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긴. 술 잘하는 사람이 내 라이벌이지^^
31번째
일시: 3월 22일(화)
누구와: 우리 학교 있는 고교 선배들과
마신 양: 소주--> 맥주, 엄청
좋았던 점; 돈 하나도 안내고 술 먹었다. 그 덕분에 자느라 영등포에서 못내리고 서울역에 내렸어도 당당히 모범택시를 타고 집에 올 수 있었다(참고로 서울역은 택시 잡기가 겁나게 힘들다...)
32번째
일시: 3월 23일(수) 교수모임
마신 양: 고량주--> 맥주
지난 이틀간, 난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셔댔다. 화요일과 수요일은 아침 수업이 있어 6시 반에 나와야 했으니 엄청 힘들었다. 어제 하루를 피로 & 잠과 싸우며 보낸 나, 모임에 가는 길에 동료 선생이 “2차 갈거냐”고 물었을 때 단호하게 도리질을 했다. 2차고 뭐고, 사람이 살고 봐야지 않겠는가. 8시 15분에 퇴근 버스가 떠난다고 하니 그거 타고 가야겠다, 이게 내가 생각한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내 테이블 옆에 평소 좋아하던 동료가 앉았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그 옆에 앉은 여자분이 인사를 한다. “처음 뵙는 것 같은데...누구세요?” 내 소개를 하자 자신은 방사선과에 새로 온 누구누구란다. 난 그녀에게서 그 어떤 기를 느꼈다. 잠시 후, 내가 물었다.
나: 술 좀 하시나요?
여자: 그럼요.
난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그럼 오늘 달려 볼까요?
여자: 전 이미 달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녀와의 술시합이 시작되었다. 고량주로. 내가 한잔을 다 못비울 때마다 그녀는 “걷고 계시군요”라는 핀잔을 줬다. 정말 멋진 적수를 만났다는 생각에 흥분이 되었다.
나: 2차 가실 건가요?
여자: 그럼요. 안가세요?
나: 저도 당연히 가야죠. 하하하.
유감스럽게도 2차에서의 기억은 별로 나지 않는다. 난 이미 맛이 갔으니까. 다만 이런 얘기를 한 기억은 난다. 벤지를 기르는 나처럼, 그녀 역시 한 살 반 된 마르치스를 키우는데 암컷이란다. 그래서 사돈을 맺기로 했던 기억. “날 잡아요”를 외치던 그녀의 모습. 언제 거길 빠져나갔는지 모르겠지만, 어제 싸움은 내 참패였다. 천안역에서 표를 사려던 기억도 나고, 장면이 바뀌어 천안아산 역에서 KTX 표를 사고 있던 모습도 생각난다. 기차에서 자고 있는데 다 왔다고 내리라고 야단을 치던 아저씨의 모습도. 어젠 어떻게 집에 온 걸까. 오늘 아침, 출근을 하려는데 벤지의 슬픈 눈이 영 마음에 걸렸다. 벤지야, 미안. 오늘까지만 마실게. 그나저나 내게 또 한명의 술친구가 생겨버렸다.