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마다 테니스를 친다. 정예멤버 네명이 치는데 이것들이 나이가 들수록 삶이 바빠진다. 그러다보니 이번주는 A가 바빠서 못치고, 다음주는 B가 바빠서 못친다. 한명이 바쁠 때 다 바쁘면 좋겠지만 그게 잘 안된다. 테니스가 인생의 낙 중 하나인 나,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한명을 더 영입하려고 브로커 C에게 전화를 걸었다.
C: 한명이 있긴 하지. 고등학교 때 거의 선수 수준이었지.
나: 정말요? 기대가 되요.
막상 만난 그는 선수 체형과는 좀 달라 보였다.
“고교 때 이후 라켓을 잡은 적이 없어서 잘 될런지 모르겠어요”
고교 때 잘 쳤다면 금방 감각을 찾으리라, 고 우린 생각했다. 그런데.
연습할 때 보니까 영 아니다. 못해도 저렇게 못할 수가 없다. 테니스는 두명이 편을 먹고 치는 거라, 한명이 못하면 죽어도 이길 수가 없다. 공만 넘길 줄 알면 좋겠는데 그 수준조차 안되니 경기 수준도 현저히 떨어졌다. 그 사람이 끼어들기 전엔 현란한 스트로크 대결이 벌어지곤 했었는데, 지금은 두세번 왔다갔다하면 실수가 나온다. 우리 친구들은 다 성격이 좋아서 그런 그에게 관대하다. 자기가 잘못해서 졌다고 얘기하고, 지극히 평범한 플레이에 “나이스!”를 연발한다. 나도 물론 그렇게 한다. 하지만 내가 워낙 밴댕이 속아지라, 속마음은 다르다. 그걸 여기서나마 풀어보자.
상황 겉으로 한 말 속마음
평범한 볼을 네트에 박음- 아깝네요- 아깝긴 개뿔이 아까워!
공을 코트 밖으로 날림- 제가 그전에 끝냈어야 하는데-니가 인간이냐! 알까리라리....
아웃되는 걸 쓸데없이 건드려 실점-아웃 아니었을지도 몰라요-판단력까지 흐리다니!
내가 칠 볼을 건드려 네트에 박음-네트가 좀 높은가봐요-내 볼인데 왜치는거야
지고 나서도 웃고 있을 때-제가 잘못해서 졌어요-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냐!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다 우리 플레이를 감상할 때가 있다. 이 사람이 오기 전에는 와 하고 봤었는데, 지금은 조금 보다가 갈 길을 간다. 앞으로 그와 계속 테니스를 칠 생각을 하니까 심란해 죽겠다. 나는 차마 말을 못하겠고, 브로커한테 가서 그만 나와달라는 말을 좀 해달라고 해볼까? 실력이 좋고 인간성까지 겸비한 선수를 뽑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 이 사람은 인간성이 좋지만, 폼이 영 엉망이라 앞으로 계속 쳐도 발전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어디, 중학교 때까지 선수였다가 지금은 일반인이 된, 그리고 얼굴도 예쁜 여자는 없을까. 만사마라면 이렇게 말하겠지. “왜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