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성 페미니스트
톰 디그비 엮음, 김고연주,이장원 옮김 / 또하나의문화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페미니스트 남성은 있는가? 내가 곁눈질로나마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늘 가슴 속에 담았던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은 페미니즘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나는 전에 썼던 글-http://www.aladin.co.kr/blog/mypaper/13190 에서 “페미니스트 남성은 '착한 자본가'만큼이나 무의미한 말”이라는 변정수의 의견에 동의를 했었다. 하지만 그런 나를 딱하게 여긴 따우님이 ‘남성 페미니스트’라는 비싼 책-15,000원이다-을 선물해 주셨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남성과 여성 페미니스트들이 공동으로 집필했는데, 뒤로 갈수록 글의 난이도가 증가해 마치 산을 오르는 기분이었다.
-어떤 필자는 명쾌하게 ‘남성 페미니스트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스트들, “남자는 여성으로서의 경험이 없어서 페미가 될 수 없다” --> 여성의 경험은 계층과 문화에 따라 다르므로 하나로 묶을 수 없다 --> 페미니즘은 경험이 아닌, 태도일 뿐이다--> 그렇다면 남성 페미니스트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겠는가.
또 다른 필자는 페미니즘의 실현이 남자에게도 유리하다며, 남성들의 동참을 요구한다.
“남성들이 치르는 정서적 소외 같은 고통들은 남성 권력에 대한 대가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받는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남성 권력이 해체되어야 한다”
하지만 난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기로 했다. 다음 두 글 때문이다.
1) “(페미니스트가 아닌) 남자들과 관계를 지속하는 건 전형적인 남성성의 중요한 면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않는 것이다...(나아가서는)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는 억압의 이데올로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내 주위 친구들, 거의 대부분이 남성 우월주의자다. 군가산점 논란이 되었을 때 나 말고 가산점 폐지를 지지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공무원 혹은 공무원 지망생이 아니었음에도.그들의 남성우월주의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하지만 난 그들과 관계를 끊을 수도, 그들과 그 문제로 논쟁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난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다.
2) 두 번째. 이게 더 중요한 이유다. 난 처음에 내가 이해를 잘못한 줄 알았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원문을 그대로 인용한다.
-브라이언 프롱어라는 이름을 가진 저자는 “다른 남성에게 자신의 입과 항문을 열라”고 주장한다.
“남성들은 자신의 동성애 공포적 욕망의 영토를 열기 위해 다른 남성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남성성을 초월하는 것은 동성 간의 사랑을 받아들임으로써 남성의 몸에 대한 동성애 공포적 영토화를 없애는 것에 달려 있다”
“사려깊고 개방적인 성애적 실천이 주어졌을 때.... 여성주의적 자유를 맛보게 해줄 것이다”
난 이성애자다. 그렇다고 해서 동성애자가 차별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나 자신이 동성애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이 사람은 친여성주의자가 되려면 입과 항문을 개방하란다. 나는 그냥 이대로 살련다. 항문과 입을 굳게 닫은 채로. 친여성주의의 길은 역시 어렵다.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 책을 선물해주신 따우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