여다보던 학생들, 내가 출석부에다 학생들 발표 점수를 적어놓은 걸 봤다. 점수에 워낙 민감한 학생들이라 자기들 성적이 궁금한지 자꾸들 와서 본다. 그 중 한 학생의 말, “어, 저는 발표 두 번한 점수가 C+, Co 네요!”
다른 애들 점수를 보던 그는 한탄을 한다. “이럴 수가! 내가 제일 못했네!”
그를 위로한답시고 말했다. “아니어요. 더 못한 학생도 있어요”
그 말을 하고나서 출석부를 뒤졌다. 과연 그렇게 성적인 나쁜 학생은 없었다. 어~어~ 하던 내 눈에 한 학생의 성적이 눈에 들어왔다.
“보세요, 이 학생도 C+, Co 잖아요!”
그 학생, 서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한마디 한다. “그게 바로 저잖아요!”
오늘 아침 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어제 리포트 채점을 끝낸 것들을 다시 다 검색했다. 구글과 네이버를 이용해서. 그 과정에서 ‘레포트 월드’나 ‘해피캠퍼스 닷 컴’을 알게 되었고, 베낀 증거를 확인하기 위해 돈주고 감상문을 구매하기까지 했다. 그때의 난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터넷에서 베낀 애들이 갈수록 늘어만 갔기 때문. 다섯명, 열명, 그리고 열네명이 된 후에야-의심가는 한명은 좀 더 조사하기로 했다-검색은 끝이 났다. 그렇게 광범위하게 양심불량이 퍼져있는지 미처 몰랐기에 학생들에게 많이 실망했다. 고교 혹은 중학교 2학년 2반 학생이 쓴 감상문을 베낀 학생도 있었는데, 그 학생이 쓴 감상문 역시 다른 무언가를 베낀 거였다. 베끼고, 베낀 걸 또 베끼고, 꼬리를 물고 베낀다. 베끼는 게 쉬운만큼 검색해서 잡아내는 것도 쉽다는 걸 생각했어야 할텐데.
14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오늘이나 내일 중에 내 방으로 오라고. 벗들이 어제 투표 와 댓글을 통해 충고해준대로, 좋은 감상문을 손으로 두 번 쓰라고 할 생각이다. 학점은 물론 D를 주고. 학생들이 써야 할 감상문은 다음과 같다.
-꼭도라는 분이 쓴 홍상수 론(원하면 여기다 댓글로 올릴께요 정말 잘 쓴 글입니다)
-플레져님의 <미실> 리뷰
-로드무비님의 <유랑가족> 리뷰 (파란여우님, 마냐님 삐지지 마세요!)
어이가 없던 것은 애들이 베끼는 게 잘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10점 만점에 4점, 5점을 준 리뷰들이 알고보니 베꼈다는 걸 알았을 때, 내가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사족: 방금 한 학생이 왔다.
“이거 본인이 쓴 거예요?”란 말에 “아니요”라고 한다. 리포트에 적어놓은대로 “해피캠퍼스죠?”라고 했더니 무척이나 놀란다. 바르게 살라고 말한 뒤 복사한 감상문을 주고-A4로 9장이다-보냈다.
사족 두 번째: 14명에게 문자를 보내니 난리가 났나보다. 애들이 문자로 무슨 일이냐고 묻고, 과대표가 전화를 하고. 한명이 갔으니 지금쯤은 진상을 알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