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극장전>이 땡겨서 봤다.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홍상수 감독, 많이 웃었고 가끔 짜증도 냈으며-영화가 영 아니라서가 아니라, 돌아이로 나오는 김상경이 수작 거는 게 짜증난다-상영시간이 1시간 반밖에 안되는 걸 아쉬워했다.
영화 초반부부터 난 여자주인공에게 반해 버렸다. 귀엽고 참할 것 같고, 실제 성격도 좋을 것 같은 그런 여자. 영화배우는 사실 다 저 먼 세계에 있다. 그래서 “전지현이 실제로도 착하대”라고 말을 해도 “그래서 뭐?”라고 따지듯 반문한다. 전지현을 만날 일이 없으니 착한 게 무슨 소용이냐는 소리다. 하지만 영화 속 여자는 전혀 배우같지 않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미녀로 보였다.
![](http://210.116.113.228/movieinfo/image/photo/Maxgukjang02.jpg)
사진설명: 엄지원이 처음 등장한 장면. 7시까지 기다리겠냐고 남자에게 묻는데,
남자는 확답을 안한다. 나 같으면 7시가 아니라 10시까지도 기다린다^^
“야, 저런 멋진 배우가 있었구나”라며 감탄만 하던 나는 영화가 끝난 뒤 그녀가 엄지원이라는 걸 알고 충격을 받는다. <주홍글씨>에서 한석규의 부인으로 나오면서 고 이은주를 질투하는 그 여자. 거기서 엄지원은 그저 펑퍼짐하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전혀 주지 못하는 아낙으로 나올 뿐인데, 이 영화에서는 젊고 생동감이 넘치는 20대 초반의 여인으로 내게 다가온다. 사람은 역시 꾸미기 나름이고, 여자는 특히 그때그때 다르다. 영화를 봤다기보다, 넋을 잃고 엄지원만 관찰하다 나왔다.
![](http://210.116.113.228/movieinfo/image/photo/Maxgukjang04.jpg)
사진: 김상경이 엄지원에게 수작을 거는 장면. 저렇게 예쁜 여자를 괴롭히는
김상경의 모습이 짜증을 유발함. 단아하게 머리를 묶고, 보라빛 목도리가
잘 어울린다. 수수해 보이는 코트도 그녀의 매력을 한결 돋보이게 해준다.
![](http://210.116.113.228/movieinfo/image/photo/Maxgukjang09.jpg)
사진: 둘이서 수면제를 잔뜩 사가지고 자살하려는 장면이다. 요즘 수면제, 아무리
먹어도 안죽더만. 여기서 엄지원은 19세로 나오는데, 정말 19세 같지 않나요? 단아한
자세로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그녀의 모습, 여전히 매력적이다. 아아 세상에는
예쁜 여자가 너무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